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때 그 시절들
사실 아이돌이었던 배우들이 나오는 드라마는 크게 당기지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노출되는 쇼츠 덕분에 태풍상사라는 드라마를 알게 되었습니다. IMF 시절 향수를 이용한 그냥 그런 드라마라고 생각을 했는데, 대사들이 자꾸 저의 마음을 건드렸습니다.
틈틈이 한 편 한 편 보면서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제가 IMF, 금융위기를 지나오면서 보고 경험하면서 배웠던 것들을 자꾸 떠올리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제 주위의 친구들은 "명예퇴직"을 한 부모님들 때문에 괴로워했습니다. 하지만 양가 포함해서 총 9명의 친가 외가 삼촌들 중에서 8명이 사업을 했었기 때문에 제가 보고 들은 것들은 더욱 비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이 "대한민국"의 위기가 꼭 모든 국민들에게 위기는 아닙니다. 누군가는 기회로 이용을 하고, 누군가는 나라의 몰락과 함께 같이 몰락을 하기도 합니다.
9명의 삼촌들 중 일부는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어려운 경제생활을 하고 계시지만 어떤 삼촌들은 사업을 한 층 더 키워 놓기도 했습니다.
"부도"라는 말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요?
사람들은 머릿속에 모든 것을 계산에 두고 살아갑니다.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나서 대중교통을 몇 시에 타면 몇 시에 도착을 하겠구나, 내가 월급이 얼마이니 어떤 집을 얼마의 대출로 사서 얼마씩 갚으면 되겠구나, 지금 경제 상황이 이러니 내가 이렇게 투자를 하면 얼마의 목돈이 내년에 생기겠구나와 같은 여러 계산들을 하면서 삽니다.
그런데 그런 계산이 잘 맞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인생이 계산대로만 굴러간다며 얼마나 좋을까요? 그만큼 쉬운 인생도 없을 것입니다.
사업을 하면서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합니다. 이틀 후에 어느 회사에서 어떤 대금이 들어오니 사흘 뒤에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줘야겠다. 언제 대금이 들어오니 그 돈으로 저 회사에서 물건을 산 대금을 갚으면 되겠구나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다가 어떤 회사에서 들어올 대금이 안 들어오고, 내가 내야 할 사업자 대출의 이자 납입일이 다가오고, 다른 회사에 돈을 줘야 할 날짜가 다가오고 그러다가 은행, 거래처, 직원 등에게 돈을 못 주기 시작하면 그게 바로 부도가 나는 것입니다.
개인들의 재정 상황에서도 똑같습니다. 집을 사면서 대출을 받았는데 갑자기 이자가 오르고, 세입자를 둔 집에서 나오는 월세를 고려해서 다른 대출을 받았는데 갑자기 세입자가 나가서 월세가 안 나오기 시작하면서 개인에게도 부도와 파산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IMF 시기와 미국 발 금융 위기 시절에는 환율 때문에 웃고 울던 사람들도 참 많았습니다.
외국으로 "대학교" 유학을 갔던 친구들 중 몇 명은 부모님이 학비를 더 이상 보내줄 수가 없어서 결국에는 지금까지 고졸로 살고 있기도 합니다. 또는 마지막까지 아이들 학비를 모두 보내기 위해서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쓴 부모님들도 많이 계십니다.
반대로 수출업을 하던 분들은 대금으로 받은 달러 덕분에 엄청난 환차익을 봤고 그 돈으로 폭락을 한 잠실 5단지 등의 아파트를 사면서 지금까지도 여유롭게 지내고 계십니다.
저에게는 IMF 때 자신의 노후를 준비했고, 2008년 금융 위기 때 아이들의 노후 준비를 마쳤으며, 언제가 올 다음 기회에는 손자들의 노후 준비를 마치려고 한다는 말씀을 농으로 하기도 하십니다.
"태풍상사"에 나오는 에피소드이기도 하지만 수입한 물건을 전략적으로 반품을 함으로써 엄청난 환차익을 본 분도 제 주변에 계시기도 합니다.
20세 전후의 저에게 제일 이해가 안 되었던 부분은 사람들이 자신의 "금"을 나라를 위해서 기부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금 기부 관련 생방송을 보면서 과연 저 금은 어디로 가는 것이고, 누가 어떻게 관리를 해서 국가 부채를 갚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물론 국민으로서 국가의 도움을 받고 자신의 삶이 좋아졌다고 생각을 하면 얼마든지 기부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과 정부가 국내외에서 여러 종류의 대출을 받고 그것이 문제가 되어서 은행, 기업 등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저는 생각을 했고, 그 부분을 왜 개인들이 자신의 재산을 기부를 해서 도와야 하는지를 이해를 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저는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요즘 금 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저는 IMF 때의 금 모으기 운동이 자꾸 떠오릅니다. 대부분이 회사를 다니지 않는 자영업자이거나 또는 나이가 든 분들이었을 것입니다. 회사를 다녔다면 명예퇴직 등으로 어려웠을 것이니 금을 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기업들은 자신들의 문제로 나라를 위해서 기부를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보통 사람들이 만약 그때 금을 기부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가지고 있던 금은 지금 얼마의 가치를 할까요? 그리고 그게 자신과 가족들의 자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당시 그 금들은 도대체 누가 어떻게 관리를 하고, 어떤 식으로 나라의 경제에 도움을 줬을까요? 물론 잘 찾아보면 답이 있겠지만 그냥 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입니다.
이제 미국의 S&P 500은 7,000이라는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코스피 지수도 4,000을 넘었습니다.
여행 유튜버들도 자신들이 배당으로 여행을 다닌다면서 투자 관련된 영상을 올리고, 다른 사람들도 여기저기에 자산들의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코로나 때부터 눈을 감고 미국 주식이나 사도 대부분이 오른 이 상황에서 모두가 투자의 귀재가 되고, 투자에 재능이 있다고 말하고 다니는 이 상황이 마치 IMF와 금융 위기 직전의 상황을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미국 시장의 경우에는 저는 더 많이 오를 것 같다고 생각하며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 말 주식 수익률 자랑 대잔치가 여기저기서 벌어진다고 해서 어떤 위험의 징조라고 생각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언젠가는 다가올 위기의 순간을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고, "태풍상사"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그런 부분을 더 떠올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