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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영 Nov 15. 2016

황사는 봄에 분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가 전한 날숨의 이야기

올해 봄은 황사가 유독 말썽을 부렸다. 두께를 더해가는 마스크 아래 봄이 머물 자리는 없었다. 매년 각박하게 변하는 것은 계절 봄만이 아니다. ‘만물이 푸른 봄’이란 뜻의 ‘청춘’은 어떠한가. 봄 역시 ‘나야하는’ 계절로 바라본 신조어 ‘월춘’은 청춘을 피해가지 않았다. ‘불반도’,’갑질’이란 이름의 수많은 먼지 사이 청춘들은 가쁜 숨으로 봄을 버틴다. 최근 종영한 JTBC의 드라마 <청춘시대>는 ‘황사 낀 청춘’의 날숨을 여과 없이 담아냈다. 기존의 청춘드라마가 묘사하던 예쁜 봄이 아니다. 때로는 먼지 섞인 2016년의 적나라한 봄이다.


소통과 거짓말

<청춘시대>의 주인공은 하우스메이트인 20대 여성 다섯 명이다. 드라마는 소심한 스무 살 유은재(박혜수 분)의 셰어하우스 입주로 시작한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시작한 서울생활은 서럽다. 만년 다이어터 정예은(한승연 분)은 허락 없이 은재의 잼을 전부 먹어치우고, 남자가 끊이지 않는 미녀 강이나(류화영 분)는 이용 중인 화장실에 난입하여 용변을 본다. 어려운 생계에 바쁜 나머지, 얼굴 한 번 비추지 않은 선배 윤진명(한예리 분)마저 포스트잇을 통해 ‘볼일 보며 수돗물을 틀지 말라’, ‘잘 땐 불을 끄고 자라’며 은재의 행실을 일일이 지적한다. 은재가 느낀 서운함은 소통 이전에 울분이 된다. 하지만 은재는 이내 깨닫는다. 문제의 원인은 타인만의 것이 아님을.


첫 회에서 깨달음은 독백을 통해 시청자에게 전달된다. “나는 오만했다. 나와 같다. 나와 같은 사람이다. 나만큼 불안하고 나만큼 머뭇대고 나만큼은 착한 사람.” ‘나만큼은 착한 사람’이라는 표현이 흥미롭다. 이는 “소통은 상대방이 나와 같다고 생각할 때 가능해진다”는 기획의도를 명쾌하게 반영한 대사로 보인다. 자신에게 부탁하기 위해 진명이 얼마나 많은 포스트잇을 쓰고 버렸는지 깨달은 순간, 은재는 타인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해에서 비롯된 소통은 다섯 여자의 두꺼운 화장을 조금씩 닦아낸다. 하지만 타인에게 완전한 민낯을 보이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사람들은 외면의 민낯을 가리려고 화장을 한다. 그리고 내면의 민낯을 가리려고 거짓말을 한다. 화장이 평범한 행위이듯, 거짓말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사람들도 자신의 ‘평범치 못한이야기를 가리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평범한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자신 먼저 평범의 범주에 포함돼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자신처럼 ‘평범치 않은 민낯 가졌음을 깨닫게 되었을  거짓말이라는 이름의 화장은 지워지기 시작한다.


청춘, 죽음을 생각하다

<청춘시대>의 주인공 다섯 명이 자신의 화장을 지우게 되는 계기는 흥미롭게도 또 다른 화장 때문이다. 성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고 열정적이지만 연애 한 번 못해본 송지원(박은빈 분)은 박학다식한 만큼 뛰어난 언변의 소유자다. 쾌활한 그녀가 무심코 던진 거짓말 한 마디는 셰어하우스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술김에 “신발장에 귀신이 보인다”고 했을 뿐인데 진명은 “죽었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고 고백하며, 혜수와 이나는 “내가 죽인 사람인지”를 고민한다. 그녀들의 머리를 잠식한 ‘죽음’은 여대생의 일상을 극적으로 그리는 계기가 되고, 청춘의 이야기는 드라마가 된다.


<청춘시대>는 거짓말과 죽음을 드라마의 큰 줄기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미국 드라마 <Pretty Little Liars>(이하 <PLL>)와 유사성이 있다. <PLL>의 거짓말 역시 사건의 발단이 된다. 예쁘고 어린 네 명의 소녀들은 일 년 전 사망한 친구 앨리슨의 이니셜을 딴 ‘A’로부터 협박성 메시지를 받는다. A는 네 명 모두의 비밀을 알고 있으며, 문자메시지를 통해 소녀들의 비밀을 폭로한다. 비밀이 발각당한 네 소녀는 A를 추리하고 나서는데 추리 과정에서 ‘삶과 죽음’, ‘선과 악’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극이 진행될수록 뚜렷해지는 것은 거짓말의 무게뿐이다.


