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사람에게만 글을 써야 한다면 나는 너를 위해 쓰겠어
엘림아. 엘림이는 이제 첫 돌을 지나 인생의 두 번째 해를 살고 있어.
엄마는 엄마로서 두 번째 해를 살고 있고.
자주 그런 생각이 든단다. 어떻게 내가, 엄마가 되었을까?
엄마 - 하고 불렀을 때 떠오르는 그 모든 느낌들. 내가 아는 엄마의 그 따뜻한 역할을 너에게도 소화해내 주어야 할 텐데.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것은 아니거든.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고, 그분의 딸로만 30여 년이 넘는 시간을 살았어. 엄마라는 단어는 철저하게 그분을 위한 것이지, 나를 지칭하는 단어가 될 것이라고 실감하지 못한 채 살았던 것 같아. 여자로 태어났으니 언젠가는 엄마가 되겠지- 정도로만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
어딘가에 '엄마란 이런 존재가 되어야 해요' 하고 알려주는 학교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어. 엄마도 엄마는 처음이라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더라. 누군가 점수라도 매겨 준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도 같고 말이야. 너의 엄마로서 나는 지난 한 해 동안 어땠니? 네가 대답해준다면 나는 뿌듯할까 아님 부끄러울까.
엘림아, 너는 엄마의 또 다른 우주야.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었던 어떤 작은 우주가 불현듯 나의 세상에 나타났어.
나의 세상, 나만의 우주 속에서 살아가던 엄마였는데, 너라는 작은 우주를 발견한 순간부터 두 개의 세상을 보듬으며 살아가고 있단다. 마치 지구와 달처럼 자신만의 시간에 맞춰 자전하면서 또 함께 공전하는 우리 두 사람.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하루 온종일 너라는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데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도통 알 수가 있나. 엄만 네가 참 궁금하고 신기해. 날마다 조금씩 자라며 지경을 넓혀가는 너란 우주를 구경하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이란다. 어제보다 또 조금 자란 네가 어제와는 또 다른 것들을 무서운 속도로 배우는 걸 지켜보면서 가끔 조금 겁이 나기도 해. 혹시 꼭 지금 네게 전해줘야 할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렵기도 해.
그래서 다시 이렇게 너를 위해 글을 쓴다. 만약에 단 한 사람에게만 글을 써야 한다면 나는 너를 위해 쓰겠어.
네게 엄마가 꼭 전해주고 싶었던 세상 일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적어볼게. 엘림아 있잖아, 세상은 참 살아볼 만한 곳이거든.
너와 함께 사계절을 지나 어느덧 다시 네가 태어난 계절이 되었어. 이렇게 스무 번 즈음 보내고 나면 너는 지금보다 훨씬 커진 너만의 우주를 가꾸며 엄마의 세상에서 멀어지겠지. 미련 없이 축복하며 너를 훠이훠이 보내주고 엄마는 다시 엄마의 세상을 가꾸며 살 거야. 한때 내게 아주 가까이 왔었던 엘림이라는 작은 우주를 자주 떠올리면서 말이야.
사랑하는 엘림아. 엄마에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2019년 8월 30일
온전히 너를 사랑한다 엘림아 Part.2 를 시작합니다.
지난 15편의 글은 한 권의 브런치북으로 묶어 두었습니다.
사랑하는 엘림이에게 전해주고픈 이야기들을 묶어 편지를 써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