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뭐든 해냈던 나와의 이별..
우연히 고령의 노인들은 비행기 타는 게 위험하다는 글을 읽었다.
나로서는 쉽게 하는 일을 나이 든 사람들은 할 수 없다 라는 것을 알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할 수 없지만 나보다 어린, 젊은 사람들이 가능한 일이 뭘까?
시험공부로 이틀 밤새기, 카페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 워킹홀리데이 떠나기 등.
그럼 내가 나로서 가능했던 일은?
몇 년 전 17시간의 비행 끝에 런던에 도착한 일이 떠올랐다. 오랫동안 미뤄온 일을 그제야 하게 되었는데 스스로가 아직도 이렇게 혼자 낯선 곳으로 스스럼없이 뛰어들 만큼 용기와 체력이 있다는 게 뿌듯했다.
그런데 먼 훗날에는 이런 여행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한다니.
약간의 체력, 용기, 그리고 아주 많지 않은 돈(약 160만 원)의 가치를 희생하고 얻었던, 지나고 나면 대단치 않은 그런 일들이 다시 대단한, 너무 대단해서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리는 나이.
나이 듦의 서러움은 이런 것 같다.
젊었을 때 작은 대가를 치르면 되던 일들이 나중에는 점점 더 큰 대가를 요구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대가의 크기가 하고 싶은 일을 삼켜버려서 좌절감을 주는 것.
이런 것도 나이 듦의 서러움이란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면 지불할 대가의 크기에 맞는 꿈만 꾸게 돼버리는 걸까..
내 나이 30대에 느끼는 젊음에 대한 감정은 아직 아쉬움과 섭섭함이다. 하지만 서서히 두려움, 서러움으로 바뀌고 이런 서러움도 차등적이며 점점 더 무게가 무거워질 것이다.
정말 서러움의 자리에 채워 넣을 무언가가 없을까? 그래서 막상 서러움이 다가왔을 때 자리잡지 못하고 떠날 수 있게 말이다.
결국은 서러움에 자리를 내주겠지만 유예기간을 연장하려면 그 마음의 자리를 채울 무언가는 지금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지금의 감정과 젊음이, 모순적이게도 나이 듦의 서러움을 지배할 것 같아서이다.
16. Oct.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