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교사 책 읽기 모임을 제안하며
안녕하십니까. 독서 논술 교육 담당 교사 정은균입니다.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책 읽기 모임을 제안합니다.
지금 만나는 학생들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입니다.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교육 활동이 어떠해야 하며, 교사들의 책 읽기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언뜻 디지털 영상 문화 시대라는 현실주의 대세론에 발맞추어 디지털 친화적인 교육 활동에 더 매진해야 할 것처럼 보입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책을 읽는 행위와 같은 아날로그적인 활동이 디지털 시대와 맞지 않으므로 교사가 교육 전문성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지난 여름방학 《프루스트와 오징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인지신경학자이자 아동발달학자인 매리언 울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교육정보대학 교수가 썼습니다. 독서 연구 분야에서는 현대의 고전이라는 평가를 받는 책이라고 합니다. 글쓴이는 이 책에서 인지신경학 및 아동발달학 분야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가 책을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전제로 후천적으로 획득한 특성으로서의 읽기에 주목합니다. 읽기 능력은 후천적인 경험 여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글을 잘 읽지 못하던 사람이 읽기를 통하여 점차 읽기에 능숙해질 수 있지만 글을 잘 읽고 문해력이 좋던 사람이 읽기를 게을리 하면 독서와 문해 능력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접하고 습득하는 정보의 대부분을 스마트폰을 통해서 만납니다. 제 교실 수업이 방증합니다. 수년 전에 학생들은 국어 모둠 활동을 하면서 인터넷 검색창을 통해 들어가 <네이버 지식인>이나 <다음 백과>에서 자료를 조사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유튜브>에 업로드된 영상들을 보며 정보를 얻는 학생들이 눈에 띌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필요한 정보가 있을 때 책을 직접 펼쳐 가며 정보를 찾아 분석하고 정리해야 했던 이전 시대과 비교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아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만큼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도 나아졌다고 해석해도 될까요?
주변 상황을 둘러보면 긍정적인 답을 하기가 쉽습니다. 쇼츠나 릴스와 같은 짧은 동영상 시청에 중독된 사람들이 ‘도둑 맞은 집중력’을 하소연하고 있다는 뉴스를 한두 번쯤 접하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영화나 소설을 축약된 영상을 통해 접할 때 떠올리는 감정과 생각이 과연 제 자신의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영상 제작자들이 짜깁기하고 맞춰 놓은 해설과 해석의 틀에 따라 그들이 전면에 앞세우는 내용이 제 감정과 생각을 좌지우지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고 공부하는 어른이 아이의 성장을 북돋는 밑거름이 됩니다. 자녀가 가정에서 부모의 등을 보면서 커 나가듯이 학생은 학교에서 교사가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함께 모여 책을 읽고 공부하고 연구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배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 읽기 모임에 함께하기를 고대합니다. 함께하실 선생님께서는 쪽지 보내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2024년 8월 29일 목요일 정은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