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신체 건강(7)-문화 간 의료 관행
스티븐하이네의<문화심리학CulturalPsychology>
문화 간 의료 관행
일본에서 집주인 가족과 함께 살면서 처음 감기에 걸렸을 때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유난히 심한 감기에 걸렸고 침대에 누워 비참한 기분이었다. 집주인 할머니인 나의 할머니obaachan는 항상 내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셨고, 내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걱정하셨다. 그녀는 내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삶은 문어 한 접시를 들고 내 방으로 오셨다. 그녀는 아플 때는 가능한 한 많은 영양소를 섭취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삶은 문어는 아픈 내 몸에 부족한 영양소가 매우 풍부했다. 당시 나는 식욕이 전혀 없었고 메스꺼움도 느꼈으며 기분이 매우 안 좋았다. 사실 그때만 해도 삶은 문어 한 접시보다 덜 먹고 싶은 것은 상상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었다. 할머니는 내가 어떻게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데 그렇게 무지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어했다. 아플 때 삶은 문어 한 접시를 누가 거절하겠는가? 동시에 나는 몸이 좋지 않을 때 닭고기 수프 한 그릇이 한결 낫게 해줄 것이라는, 동일한 문화에 얽매인 믿음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할머니도 나도 병을 치료하는 것에 대해 그렇게 많이 알지 못했다. 우리 둘 다 의학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님과 조부모님이 전수해 주신 민간 이론을 통해 대부분 이해했다. 이 책은 문화가 전 세계 사람들의 심리적 경험을 어떻게 형성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할머니와 나의 각 문화는 우리가 질병과 그 치료법을 이해하는 방식을 형성했다. 그러나 문화는 의사의 심리적 경험에도 영향을 미치며, 따라서 의사가 건강과 의료행위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질병의 원인, 증상 및 치료법에 대해 전 세계 의사들 사이에 많은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놀라울 정도로 문화적인 차이도 존재한다. 다른 나라에 있는 의사를 방문하면 문화에 따라 의료 관행이 얼마나 다른지 알게 될 것이다. 극단적인 경우, 한 문화권에서는 특정 표준 절차가 다른 문화권에서는 의료 과실로 간주되는 경우도 있다(이에 대한 검토는 Payer, 1996 참조).
의료 직업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이며, 거의 모든 문화권에는 사람들의 건강 상태를 관찰하고 질병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통적으로 의료 관행은 지역 관습, 특히 종교적 신념과 시행착오를 통해 파생되었다. 다양한 주술사와 치료사는 자신의 경험과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된 지식에서 기술, 의식 및 약을 도출했다(Clements, 1932; Murdock, 1980 참조). 의학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은 현대 의학의 관점과 크게 다르다. 186개 비 서양 사회에서 질병의 원인에 대한 이론을 분석한 결과 상당한 변동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Murdock, 1980). 현대 의학에서는 많은 질병이 장기 기관의 악화 또는 스트레스나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186개 사회 중 장기 기능 저하를 중요한 원인으로 보는 사회는 없었으며, 인갈리크Ingalik, 자바인, 시암족Siamese 등 3개 사회만이 스트레스를 명확한 원인으로 보았고, 일본만이 감염을 질병의 주요 원인으로 보았다. 많은 전통적인 비 서양 사회에서는 질병의 초자연적 원인에 대한 믿음이 상당히 널리 퍼져 있었다. 여기에는 유령과 같은 공격적인 영혼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일반적인 개념(가장 널리 퍼진 질병 이론)부터 주술, 마법, 신비로운 인과응보, 금기를 위반한 죄에 대한 설명까지 다양하다.
"나가는 길에 무료 항생제를 한 줌씩 챙기는 것을 잊지 마세요."
