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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소김 May 15. 2023

나는 어떻게 하다가 브랜드를 만들게 됐나

브랜드 아이덴티티 수립을 위해 진행했던 인터뷰 전문


Ⓒ Copyrights 2023, 주식회사 노드앤코




나는 어떻게 하다가 창업을 꿈꾸게 되었나.

그리고 내가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우리 브랜드(마켓노드)의 방향은 무엇인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세우기 위해 디자이너님과 사전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대한 날 것으로 나를 드러내면서 답변하고자 했고, 그 인터뷰 전문을 아래에 남겨 본다.


시대에 따라, 환경에 따라, 상황에 따라 그 가지는 뻗어나가고 모양이 변형될 순 있어도

내가 초기에 세웠던 목적과 소신의 뿌리는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길 바라면서.




-


Q. 마켓노드를 창업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 아주 오랜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사실 창업 자체에 대한 열망은 아주 꼬맹이 시절부터 쭉 마음속에 존재했던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 제가 어렸을 때부터 독립적인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하셨고, 거기에 맏딸이라 K장녀 역할까지 주어지니, 자연스럽게 도움과 지지를 받는 것보다는 역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새로운 것을 제안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것에 더 익숙했어요. 이런 성향 때문인지 제가 기획하고 떠올린 아이디어들을 제안했을 때 상대방이 '너무 좋다', '너 덕분이야'라고 얘기해 주는 것만큼 큰 기쁨과 보람이 없었어요. 저는 늘 일종의 책임감이 있었어요. 내가 죽기 전에 이 세상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오만한 책임감으로 창업을 꿈꿔왔어요.


- 이 세상에는 개선이 필요한 많은 불편함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주류 문화, 논알코올/무알콜 드링크에 빠지게 된 건 제 일상 속에서 가장 자주, 크게 느끼는 불편함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소주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을 비롯해 온몸이 붉어지는 체질을 갖고 있어요.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제가 이런 체질임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때는 대학교라는 커뮤니티가 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잖아요? 근데 그 커뮤니티에 깊게 소속되기 위한 모임들에는 꼭 술이 있었어요. 저도 그때는 정말 아무 생각 안 하고 술을 엄청 마셨어요. 그러면 다음날 너무 힘들었는데 그땐 그 힘듦보다는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게 더 중요했고, 그 시간이 즐거웠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한 번은 외부 동아리에서 엠티를 갔는데 고도수의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어서 숨이 잘 안 쉬어지고 바늘로 찌르는 듯 심장이 너무 아파오는 거예요. 다행히 5분 정도 뒤에 괜찮아졌지만, 응급차까지 부를 뻔했어요. 그때 온몸으로 깨달았어요. '아 알코올이 정말 위험한 거구나.', '몸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구나.'


-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니 확실히 나아지긴 했어요. 다니는 회사가 대기업이다 보니 오히려 회식에 대해서도 엄청 제한을 두고 더 철저히 관리되었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식이든, 소규모 술자리이든, 술을 잘 못 마시는 건 꽤나 불편한 점이었어요. 회사에 다니며 이런저런 병치레를 하느라 아예 술을 못 먹었을 때에도 이유가 분명히 있는데도 괜히 조금 눈치 보이고 그렇더라고요. 우리나라는 '짠' 문화가 있잖아요. 술을 못 마시니 짠 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술 대신에 다른 분들이 주문해 주신 (사실 이것 자체가 괜히 눈치 보인달까요.) 탄산음료로 짠-을 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 제가 콜라 몇 병을 마시고 있더라고요. 몸을 생각해서 술을 안 마시고 있었는데 또 다른 방식으로 제 몸을 괴롭히는 셈이었죠.


- 그런데 그렇다고 제가 평생, 아예 술을 마시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에요. 사실 저도 혼자서 분위기 내며 술을 마시고 싶을 때도 있고 실제로도 친구들과 만날 때는 종종 마셔요. 그리고 반대로, 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누구든지 복약/임신/건강관리 등의 이유로 술을 먹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거든요. 한 논문에 따르면, 동아시아인구(한/중/일)의 30~50% 정도가 저와 같이 술을 먹으면 몸이 빨개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고, 두통이 생기는 Asian Flush Syndrome을 겪고 있대요. 거기에 상황적인 이유로 술을 못 마시는 사람까지 더하면, 알코올 섭취를 하지 않거나 줄이려는 사람이 꽤 많다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어요.


