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노드 논–알콜바> 이야기 (1)
인력, 비용, 시간 ⋯
여러 이유로 고민도 생각도 많았지만 마켓노드가 오프라인 팝업을 열기로 결심한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1. 브랜드 방향성
마켓노드는 작고 가벼워도 단단한 뿌리를 가진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우리의 뿌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쉽고 편하게 논알콜을 즐기는 물리적, 문화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고요. 이를 위해 지리적 제한 없이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한 온라인 플랫폼을 먼저 론칭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은 '쉽고 편하게' 구매하는 것은 가능해도, '즐길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마켓노드가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만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지 모릅니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논알콜을 쉽게 경험하게 하려면, 오프라인으로 다가가서 논알콜을 소비하고 경험하는 과정을 더 즐거운 기억으로 남겨줘야 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2. 고객 경험
뻔한 얘기겠지만, 고객 경험 때문입니다. 오프라인에서는 논알콜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사실 거의 없습니다. 편의점, 할인마트는 대기업에서 제조된 맥주 상품 위주이고, 구매만 할 수 있을 뿐 '경험'은 어렵죠. 간혹 레스토랑에서 논알콜 와인을 볼 수도 있지만 엄청난 서치를 통해 알아보고 가야 하고요. 내가 가려는 지역에 논알콜 와인을 마실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는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논알콜/무알콜 와인이나 진, 럼 등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오프라인 팝업을 통해 논알콜/무알콜을 쉽게 접하고 편히 즐길 수 있는 경험의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마켓노드는 각 논알콜 상품의 특성과 기능적 효험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 "논알콜을 이렇게 즐겨볼 수 있어요."라는 일종의 '그림'을 현실로 보여드리고 경험해야,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따라서, 일방향적인 소통인 광고를 태우거나 고객의 마음에 깊이 닿기에는 한계가 있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고객에게 먼저 우리와 논알콜을 알리면서 나아가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었습니다.
3. 상징성
'논알콜'하면 마켓노드를 떠올릴 수 있게끔 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마켓노드는 논알콜 산업에서 유통사로서는 거의 처음으로 시장에 진입하였고, 모든 것을 처음부터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얼리 스타터로서 우리가 주도하여 시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가 열어주는 길대로 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우리가 먼저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실제로 마켓노드는 국내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논알콜/무알콜 전문 바를 운영한 셈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노력이 고객에게 잘 인지되어 '논알콜' 하면 마켓노드를 떠올리길, 누군가의 논알콜의 시작이 마켓노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팝업을 결심했습니다.
4. 장기적인 효과
사실 이번 팝업의 목적과 목표를 모객과 매출에 두지 않았습니다. 매출은 그렇다 쳐도 모객은? 하고 의아해하실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6일간의 팝업 짧은 기간 동안, 그것도 연희동 뒷골목, 2층, 작은 공간에서 모객이 팝업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요소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모객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요.) 오히려 팝업 현장을 통해 많은 콘텐츠를 생성해 내고, 그것을 통한 장기적인 인지와 바이럴 효과를 생각했습니다.
특히 최근에 '공간'에 대한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논-알콜바>라는 콘셉트 자체가 상징성을 가진 국내 첫 시도이기에 많은 분들에게 마켓노드를 각인시킬 수 있는 참신한 포인트라고 생각되었고, 팝업에 오시지 않더라도 많은 고객분들을 통해 팝업 관련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서 마켓노드가 오프라인 팝업을 진행할 정도로 많은 고민과 열정을 쏟고 있는, 우리의 진정성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게 두었습니다. (3번에서 언급된 상징성과도 결부되는 부분입니다.)
모객만을 위해 팝업을 진행했어도 좋았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갓 세상에 발을 내디딘 작은 플랫폼은 예산이 적습니다. 모객을 위해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화려한 설치물이 가득한 팝업을 무리하게 연다면 오히려 없는 예산 다 소진하고 체리 피커만 가득한, 제대로 남는 게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한 뒤, 공간 자체에 대한 예산은 최대한 적게 잡되 팝업 전후의 바이럴과 인지, 현장에서 깊이 있는 고객과의 유대 관계 형성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팝업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그당시에는 참 빠르게 결정했나 싶었는데, 나름의 수많은 고민 끝에 진행했던 팝업이네요.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마켓노드 같은 극초기의 온라인 커머스 스타트업이 어떻게 오프라인 팝업을 준비를 했는지 실무적인 과정을 공유합니다.
궁금한 부분이나 수정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다음 에피소드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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