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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삶을 위한 물?
관광을 위한 물?

관광객, 주민보다 3배 더 많은 물 사용

by 임영신



KakaoTalk_20250905_102736625.jpg 가뭄으로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자 사천의 물을 길어 농업용수로 실어나르는 강릉@김영남 제공


2025년 여름, 강원도 강릉에서는 연일 사상최대의 가뭄 소식이 들려왔다. 6개월간 누적된 강수량은 평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87.7mm에 그쳤고, 강릉시민 20만 명의 생명수나 다름없는 오봉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냈다. 9월 3일 저수율은 13.9%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며 재난의 수위를 올리고 있다. 강릉시는 가뭄극복을 위해 8월 20일부터 시민들에게 수도계량기를 50%만 열도록 독려하며 1단계 제한급수를 실시했다. 그러나 저수율이 위험 수위인 15% 아래로 떨어지자 29일에는 75%까지 수도꼭지를 잠그는 2단계 제한급수를 강행했다. 공무원과 동장들이 가가호호 방문해 수도계량기를 잠그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지만, 가뭄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시내 곳곳의 공중화장실 47곳이 폐쇄됐고, 학교들은 음수대 사용을 중단하고 학생들에게 생수를 나눠주는 등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문제는 가뭄과 관광 성수기가 정확히 일치한다다는 것이며, 관광산업에서 통상 주민보다 1.3에서 3.3배 이상 많은 물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KakaoTalk_20250904_135538947_02.jpg 8월 성수기 강릉을 찾는 관광객은 평균 18만명, 8월초 성수기엔 20만명을 쉽게 넘어선다. 사진@김영남
화면 캡처 2025-09-04 150043.jpg 가뭄으로 소방차로 물을 실어나른 8월 한달, 1천개 객실규모의 바닷가 호텔들은 수영장 운영을 멈춘 적이 없다. 사진@김영남


관광객, 주민보다 3배 더 많은 물 사용

2023년 스페인 호텔을 대상으로 한 MDPI 연구에 의하면 고급 호텔 투숙객 1명당 하루 물 사용량은 평균 401-433리터에 달한다. 물론 호텔의 물 사용량은 등급과 시설에 따라 달라진다. 관광도시 바르셀로나 호텔길드 통계에 의하면 5성급 호텔 투숙객 1인은 하루 평균 545.5리터의 물을 사용한다. 유럽연합에 의하면 호텔 객실 하나당 연간 물 사용량은 60,000-220,000리터(일평균 164-603리터)에 달한다. 연구마다 차이는 존재하지만 본질은 시민들이 사용하는 물의 양보다 관광객이 사용하는 물의 양이 몇 배나 많다는 것이다. 2022년부터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관광도시 바르셀로나의 가뭄대처 보고서에 의하면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은 163리터였다. 그러나 관광객의 물 사용량은 시민 대비 최소 1.4배(3성급, 232리터)에서 최고 3.3배(5성급, 545.5리터)에 달했다. 인구 160만명의 도시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는 관광객은 연간 3천만명, 그 관광객들이 쓰는 물의 양이 함께 관리되지 않는다면 도시정부의 가뭄대책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1성급 호텔: 114.5 리터

2성급 호텔: 188.4 리터

3성급 호텔: 232.0 리터

4성급 호텔: 340.5 리터

5성급 호텔: 545.5 리터

Barcelona City Council, 「Drought emergency in Barcelona」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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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보다 관광객이 더 많은 물을 쓰는 8월 성수기


강릉은 어떨까? 2023년 환경부가 발표한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강원특별자치도 주민 1인당 하루 물 사용량(LPCD)는 344.2리터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만약 20만 강릉인구가 강원도 평균 상수도 사용량을 쓰고 있다고 가정하면 필요한 생활용수는 단순계산으로 하루 약 6.8만톤이다. 문제는 가뭄이 극에 달하는 8월이 관광의 극성수기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화면 캡처 2025-09-03 162000.jpg 강원도 주요 관광도시 월별 방문자 현황, 강릉은 15만-20만 내외, 출처 : 강원관광재단