- 저는 그래서 각자의 상황과 취향, 체질이 모두 다르듯, 알코올을 마시기로 한 사람과 마시지 않기로 한 사람 모두의 선택을 존중하고 존중받을 수 있는 주류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술을 마시지 않고 싶을 때나, 혹은 건강 등의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기로 선택한 날에도,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우러지고 혼자서라도 술을 마시듯 기분을 낼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실제 알코올 술을 마시지 않는 게 특이한 것이 아니라 그저 ‘취향’이나 ‘선호’, ‘선택’으로 이해되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제 주변에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를 보면서 “어떻게 전골을 먹는데 소주 한 잔을 안 해?”라고 말해요. 하지만 반대로 저는 “그렇게 쓰고 몸에 안 좋은 술을 굳이 왜 먹어?”라고 신기하게 생각되거든요. 그냥 서로 다를 뿐이에요. 각자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다르듯이요. 친구 혹은 지인들과 식당에 가서 “너 뭐 마실래?” 하면 “나는 소맥”, “나는 소주”라고 말하듯, “나는 논알코올 맥주”, “나는 논알코올 와인”이라고 내 취향과 선택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게 저희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이에요.


- 마켓노드는 이렇듯 음주에 있어서도 각자의 다른 선택이 존중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탄생했어요. 실제로 해외에서는 상황에 휩쓸려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알코올 섭취에 대해 의식적으로 자각하며 술과 건강한 관계를 만들자는, 'Mindful Drinking'이 널리 퍼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논알코올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체감하는 사실일 거예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논알코올 시장은 아주 제한적으로 느껴져요. 일단 논알코올 주종이 거의 맥주밖에 없어요. 근데 그 마저도 식당에서는 거의 팔지도 않고, 편의점/마트/온라인 위주로 유통 중이에요. 논알코올 와인도 조금씩 수입되고 있긴 하나 제품이 제한적이고 접하기 쉽지 않죠. 논알코올 와인, 심지어 진/럼 등 위스키도 논알코올이 있는데, 이걸 아는 사람이 국내에 많이 없어요. 그래서 저희는 국내에도 술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하고 새로운 논알코올/무알콜 브랜드와 제품들을 소개하고, 또 그것을 쉽고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플랫폼이 바로 마켓노드예요.


- ‘술을 먹지 맙시다!’가 마켓노드의 메시지는 아니에요. 알코올을 섭취할지 말지에 대한 선택은 각자의 몫이며 그것이 더 우선순위에 있어요. 다만 알코올을 마시지 않기로 했을 때, 그 선택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물리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것이 마켓노드의 역할이 될 거예요.



Q. ‘마켓노드’라는 이름의 뜻이 있나요?

A. 크게 2가지 뜻이 있습니다.

① 영단어 ‘NOD’

‘(찬성/동의/격려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다’는 의미

우리가 진심으로 상대방의 이야기에 공감하면 눈을 마주치며 ‘오~ 맞아’ 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잖아요? 이처럼 논알코올/무알콜 주류가 공감받고 존중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의 NOD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② ‘Normal Drink’의 준말

논알코올/무알콜을 보통의 술처럼 편하게 선택하도록 느껴지도록 만들겠다는 의미

그리고 술이 아닌 술인 논알코올과 Normal Drink라는 단어가 무언가 묘하게 역설적으로 잘 맞는 것 같아요.

(추가: 현재는 "Normal Drinkers" "논알코올을 선택한 사람"의 의미로 더 확장되었다. 타인의 시선에는 특이하게 보일 순 있지만, 가장 그 다운 보통의 선택이라는 의미.)



Q. 마켓노드라는 회사의 미션 혹은 비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1번에서 답한 부분과 연결이 됩니다.

각자의 취향과 선택대로 향유하는 즐겁고 자연스러운 논알코올 경험을 제안하는 것이 마켓노드의 미션이에요.



