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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별 Oct 28. 2018

#5. 지속가능한 창작센터 : IPRC

Independent Publishing Resource Center

두 달 정도 그래픽 디자인의 역사를 살펴보고 당시의 세계 역사와 한국의 역사를 동시에 비교하는 스터디를 했던 적이 있다. 스터디를 하면서 한국에서 디자이너로 살아 남기란 참 어렵다고 생각했다. 디자인의 역사는 세계의 역사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에서는 디자이너들이 참정권을 위해 정치 디자인에 일조했던 때가 있는데 그때 우리나라는 참정권은 커녕 왕가에서 벗어나지 못한 조선시대였다. 


디자인의 역사도 짧을 뿐만 아니라 아직 디자인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높은 수준이 아니다. 최근 들어 디자인의 중요성이 커지고 디자이너의 역할이 넓어지면서 디자이너의 위상이 꽤 높아졌지만 여전히 낮은 임금은 물론 성숙치 못한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은 아직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래서 늘 여행을 할 때 높은 수준의 디자인 퀄리티와 자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 디자인을 대하고 이해하는 태도가 부럽다. 

포틀랜드에 위치한 IPRC


창작하는 모든 이를 위한 곳: IPRC

포틀랜드에 독립 출판을 지원해주는 센터가 있다고 하여 방문했다. IPRC(The Independent Publishing Resource Center)는 출판 지원 센터다. 창고 같은 건물에 간판도 딱히 있지 않아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한국에서 온 디자이너고 센터를 둘러보고 싶다고 인포메이션 직원에게 말하니 친절하게 IRPC 투어를 해줬다. 


1998년 설립된 IPRC는 출판에 대한 정보와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교환하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오레곤 주 전반의 시각 및 문학 출판 커뮤니티의 성장을 장려하는데 노력을 한 비영리 단체이다.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싶은 사람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 아닌 비영리 단체로서 18년 동안 2만 7000명이 넘는 오레곤 주 사람들에게 예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생산적인 지역 사회의 발전에도 적극적으로 기여한다. 



운영방식

기본적으로 IPRC는 기부와 자원봉사에 기반하여 운영이 된다. 


기부

IPRC에 지속적으로 기부함으로써 이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워크숍이나 여러 가지 회원 프로그램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전통적인 인쇄 방법을 통해 만들어진 10,000개가 넘는 잡지 보관에도 힘을 쏟는다. 또한 현지 아티스트와 작가, 출판사 간의 관계를 구축하고 사람들이 작업할 수 있는 독창적이고 접근이 용이한 협업 분위기를 만드는데 노력을 한다.


가입

IPRC의 회원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베이직 멤버와 스튜디오 멤버 두 가지 종류로 가입할 수 있다. 베이직 멤버는 한 달에 10달러를 내면  Zine Library, Computer Lab, Printers 및 Bookbinding Equipment 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다. (연간 회원은 100달러) 기본적인 가입으로만으로도 본인의 창작물을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 경험할 수 있다. 스튜디오의 회원이 되면 모든 인쇄 스튜디오의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워크숍 할인이 되거나 강의에 참여할 수 있고 IPRC가 운영하는 <Learn Share> 프로그램에서 최대 3개까지 강의를 들을 수 있다. <Learn Share> 프로그램은 제본 서비스에 대해 알려주거나 여러 가지 인쇄 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자원봉사

비영리 단체인 IPRC는 시민들의 자원봉사로 운영이 된다. 4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있어 일상적인 작업을 도와주고 인쇄 스튜디오를 관리하고 그동안 모은 출판물의 아카이브를 정리한다. 


스튜디오 둘러보기, 제일 부러웠던 레터프레스 스튜디오

Computer Lab : 기본적으로 맥이 설치되어 이 곳에서 작업이 가능하다.


Screen Printing Studio : 실크 스크린이 가능한 곳


Letterpress Studio : 가장 부러웠던 스튜디오로 어마어마한 양의 활자들이 보관되어 있다.

열심히 작업중인 에밀리에게 작업 진행 과정을 지켜 보아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Zine Library : 이것은 일부다. 안쪽에 들어가면 따로 도서관이 있어 발행한 출판물을 기록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창작센터

포틀랜드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사실 중 하나는 포틀랜드를 나타내는 예쁜 인쇄물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리소그래피 인쇄도 꽤 많이 보였고 포틀랜드를 상징하는 아기자기한 엽서와 일러스트레이션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아마 그 중심에 IPRC가 있어서 아닐까? 기부와 자원봉사로 이루어지는 자발적 참여를 통해 포틀랜드를 알리고 오레곤 주 출판 산업에 일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수많은 개인의 예술활동을 장려하고 창작 활동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작품을 출판하고 공유함으로써 지역 사회의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영감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한다는 곳. 


IPRC의 이름은 독립 출판 센터이지만 독립 출판 이상의 영역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 


IPRC는 다른 의미의 지속가능함을 실천하고 있다고 느꼈다. 예술가와 디자이너, 수많은 개인 크리에이터들에게 오랫동안 창작활동을 할 수 있게 하고 공유함으로써 예술활동의 생태계 안에서 그들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지속가능함을 실천하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발적인 참여로 지역 사회에도 기여하는 이 곳은  디자이너들에게 천국이 아닐까? 



https://www.iprc.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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