한국 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강릉 방문 관광객은 약 3300만 명, 8월 한 달 방문자 숫자는 2024년 기준 384만 308명, 단순계산으로도 하루 평균 13만 명 선이다. 사람이 몰리는 극성수기에는 20만 명을 쉽게 넘어서게 된다. 즉, 8월 한 달 강릉에서는 주민 20만 명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에 더해 하루 평균 적게는 13만 명에서 많게는 20만 명까지 관광객의 물 수요가 더해졌다는 것이다. 더구나 바르셀로나시 통계에서 확인한 것처럼 관광객은 현지인에 비해 최소 1.3배에서 3.3배에 달하는 물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8월의 강릉에서 가장 많은 물을 쓴 사람은 호텔과 관광산업이었을 것이라는 주민들의 추측도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다.


삶을 위한 물? 관광을 위한 물?

2025년 9월 3일 기준 국내최대 숙박플랫폼 '여기어때' 검색 기준 강릉의 숙박시설은 600개에 달한다. 2025년 7월 31일에는 호텔 신라의 모노그램이 917개의 객실 규모를 자랑하며 대대적으로 개장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우후죽순 개발허가를 득한 바닷가 대형 호텔들은 수영장과 아름다운 정원, 스파 등을 갖춘 고급호텔들이다. 문제는 가뭄이 극에 달하는 시기, 엄청난 양의 물을 사용하는 대형 호텔들에서는 어떤 조취도 취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생을 교동에 살아온 강릉사람 오모씨(45) 역시 "세탁기도 함부로 못돌리는데, 호텔에서 인피니피 풀을 즐기고, 풀 빌라에서 물놀이를 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관광도시에서 가장 먼저 물을 써야 하는 영역은 삶이 아니라 관광객이란 것인가?" 격앙된 목소리로 물 공급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밑빠진 독은 호텔만이 아니었다. 기후정의 네트워크에의하면 통상 골프장 하나에서 쓰는 물의 양은 1일 평균 900톤, 강릉의 18홀 골프장 두 곳에서 쓰는 물의 양이 하루 최소 1,800여 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강원도 평균 물 사용량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시민 5,230명의 하루치 물 사용량에 달하는규모다. 골프장 근처의 한 시민은 "우리는 설거지물도 받아서 화장실 물 내릴 때 쓰는데, 골프장은 새벽부터 필드에 물을 펑펑 뿌리고 있다"며 "이게 맞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원은 커녕 농작물에 줄 물이 부족해 작물들이 고사하는 가뭄의 도시 강릉에서 밑빠진 독 마냥 펑펑 물을 쓰고 있고 호텔과 골프장의 낯선풍경에 성난 민심은 수그러들 줄을 몰랐다. 강릉 맘카페에서는 분노한 시민들의 글이 끝도 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호텔의 풀 파티 광고를 캡쳐해 시에서 조취를 취해야 한다고 강력히 호소하는 의견, 호텔과 리조트에 누진세를 부과해 물을 공급하는데 쓰자는 의견... 분노에서 시작된 목소리는 정책적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뜨거워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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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맘카페에 올라온 글들


강릉에서 오랜 동안 활동해 온 공정여행가 올라는 강릉의 숙박시설이 급증한 것은 평창올림픽이 기점이었음을 상기시켜주었다. "올림픽을 위한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도립공원 안 보호지역까지 대형호텔 허가가 났죠. KTX개통과 함께 붐을 이루듯 바닷가에 지어진 새로운 호텔은 물론, 펜션들 조차 수영장을 갖춘 풀빌라가 주를 이루었죠.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은 양적성장만을 목표로 한계가 없는 것처럼 개발일변도로 달려온 강릉시 지구가 생태적 임계점이 있음을 알려준 셈인거죠"