예를 들어, 서아프리카의 아잔데Azande 족은 질병의 주요 원인을 주술로 보고 있다(Evans-Pritchard, 1976). 일부 아잔데 족은 마녀로 여겨지며, 마법의 근원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몸속의 작은 기관에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의식을 거행하거나 물약을 사용하거나 주문을 외우지 않고 전적으로 마음으로 주술을 부린다. 아잔데 족이 서서히 진행되는 질병에 걸리면 마녀가 피해자의 장기의 영혼을 한 번에 조금씩 잡아먹는다고 믿어진다. 반대로 누군가 갑작스러운 급성 질병에 걸리면 마법사가 주문을 걸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잔데 신념 체계는 전 세계 전통 문화의 맥락에서 드문 일이 아니며, 질병의 근원이 되는 구체적인 이론은 상당히 다양하지만 전통 사회에서는 대다수가 초자연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현대에 이르러 의학은 과학적 방법에 의존하게 되었다. 시술 및 의약품에 대한 통제된 실험이 수행되고 그 결과가 국제 의료계 전체에 공유된다. 초자연적인 믿음은 대부분의 현대 의학 종사자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주로 종교적인 이유나 금기를 어겼거나 영혼이 자신을 위협한다는 믿음에 근거하여 질병이 초자연적인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현대 의학은 과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현대 의학에서 과학의 중심적인 역할은 전 세계 의사들이 질병에 대해 이해하는 데 있어 많은 보편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의사는 일반적으로 자신이 성장한 문화와 환자가 거주하는 문화권에서 교육을 받는다. 따라서 많은 의료 교육이 국제적으로 인정된 관행에 관한 교육일지라도 특정 문화적 해석의 맥락에서 이루어진다(Angel & Thoits, 1987 참조).
문화마다 다른 하나는 건강한 신체에 대해 사용하는 은유다. 예를 들어 한의학에서 건강한 몸이란 음과 양의 반대되는 힘이 균형을 이루는 몸을 말한다. 모든 불균형은 궁극적으로 질병으로 이어진다고 여겨진다. "간화liver fire"라고 알려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두통, 얼굴 홍조, 분노 등의 증상을 보이며, 이 질환은 양이 너무 많고 음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침술, 약초 요법, 운동, 식단 및 생활 습관으로 교정할 수 있다. 반대되는 힘과 에너지의 균형을 맞추는 은유는 중국 전통 의학 사상의 근간이 된다.
종합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 등 동양과 서양 문화권 사람들의 심리적 경험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의학이 현대 서양 의학과 그만큼 다르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9장 참조). 그러나 서양 문화권의 의사들 사이에서도 치료 접근 방식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의학 저널리스트인 린 페이어Lynn Payer는 프랑스와 미국 의사들의 다양한 관행에 대해 설명한다(Payer, 1996). 프랑스에서는 의사가 신체를 체질terrain로 은유 하는데, 영어로는 잘 번역되지 않지만 "체질constitution"이나 "저항력resistance"과 같은 단어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이다. 한의학과 다소 유사한 이 관점은 균형 감각이 면역 체계를 지원하여 건강을 유지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약물과 약품에서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진 다양한 강장제와 비타민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스파 방문 뿐만 아니라 장기간의 휴식과 안정도 체질에 활력을 불어넣는 생활 양식의 중요한 부분으로 간주된다. 프랑스에서는 동일한 시술에 대해 미국의 약 2배에 달하는 비교적 긴 입원 기간이 소요되므로 회복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프랑스인은 전통적으로 미국인보다 먼지와 세균을 위협적이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했으며, 심지어 체질을 강화하여 미래의 질병 발생을 예방하는 등 유익한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세균에 관한 프랑스인의 관행은 목욕 빈도를 포함하여 미국인의 관행과 달랐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 17세기 프랑스 의학계에서는 신체 분비물이 보호막을 제공하므로 목욕을 자주 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Ashenburg, 2007). 1976년 르몽드Le Monde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프랑스 병원 환자들은 매달 목욕을 하고 매주 발을 씻을 권리가 있다고 한다. 프랑스 피부과 전문의들은 건강한 두피에 적절한 양의 천연 오일을 유지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만 머리를 감을 것을 권장한다(Aron-Brunetiere, 1974). 프랑스인은 여전히 다른 유럽인보다 머리를 덜 자주 감는다(Euromonitor International, 2014).