지원의 거짓말에서 탄생한 신발장 귀신은 A와 달리 실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실재 이상이다. 신발장 귀신은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서 죽었으면 하는 동생의 영혼, 내가 죽였을지도 모르는 아버지의 영혼, 나와 함께 사투를 벌였던 모르는 여자아이의 영혼이 된다. 모든 환영은 주인공들의 적나라한 치부이며, 가려야할 비밀이다. 하지만 공사가 혼재된 ‘셰어하우스’의 공간적 특수성 안에서 서로의 민낯이 드러나게 된다. <청춘시대>는 청춘들이 자신과 타인의 민낯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다각도의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현실보다 현실적인 귀신 이야기

1.진명의 신발장 귀신

진명은 신발장 귀신이 동생의 영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생이 식물인간 상태로 지낸 6년 동안 동생이 ‘산 것인지, 죽은 것인지’ 고민한적 없는 진명은, 지원의 ‘신발장 귀신’ 언급 사건 이후로 동생의 상황에 대해 생각한다. <청춘시대> 4회에서, 진명은 병원을 찾았다가 오열하는 어머니를 본다. 위급한 상황으로 묘사된 장면에서 어머니가 아들의 죽음에 울부짖는 도중, 의사는 고비를 넘겼고, 다시 원 상태로 돌아왔음을 통보한다. 아들이 ‘죽지 않았음’을 통보받은 진명의 어머니는 넋을 잃는다. 모든 장면을 지켜본 진명에게, 그녀의 내면은 ‘동생의 호흡기를 제거하라’고 속삭인다.


진명의 생각을 감지한 것인지, 그녀의 어머니는 딸 대신 아들의 호흡기를 벗기고 경찰에 체포된다. 그런데 이 때, 그녀가 진명에게 넌지시 던진 한마디가 압권이다. “홀가분해.”


누구보다 아들을 사랑하던, 가난한 어머니가 아들을 죽이고 홀가분함을 느낀다. 이는 기존의 미디어가 부모이자 사회적 약자, 빈곤층인 사람들을 묘사하는 방식과 다른 것이다. 흔히 가난한 사람들이 브라운관을 타는 경우는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면서 인간미를 잃지 않거나’, ‘가난 때문에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극악행위를 저지르는’ 상황이 주를 이룬다. 때문에 단칸방에 옹기종기 모여 살면서 가족애를 다지고 희망을 향해가는 미담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진명의 어머니가 날린 한 방은 인상적이다. 분명 진명의 가족은 열심히 사는 빈곤층의 표상이다. 드라마에 묘사된 평소 행적 또한 사악함과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가족의 죽음을 통해 삶의 무게를 덜어내는 과정은 소름 돋게 현실적인 방식으로 선악의 경계를 허문다.


2.은재, 이나의 신발장 귀신

<청춘시대>의 1회에서, “나는 아빠를 죽였다”는 은재의 독백이 나온다. 은재의 미스터리는 드라마 전체를 관통한 후, 결말부에서 해결된다. 아버지가 보험금을 노리고 오빠를 죽였다고 의심한 은재는 아버지가 수면제를 탄 어머니의 보온병과 아버지의 것을 바꿔치기한다. 은재는 수면제의 목적이 어머니를 죽이기 위한 것인지 알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버지는 병의 음료를 마신 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수면제를 탐’, ‘교통사고 발생’, ‘사망’으로 이루어진 일련의 사건은 나열에 그치며 연결고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고리를 찾아 채우는 것은 시청자의 몫이다.


