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책 읽기 첫 모임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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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교사 책 읽기 모임 첫 일정을 가졌다. 우리 학교 전체 교사 27명 중 9명(원래 함께하기로 한 선생님이 3명 더 있었는데, 갑자기 이런저런 사정과 일이 생겨서 함께하지 못했다.)이 모였다. 우리는 30분 동안 조용히 책을 읽고 20여 분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이라 어색하고 서먹했지만, 처음이어서 설레고 기대하는 마음이 훨씬 컸다.
학교는 학사 일정표와 시간표가 조그마한 틈도 없이 매 순간 빽빽하게 채워져 있는 공간이다. 교사들이 따로 시간을 내어 함께 책을 읽고 공부하는 일이 어렵다. 행정 업무를 우선시하고, 행정 업무를 매끄럽게 처리하는 교사 되기를 은근히 조장하는 기이한 교무실 분위기도 있다. 교사들이 책 읽고 공부하는 일을 힘들게 하는 요인들이다.
우리 학교는 공식적인 학사 일과 중 2시간(45분 수업 기준)이 비수업 시간이다. 이때에도 여러 가지 회의나 협의회, 간담회, 자잘한 업무가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함께 책 읽기라는 행위의 대의(?)를 생각하지 않고서 모임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더 설레고 기대감이 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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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기 한 권을 챙겨 오신 한 선생님 말씀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답사기 저자의 글쓰기에서 ‘해찰’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는 선생님은 책을 읽은 뒤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자리에서 이 단어를 연이어 말씀하셨다.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하루 일과가 빈틈없이 바쁘게 이어지는 지금의 학교 현실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와 같은 책 읽기 모임이 우리에게 해찰의 계기를 마련해 주는 귀한 자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해찰이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뜻(일에는 마음을 두지 아니하고 쓸데없이 다른 짓을 함.) 그대로가 아니라 반어적인 뜻으로 이해해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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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영어 단어 ‘school’은 고대 그리스어에서 ‘한가, 여가, 휴식’ 등을 뜻하는 ‘Schole’에 어원을 두고 있다. 우리는 교사가 여가와 휴식 시간에 얻는 에너지가 가르침과 배움을 추동하는 강력한 요인임을 경험적으로 잘 안다. 나는 그 어느 곳보다 학교에 (반어적인 의미의) 해찰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의 품격은 다른 그 누구보다도 교사들 자신을 통해 만들어진다. 우리 학교가, 선생님들이 함께 책을 읽고 대화하고 공부하면서 만들어 가는 해찰의 시간이 번득이는 지성과 창의를 추동하는 힘으로 전화하는 품격 있는 학교가 되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