목욕에 대한 프랑스인의 태도로 인해 프랑스의 1인당 목욕 비누 소비량은 영국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Payer, 1996). 루이 14세는 평생 단 세 번만 목욕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때마다 의사의 요청에 따라 목욕을 했다고 전해지는 등 역사 속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 당시에는 사람들이 하루에 여러 번 옷을 갈아입으며 몸을 청결히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나폴레옹은 긴 전투에서 돌아올 준비를 하면서 아내 조세핀에게 보낸 낭만적인 편지에서 "목욕하지 마, 난 집에 갈 거야"라고 쓴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깨끗이 씻고 체취 제거제를 바른 몸보다 자연스러운 상태의 몸이 더 매력적이라는 관점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의료 규범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며, 최근 몇 년 동안 프랑스인들은 다른 유럽인보다 항생제 처방을 통해 세균을 더 적극적으로 공격하게 되었다(Goossens, Ferech, Stichele, & Elseviers, 2005).
프랑스의 개념과 달리 미국 의사들이 받아들이는 은유는 신체는 기계와 같아서 잘 작동하도록 정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Payer, 1996). 신체 건강 문제가 있는 경우 신체는 종종 기계를 수리하는 것과 유사하게 취급된다. 미국 의학은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많은 수술(예: 제왕절개, 관상동맥 우회 수술, 유방 절제술, 자궁 적출술)이 사용되며, 오작동하는 부분을 제거, 교체 또는 물리적으로 바꾼다(Vayda, Mindell, & Rutkow, 1982 참조). 미국 의사들은 유럽 국가의 의사들보다 약물보다는 수술을 더 많이 하지만, 미국에서 약물을 처방할 때 그 용량은 다른 어느 곳보다 높다.
미국 의사들은 질병을 진단할 때 유럽 국가 의사들보다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원인을 찾을 가능성이 더 높다. 미국 의사들은 다른 나라 의사들보다 항생제를 더 자주 처방한다. 또한 미국인들은 유럽 국가 사람들에 비해 청결에 대한 관심이 높고 세균과의 접촉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예: 공중 화장실 변기에 직접 앉지 않거나 감기에 걸린 가족에게 키스하지 않기). 우리 몸은 불쾌한 세균이나 외부 위협에 의해 도전받지 않는 한 자연 상태에서는 건강하다고 믿는다.
한 연구는 의사의 건강에 대한 이해가 문화적 경험에 의해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 지를 보여준다(Leeman, Fischler, & Rozin, 2011). 연구진은 5개국의 일반인과 의사를 인터뷰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미국. 사람들에게 식단과 건강의 관계에 대한 믿음에 대해 25개의 질문을 던졌다. 예를 들어, 식품 관련 위생, 적당히 먹기, 비타민과 생선, 육류, 곡물 등 특정 제품의 건강성에 대한 진술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물었다. 응답자의 직업(의사 또는 일반인)과 출신 국가를 기준으로 응답을 비교했다. 25개 항목 중 22개 항목에서 상당한 문화적 차이가 있었으며, 특정 국가의 의사와 일반인은 다른 국가의 사람들과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 25개 항목 중 3개 항목에서만 의사와 일반인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두 집단 모두 비슷한 응답을 보였다.
그림 13.11 문화적 경험과 의학적 접근.
중간 크기의 기호는 같은 값에 두 개의 점수가 있음을 나타내고 큰 기호는 같은 값에 세 개의 점수가 있음을 나타낸다. 전반적으로 같은 국가의 의사와 일반인 사이의 상관관계가 가장 높았다. 이 연구 결과는 의사들의 건강에 대한 관점도 문화적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출처: Leeman et al., 2011 발췌.
그림 13.11에서 볼 수 있듯이 5개국의 의사와 일반인 사이의 전반적인 응답 패턴을 비교한 결과, 그 결과는 놀라웠다. 의사들은 다른 나라 의사들보다 자국의 일반인들과 더 많이 동의했다. 즉, 적어도 이러한 특정 질문에 대해서는 정식 의학 교육을 받았는지 여부보다 성장한 국가가 식습관과 건강의 다양한 측면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보는지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한 생활 양식을 구성하는 요소에 대한 태도보다는 특정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에 대한 각국 의사들의 의견이 훨씬 더 일치하는 것이 분명하다. 요컨대, 다양한 문화권의 의사들조차 건강에 대한 태도가 다르다는 사실은 문화적 경험이 신체 건강과 여러 가지 면에서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