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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e in 노르웨이 Jul 06. 2022

느린 게 죄는 아니잖아

한국을 떠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

어렸을 때부터 제일 듣기 싫은 말 중 하나는 "빨리빨리"이다. 도대체 누구의 스피드에 맞춰야 빠른 건지 기준을 모를뿐더러, 왜 빨리 해야 하는지 이해를 하기가 어려웠다.


오늘도 이 일로 친언니랑 싸우게 되었다.


차에서 내리는데 놓고 내린  없나 찾는 도중에  " 이렇게 할머니 같이 릿느릿 해"라는 언니의 말에 "모든 할머니가 느린  아닐 텐데?"라는 말을 했다. 결국 이건 싸움의 원인이 되었다.


심지어 외국사람들도 (한국인 파트너와 사이에서 낳은)  자녀에게 한국어로 "빨리빨리"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아마도 집안에서 많이 사용되는 단어이다 보니 자연스레 나온 게 아닌가 싶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빨리빨리"는 남을 앞서 가야만 하는, 내가 누구를 이겨야만 하는 개념이 바탕으로 깔려있기에 조심히 써야 하는 단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유치원 때부터 남들만큼 빠르지 못한 나는, 심지어 초등학교 때는 특수학교로 옮기는 걸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정말 그 사건은 충격이었다.


한참 성장기 때에는 빠르지 못한 게 죄는 아닌데 죄스러운 느낌을 가지고 살아가려니 하루하루가 무겁기만 했다. 아마 이 이유가 한국을 떠난 계기중 하나였던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사람들이 무조건 결과 중심인 "빨리빨리"보다, "왜 늦어졌어"라는 말로 바꿔 말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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