강이나의 귀신은 여자아이다. 고교시절, 사고로 물에 빠졌을 때, 물에 뜨는 가방을 두고 생사를 다툰 사이다. 고의적 살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은재와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죽음을 겪은 이후 삶의 태도는 은재와 분명히 다르다. 이나와 은재의 서로 다른 트라우마 해결과정은 드라마의 전개의 큰 축을 담당한다.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피해자의 아버지와 진실을 논한 이나와 달리, 은재는 어머니에게 진실을 말하지 못한다. 이나의 민낯이 그녀와 피해자의 아버지, 단 둘의 담판으로 드러나는 반면 은재의 민낯은 사건 대상자가 아닌 셰어하우스 메이트들과 함께 논의할 대상이다. 이는 인물의 성격에 따라 현실적으로 연출하기 위한 장치다. 캐릭터에 따라 다른 대처방식은 현실적으로, 비현실적 설정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진실에 대처하는 방식이 다른 만큼 결과의 차이도 크다. 갈등이 깔끔하게 해결되어 피해자 아버지의 딸 역할을 하는 이나와 달리, 은재의 사건은 ‘부검의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새로운 거짓말을 낳는다. 학보사 동기의 도움으로 미리 부검 보고서를 접한 송지원은 ‘부검으로 모든 약물의 흔적을 잡아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은재를 속인다. 부검이 약물여부에 대해 모호성을 띈다는 ‘사실’은 소중한 사람을 위해 가려야 할 대상이자 당사자도 모르는 민낯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건의 내막을 모두 지켜 본 시청자에게 지원의 거짓말은 또 다른 모호성을 제공한다. 아버지를 죽인(혹은 죽였을지도 모르는) 살인자와 위로 받아야 하는(혹은 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막내 사이의 간극은 뚜렷치 않다. 삶이, 모호함의 연속인 것처럼 시청자가 고민할 부분이다.


드라마는 ‘진실’과 ‘선’이 무조건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 ‘안락사’, ‘보험사기’를 포함한 현실적 장치들을 통해 시청자의 자문을 이끌 뿐이다. 선악의 경계를 허무는 과정에서 작중인물과 시청자 간의 동일화가 이루어지며, 드라마는 기획의도인 ‘소통’을 시도한다. 작중인물과 시청자의 소통을 극적이면서 현실적으로 묘사하는 방식은 <청춘시대>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럼에도 미필적 고의를 활용한 전개방식이 잦고 급진적인 전개 탓에 설득이 수월치 못한 점은 아쉽다. 충분한 시간에 걸쳐 고민/논의할 현실적 장치들이 지나치게 나열된 점은 12부작이라는 비교적 짧은 편성에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던 제작진의 욕심 탓으로 보인다.


삼포와 Sampo 사이, 청춘의 생존방식

앞서 언급한 미국 드라마 <PLL>의 세계관에서, 소녀들이 평범한 삶을 되찾기 위해 범인을 찾아 헤매는 역경조차 연애를 막지 못한다. 때로는 자신이 연정을 품었던 대상이 범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연애를 포기하지 않는 작중인물들은, 사랑이 인간적 본능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위기 속에서도 지키고 싶을 만큼, 인간이라면 포기하기 어려운 감정인 “사랑”을 대하는 방식에서 <청춘시대>와 <PLL>의 차이점은 극명히 대비된다.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라는 의미의 신조어 “삼포세대”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국내 청춘들에게 사랑은 사치로 여겨진다. 사회에 의해 개인의 감정이 억제되는 것이다. <청춘시대>는 개인이 속한 사회적 배경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마련하는 점에서, 개인적 사건과 인물 묘사 위주의 <PLL>과 다르다.


 <청춘시대>의 윤진명은 ‘현 사회의 평범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도록 한다. 그녀는 삼포세대의 표상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생활하는 그녀가 스물여덟의 늦은 나이에도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려운 형편 때문이다. 6년째 식물인간인 동생을 수발하는 어머니의 빚을 대신 갚기 위해 하루 종일 일을 하며 남은 시간에 틈틈이 공부하는 그녀에게 연애는 허상이다.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진명에게 관심을 표한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현실 때문에 뿌리친다. 일과 시간에 쫓겨 감정을 억제하는 진명의 삶은 인간의 차원을 넘어서 기계 수준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인간을 유전자 번식을 위한 ‘생존기계’에 비유했다. 하지만 진명을 포함한 수많은 한국의 생존기계들은 유전자 번식을 포기한지 오래다. 철저히 자신의 본능을 억제하며 기계처럼 사는 진명이 한 때 평범한 삶을 증오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진명의 꿈은 회사원이다. 정확히는 공기업을 지망한다. 죽어도 평범해지지 않을 거라 다짐하던 진명이 ‘죽을 만큼 노력해서 평범해질 거야’라고 되뇌게 된 배경은 정확히 알 수 없다. 드라마는 진명의 유년시절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의 상황을 바탕으로 시청자가 추측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에 그친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가장 공감되는 인물로 진명을 택한 글을 시청자 게시판과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글쓴이는 특별함을 포기하고 평범함을 갈구하게 된 진명의 자각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는 ‘나는 지금 평범 이하’라는 깨달음이다. 통계청은 지난 5월, 취업 경험이 없는 청년 실업자의 수가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고 “ ‘장래희망은 취업’ 한국판 잃어버린 세대 확대” (국민일보) 같은 보도를 매일같이 찾아볼 수 있다. 2016년의 20대는 자신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잃어버린’ 세대가 되었다. X-세대처럼 멋진 수식은커녕 “존재를 부정”당한 현 세대는 기계처럼 노력해도 ‘평범 이하’의 삶을 산다.


