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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영신 Mar 11. 2021

관광을 위해 삶을 포기하지 않는 법

관광이 삶을 쫓아낼 때 1



관광객은 그저 숫자가 아니다. 마을과 도시를 집어삼길 만큼 거대하고 무서운 속도로 몰려오는 관광객들에게 집과 마을과 삶이 뿌리채 흔들리는 것을 경험하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한 여성은 세계를 향해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단지 겨우 한두 시간 방문하는 이들만을 생각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나의 동네를 떠나야만 하나요? 이것이 공정한 것인가요?" - Bye Bye Barcelona 중에서     


그 엄중한 물음에 바르셀로나 시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놀랍게도 바르셀로나 시는 작은 걸음들이지만 진중하게 시민들의 고통에 응답하는 시정을 펼쳐가기 시작했다. 2014년 5월, 당선된 주택운동가 출신 시장 에이다 콜라우다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지키는 것이 관광객의 즐거움 보다 더 중요하다” 고 선포하며 새로운 정책들을 펼치지 시작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광객의 인원제한과 신규 호텔 허가의 중단이었다. 


그는 현재 도시 중심부에 지나치게 많은 호텔이 건립되고 있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아파트 불법 임대(에어비앤비)가 늘면서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값 상승으로 기존에 살던 주민들이 지역을 떠나면 도시의 개성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특정 지역이 아니라 바르셀로나 전체로 관광객들을 분산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관광객으로 인해 주민들이 장을 볼 수도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을 파악하고 2015년 4월, 바르셀로나의 가장 큰 시장이자 관광지인 ‘보케리아’의 입장시간과 관광객수를 통제하기 시작했다. 


“관광 명소로 부상하기 전부터 해산물·육류·과일 등 신선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어 카탈루냐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 온 보케리아 시장은 하루 평균 30만 명이 방문하는 유럽 최대의 재래시장이다. 보케리아 시장은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금요일과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15명 이상 단체 관광객들의 출입을 막기로 했다. 만약 제한된 시간대에 15명 이상의 관광객 그룹이 시장을 방문하면 보안 요원이 해당 규칙을 알리고 이들을 퇴장시키기로 결정했다. 시장상인연합회의 청원을 계기로 이 같은 규정을 만든 바르셀로나 시청은 “시장의 발전을 돕고 시장 내부의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보케리아 시장뿐만 아니라 가우디 안토니의 건축물로 인기 관광 명소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구엘공원도 관광객이 지나치게 몰려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자 1일 입장객 수를 제한하고 있다.“(2015년 7월,한국경제매거진)   

 

그것은 쉬운 결정과 걸음이었을까?


관광을 통제하지 못하면 관광에 의해 삶이 통제된다. 


바르셀로나의 관광객수가 많다는 것은 이 도시의 경제가 상당 부분 관광에 기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일이다. 실제로 바르세로나 지역 경제의 약 14%가 관광을 통해 발생되고 있고, 약 12만개의 일자리가 관광과 관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6년 오픈 예정이던 직원 450명이 일하게 될 5성급 호텔의 승인을 불허한 상태다. 연이어 바르셀로나시는 시민들이 이토록 일상생활까지 관광객에 의해 침해받는 듯한 불편함에 다다르게 된 원인을 에어비앤비에서 찾아내고 에어비앤비에 대한 법령을 정비하고 규제를 시작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의하면 바르셀로나 내 에어비앤비 숙소는 1만5000개에 달한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숙소가 늘어나면서 젊은 관광객들이 폭증했고, 이들의 치기 어린 일탈행동이 지역사회를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게 시민들의 주장이다.


한 시민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에어비앤비 때문에 밤새워 놀고 싶어 하는 관광객들과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해야 하는 주민들이 한 공간에서 지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마치 아파트 건물 전체가 학생들로 북적이는 유스호스텔로 변해버린 느낌”이라고 호소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시민들이 관광객 홍수를 피해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것처럼 바르셀로나 역시 토박이들이 더 이상 살기 힘든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시민은 “베네치아는 도시가 아니라 살아있는 박물관이 돼버렸다”며 “바르셀로나도 그렇게 되기 전에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2015년 08.13.오애리)     


관광으로 인해 도시가 무너져 버릴듯한 어려움 속에서 바르셀로나는 “성장”대신 지속가능한 ‘일상’과 “책임있는 여행”을 향해 급 선회를 하고 있다. 사람들이 바르셀로나에 오는 이유는 살아있는 바르셀로나를, 카딸로니아의 문화와 예술을, 다른 도시의 낯선 일상을 마주하기 위함이라는 여행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 가장 중요한 보폭일 것이다.     


여행을 하는 사람도, 여행자를 맞이하는 사람도 함께 행복한 여행을 만들어 가는 것은 이제 다만 한 여행자의 태도를 바꾸는 것에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와 대안으로 서로 불편함을 견디고 새로운 방향을 향해 걷는 마음과 정책이 있어야 한다는 새로운 이정표를 바르셀로나를 통해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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