가뭄은 멈추어 설 줄을 몰랐고 행안부는 마침내 8월 30일. 행정안전부는 강릉의 가뭄을 '재난사태'로 선포했다. 9월 1일부터 하루 3,000톤을 목표로 정부는 가용 가능한 수자원을 강릉에 쏟아붓기 시작했다. 8월 내내 꿈쩍않던 특급 호텔들이 대대적인 보도자료를 내며 절수에 동참하기 시작한 것 역시 9월 1일이었다. 150개 이상의 객실을 가진 대형호텔들부터 조정안을 내어놓기 시작하며 '강릉 가뭄 여파' 호텔·리조트 사우나·수영장 줄줄이 문 닫는다"는 기사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강릉시민들은 호텔들의 뒤늦은 대책마련은 정부의 '재난사태' 선포 직후가 아니라 정학하게 '8월 성수기 영업이 끝난 직후'였다고 바로잡는다.


수영장 대신 삶을 택한 바르셀로나의 가뭄정책

가뭄이 가져온 낯선 강릉의 풍경들 위로 2024년, 바르셀로나에서 마주한 가뭄의 풍경들이 겹쳐져왔다. 2024년 10월말, 기후여행자 마지막 취재를 위해 도착한 바르셀로나 거리 곳곳은 펜스가 둘려쳐져 있었다. 가로수에 왜 사람들이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것인지 묻자, 바르셀로나 관광청 실비아는 설명해주었다. "연이은 가뭄에 생활용수가 부족해 가로수에 오랫동안 물을 주지 못했어요. 뿌리가 약해진 가로수가 쓰러지며 시민들이 다치는 사고가 있어 보호조취를 취하기 시작한거죠" 세계 3대 관광도시인 바르셀로나 역시, 몇해째 이어진 가뭄과 물부족은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난제였다. 022년 유럽전역을 강타한 가뭄사태 이후 유럽 3대 분수라 불리우는 몬주익 분수의 운영시간이 단축되었고, 해변의 공공 샤워시설마저 시간을 최소화했다. 개인들의 가드닝에도 제한을 두었고, 도시의 가로수나 공원을 관리하는 조경용수도 지하수나 재생수로 대체했으며, 지하수를 활용해 거리 청소를 했다. 관상용 분수와 인공 연못도 멸종위기 동물 보호용이 아닌 이상 모두 차단했다.

그럼에도 2024년 2월, 극심한 가뭄이 다시 발생하자 바르셀로나시는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모든 호텔 수영장의 물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 시민들의 물 사용량을 최대 하루 200리터로 제한했다. 바르셀로나가 속한 카탈루냐 지방 정부는 지역 내 지자체에서 주민의 물 사용량(200리터/일)이 3개월 연속 초과될 경우, 해당 지역의 호텔 투숙객에게 1인당 하루 100리터의 물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강도높은 정책을 발표했다. 지침을 어기고 시민들의 물 사용량보다 더 많은 물을 사용하게 될 경우 1일 투숙객의 물 사용량을 절반으로 제한하겠다는 하는 뜻이었다. 기후쉼터로 지정된 호텔 수영장 외에는 물 보충이 금지되었고 주민부터 관광객까지 공존을 위해 물을 아껴서 사용해야 했다. 가뭄이 심각해지고 있다지만 수영장의 물을 통제한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바르셀로나 관광청 호안 국장은 관광도시 바르셀로나에서 호텔 수영장의 급수를 제한한 이유를 묻자 명쾌하게 답했다.

"시민들의 살아갈 권리가 도시정부의 가장 중요한 가치니까요. 물은 부족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위기 상황이라면 시민이 먹고 마시며 살아가는 일이 최우선에 놓이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요?" 한 도시가 관광지가 된다는 것은 주택과 거리 뿐 아니라 물과 바람 같은 한정된 자원 역시 공유하는 일이며, 그것이 부족할 때 무엇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 지를 바르셀로나는 선명히 보여주었다. 공정관광 전문가 헤럴드 굿윈 교수는 "지속가능한 삶이 없다면 지속가능한 관광은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바르셀로나의 선택은 장기적으로 가장 지속적이고 책임있는 관광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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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르카 "관광세로 물 인프라 개선"