타인에 의해 오명을 쓴 세대이기 때문일까? 드라마의 후반에서 보란 듯이 삶의 무게를 덜어내는 진명의 행동은 또래 청춘들의 격한 지지를 받았다. 실낱같은 희망이던 회사에서조차 불합격 통보를 받은 그녀가 계획 없이 한 달간의 중국 여행을 떠나기 위해 공항을 지나는 순간, 장기여행을 이유로 모르는 사람에게 ‘금수저’로 오인되는 장면은 12회의 하이라이트다. 평범의 기회를 박탈한 사회에게 진명이 지은 환한 미소는 인내의 상징이 아니다. 오히려 ‘내려놓음’에 가깝다.


 ‘내려놓음’의 행복을 누리는 청춘에게 ‘삼포세대’ 수식을 붙이는 행위는 결례다. 수많은 청춘들이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온 힘을 다하기 때문이다. ‘내려놓음’은 새로운 생존방식이다. 인내가 부족해서 도중에 그만두어 버리거나 권리를 내던진다는 뜻의 포기와 다르기 때문이다. 혹자의 표현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세대 중 가장 높은 대학진학률과 토익 성적을 보유했으며 피아노 건반 정도는 누를 줄 알 정도로 똑똑한’ 20대가, 답 없는(노답) 선택지에서 필연적으로 택한 것이다.


행복지수 최상위권 국가인 핀란드에서 ‘삼포(Sampo)’가 행복을 상징하는 단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핀란드의 전설에 등장한 삼포는 행복을 부르는 물체로 바다에 잘게 뿌려졌다고 한다. 바다는 넓다. 수많은 위험이 시시탐탐 여행자를 노린다. 태풍이 도사리는 망망대해에서 행복의 조각을 찾아 위험한 모험을 하는 청춘들은 삼포(三抛)세대가 아닌 삼포(Sampo)세대다. 누구라도 타인의 행복에 제동을 걸 권리가 없듯이, 진명의 ‘내려놓음’을 포기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시 벨 에포크로, 돌아가기 전에

프랑스어로 ‘좋은 시대’를 의미하는 ‘벨 에포크(belle époque)’는 그녀들이 생활하는 셰어하우스의 이름이다. 드라마의 마지막 회에서 칠판에 적힌“다시 벨 에포크로”라는 문구가 눈에 띄는데 다음 시즌을 염두에 둔 제작진의 힌트로 보인다.


하지만 다시 벨 에포크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약간의 보수공사가 필요하다. 첫째로, 설정에 따른 타당한 근거 보충이다. 송지원만 듣는 의문의 잡음, 은재가 개에 쫓기는 꿈을 비롯한 일부 설정이 단서도 없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둘째로, 여성의 주체성을 강조하길 바란다. 기존 드라마와 달리, 이나의 스폰서들의 비겁한 면모, 예은의 남자친구에 의한 데이트 폭력, 모르는 남자의 스토킹 등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본 사회적 문제를 담은 연출은 훌륭하지만 문제 해결에서 남자의 도움이 자주 수반되는 점이 아쉽다. 8회에서 이나가 업계 친구 동주(윤종훈 분)에게 피해자 아버지의 신상 정보를 전해 듣는 장면은 지나치게 허구적이며, 12회에서 서툰 연애의 상징인 지원마저 커플이 될 것을 암시하는 연출은 <청춘시대>의 매력을 반감했다. 마지막으로 ‘청춘’을 소재로 삼은 만큼 다양한 20대의 삶을 그리길 바란다. 20대는 대학생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 나라는 학생이 아니면 살기 힘들다”는 이나의 대사에도 불구하고 학생이 아닌 청춘의 이야기가 매우 부족했다. 대학에 가지 않거나, 졸업한 청춘 등 사회 저변의 다양한 청춘의 모습의 반영이 필요하다.


12회의 짧은 편성임에도, <청춘시대>는 시청자에게 수많은 질문을 남겼다. 당신은 아직도 청춘이라는 단어가 마냥 예쁘다고 생각하는가. 청춘은 좋은 시대로 포장될지언정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황사는 만물이 피어나는 봄에 찾아온다. 사회가 봄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순간에 비로소 청춘들은 마음 놓고 푸른 젊음을 즐기지 않을런지.


*2016년 3학년 2학기 <드라마의 이해>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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