Q. 마켓노드의 경쟁사, 동일업종 중 가장 잘하고 있는 브랜드 혹은 회사를 알려주세요.

A. 논알코올 전문 온라인 스토어는 아직 없어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논알코올 맥주를 모아서 판매하는 판매자가 많긴 하지만, 저희가 지향하는 방향과는 매우 다릅니다. 동종업종은 아니지만 저희가 쫓아가고 싶은 브랜드는 ⟨29cm⟩예요. 많은 제품과 브랜드를 구비하는 데 몰두하기보다는 고객과 브랜드의 스토리에 집중한다는 점이 저희의 지향점과 일맥상통해요. 또한 이를 위해 새로운 브랜드를 큐레이션 하고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점도요. 마켓노드가 제안하려는 논알코올 경험도, 저희가 큐레이션 하는 논알코올 브랜드와 제품들을 어렵고 따분한 단어가 아닌 쉽지만 새롭고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추가: 이 인터뷰 직후에 타 논알코올 전문 온라인 스토어가 등장했다.)



Q. 경쟁사 대비 마켓노드만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 혹은 장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다른 브랜드가 아닌 마켓노드에서 사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A.

① 노드만의 기준으로 큐레이션 한 새로운 논알코올 브랜드와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② 텍스트만 읽어도 맛의 경험을 상상해 볼 수 있도록, 제품과 잘 어울리는 음식, 날씨, 상황과 장소를 페어링 하여 쉽고 친숙한 단어로 제안합니다.

③ 이벤트와 콘텐츠를 연계합니다.

(추가: 2/3번을 앞으로 계속 풀어나갈 예정이다.)



Q. 마켓노드의 고객들은 누가 될까요?

A. 저희는 우리의 고객들을 ‘섬세하고 깨어 있는 감각을 지닌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알코올이 자신의 몸에 끼치는 영향, 혹은 (술을 못 마시는) 다른 사람의 상황&취향에 대해 누구보다 세심하게 인지하고 느끼는 감각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계획으로는 우리의 고객들을 ‘노들러’라는 이름으로 칭할 생각이에요. 유튜브 구독자명이나 아이돌 팬덤명처럼요.ㅎㅎ)

① 나를 위해 마켓노드를 이용하는 사람

– 자신 삶의 질적 향상에 관심이 많은 / 20대 후반 ~ 30대 중반 / 남성

- 꾸준히 하는 운동이 있거나 내면을 되돌아보는 요가와 명상 등에 관심이 있음.

- 마케팅(혹은 예술계통) 종사자, 커리어 계발에 욕심이 있음. 혹은 자기 사업을 준비 중이거나 이미 하고 있음.

- 술을 마시기도 하지만 다음날 중요한 일정이 있거나 몸 관리를 해야 하는 때라면 컨트롤함. 하지만 술을 한잔하고 싶은 날에는 논알코올을 구매하여 마심. 혹은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을 때 논알코올을 사서 가기도 함.

② 남을 위해 마켓노드를 이용하는 사람

- 사람들을 챙기는 것을 편안해하는 세심한 성격의 / 20대 후반 ~ 30대 중반 / 여성

- 평소 지인들을 초대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좋아하며, 선물하고 베푸는 것을 좋아함.

- 문과 계열 종사자, 커리어 계발보다는 정서적 행복감을 쫓음. 사치를 부리지는 않지만, 본인에게 가치 있는 소비라고 생각되면 큰 지불도 기꺼이 하는 편임.

- 술을 잘 못 마시거나 지병/임신 등 이유로 마셔서는 안 되는 친구를 위해 논알코올/무알콜 주류를 구매함. 파티를 위해 구매하거나, 그 친구의 생일 기념으로 구매하여 선물함.



Q. 마켓노드만의 큐레이션(편집) 기준이 있다면?

- 브랜드들을 어떤 기준으로 큐레이션 해오시는지 알려주세요!

A. 우리의 브랜드 큐레이션 슬로건은 ⟨Good products, with good ingredients, by good people.⟩ 이예요.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쳐 큐레이션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1) 사전 조사

 - 고유한 철학과 스토리를 가진 브랜드들을 선정합니다. 현재의 판매량이나 시장 점유율에 기준을 두지 않고, 제로부터 시작하여 브랜드를 선정합니다.

 - 제품에 함유된 성분과 다양한 인증서를 꼼꼼하게 검토합니다.

2) 제품 검토

 - 브랜드의 철학이 실제 제품과도 연결되는지를 살핍니다.

 - 패키징, 보틀 재질과 쉐입, 컬러와 향 등 모든 심미적 요소를 살핌으로써, 고객으로 하여금 가치 있는 소비 경험이 될 수 있을지 검토합니다.

3) 시음

 - 전 제품 대상 시음을 통해 완성도 높고 정교한 맛을 선사하는지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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