오버투어리즘과 물 부족 등으로 오랜 동안 어려움을 겪어온 것은 대표적인 관광지 마요르카 역시 마찬가지였다. 관광개발에 기대어 성장해온 마요르카는 시민들의 저항과 관광의 사회적 전환요구에 힘입어고 '지속 가능한 관광을 위한 세금(eco-tax)'을 도입했다. 비판적 관광연구자 클라우디아 밀라노 교수는 "관광객들이 물과 환경의 비용을 치르는 것이 당연하다. 관광은 비관광 부분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물과 자원도 사용하기 때문에 관광업에서의 이윤만으로 그 비용을 정산할 수 없다. 비관광 부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책임있는 관광이 필요하다" 고 관광세금의 의미를 짚었다. 관광호텔에 누진세를 적용해 시민들을 위한 물 공급 비용으로 쓰자는 강릉 맘카페 회원의 의견이 허황된 아이디어가 아니란 것을 입증하는 일이었다. 마요르카 시는 확보된 재원을 통해 노후화된 물 공급망을 교체하고, 해수 담수화 시설 확충 등 지역 물 인프라 개선 사업에 재투자해왔다. 즉 단순히 물을 아껴 쓰라는 규제에 그치지 않고, 관광객이 직접 지역 자원 보존에 기여하게 하는 자생적이고 구조적인 해결책을 구축해온 것이다.


관광의 숨겨진 부담

살펴본 것처럼 관광은 더이상 굴뚝없는 공장이 아니다. 청정산업이라 불리우는 관광산업에는 드러내지 않았던 '숨겨진 부담(Hidden Burden)'이 존재할 뿐이다. 그 전형적인 사례가 관광도시의 가뭄이었다. 생존과 직결되는 숨겨진 부담 중 하나가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이다. 호텔과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직접적인 물뿐 아니라, 관광 인프라 건설과 유지보수, 식음료와 어메니티 생산에 필요한 간접적 물 사용량까지 모두 포함하면 실제 관광의 물 사용량은 우리가 추산한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

강릉에서 바르셀로나까지 물과 삶, 관광과 물 발자국을 따라가며 확인하게 되는 것은 관광산업은 관광객 한 사람이 일반시민보다 훨씬 많은 물을 사용하는 구조를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투어리즘 컨선에 의하면 호텔이 마을에 들어서개 되면 객실 하나당 1.5톤의 물을 보유해야 하며, 워터파크나 인피니티 풀이 있다면 물 사용량은 3.5톤까지도 늘어난다. 인도의 고아지역의 5성급 호텔 하나가 인근 20개 마을 주민들이 쓸 물의 양 모둘를 가져다 사용해 주민들이 가뭄에 시달리기도 했다.

기후위기 시대, 가뭄과 폭염이 더해가며 물의 문제는 위기 상황에서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도 있는 문제다. 해외 사례에서 보듯, 관광도시일수록 '생존 vs 경제' 사이의 균형과 선택은 불가피 하다. 관광정책 연구자 C. Hall은 "모든 정책은 정치적 선택이며, 어떤 가치를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라고 선명하게 정의했다. "관광은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환경적,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며, 정책 결정은 이러한 상충하는 가치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가뭄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물 배분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기술적 계산이 아닌, '시민의 생존권'이라는 가치와 '관광 경제'라는 가치 중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길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 선택이란 뜻이다.

기후위기 시대, 점점 더 강파른 가뭄과 폭염의 시대를 마주해야하는 관광도시 강릉, 물 배분의 우선순위는 어디에 놓여야 할까? 물론 관광이 사라지면 관광도시의 경제적 토대가 흔들리는 경제적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가치를 최우선의 순위에 두고 시민들의 삶 전체가 위협에 빠지는 결정을 해나가도 괜찮은 것일까? 지난 8월의 강릉처럼 도시 한 켠에서는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며 시민들에게는 75% 벨브를 잠글 것을 요청하는 것이 반복되어도 괜찮을까? 강릉의 가뭄은 우리 모두에게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 먼저인가?" 질문을 건네고 있다.


오버투어리즘과 제로투어리즘 사이, 질문과 전환의 시간

행정안전부의 재난지역 선포 이후 호텔들은 수영장을 중단하고 사우나를 폐쇄하기도 했다. 그러나 행안부보다 먼저 지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가 재난의 시대에 도착해 있음을 선언했다. 강릉의 가뭄은 기후위기가 가져온 재난 중 하나의 사인일 뿐이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의 40%를 절감하지 않으면 지구온도 1.5도씨 상승을 막을 길이 없다. 관광은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전체 탄소배출량 중 10%의 책임을 차지하고 있다.

가뭄이 드러낸 것은 단지 저수지의 바닥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삶을 지키는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관광정책의 부재를 드러내는 일이었다. 강릉 시장의 말처럼 비가 오면 가뭄은 언젠가 해갈될 것이다. 그러나 강릉 시민들은 이미 이 도시에 살아갈 시민의 권리와 생태계보다 관광의 이윤 추출만을 돕는 기업주의적 관광정책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삶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목도했다. 기후위기 시대, 지구도 자연도 무한하지 않다. 코로나 처럼 재난과 위기로 제로투어리즘에 도착한다면 삶의 최저선이 무너져 내리는 위험에, 경제적 이익만을 기준으로 오버투어리즘을 향해 달려간다면 생태적 한계선을 무너뜨리는 붕괴에 다다르고 말 것이다.

2025년 강릉의 가뭄은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해주고 있다. 기후위기와 오버투어리즘의 시대, 삶의 최저선을 높이되 생태적 임계점을 넘어서지 않는 안전하고 정의로운 장소를 여행자와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기후여행으로의 전환은 우리에게 더이상 선택이 아니라 책무가 되어 있다. 비가 와서 강릉의 가뭄이 어서 해갈되기를, 그리고 다시는 주민도 여행자도 가뭄으로 고통받지 않는 지속가능한 강릉에 다다를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주요출처

정부 통계 및 공식 자료:

환경부, 「2023년 상수도 통계」 (2024.12.27 발표)

행정안전부, 「2025년 주민등록인구통계」 (2025.01)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골프장 물 사용 현황」 (2023)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

https://datalab.visitkorea.or.kr/datalab/portal/nat/getContAnaForm.do


해외자료

Antonova, N., Mendoza-Jiménez, J., Ruiz-Rosa, I. (2023). "Determinants of Water Consumption in Hotels: New Insights Obtained through a Case Study." Water, 15(17), 3049.

Barcelona City Council, 「Promotion of water conservation in the city in response to the drought」 (2024)

https://www.barcelona.cat/infobarcelona/en/tema/environment-and-sustainability/barcelona-entra-en-emergencia-per-sequera-2_1366201.html

Catalan News, “Government to limit tourist water consumption due to ongoing drought,” 2024.04.15

Hall, C. M. (2011). A review of the tourism and climate change adaptation literature.Current Issues in Tourism, 14(5), 405-442.

Euronews, “Catalonia tourists may soon face water restrictions, 2024.04.17

언론 보도:

경향신문, 「'재난 사태' 선포 강릉, 결국 저수율 마지노선 15% 무너졌다」 (2025.08.31)

파이낸셜뉴스, 「극한 가뭄 강릉시 '재난 사태' 선포」 (2025.08.30)

한국일보, 「강릉시 가뭄 재난사태 선포, 정부 물 공급 총력 대응」 (2025.08.30)

'강릉 가뭄 여파' 호텔·리조트 사우나·수영장 줄줄이 문 닫는다


현지 취재 및 인터뷰:

바르셀로나 관광청 실비아 플로레스 (2024.10)

강릉 지역 관광전문가 인터뷰 (2025.08)

강릉 맘카페 게시글 (2025.08.30-9.1)


단행본

이혜영, 임영신, 「희망을 여행하라」, 소나무, 2018

임영신,「기후여행자, 열매하나, 2025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2641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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