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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지 Aug 03. 2020

무지개인 척 하는 것

렌즈에 반사된 빛처럼, 진짜 무지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무지개처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나는 간혹 그것들을 '환상' 혹은 '허상'이라고 표현한다. 


보고싶은 것들만 보다, 결국 그것은 진짜 무지개가 아니라 내가 만들어낸 가짜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생각보다 상처가 깊다. 내가 본 것이 진짜가 아니라는 자괴감, 무지개로 보였던 것에 대한 미움, 앞으로 진짜 무지개를 볼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 등 여러 감정들이 한번에 나를 잠식한다. 다만 조금이라도 의연할 수 있는 이유는 얼핏 느껴졌던 신호들이 '이것은 진짜 무지개가 아닐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종종 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나는 나의 직감을 믿는 편이지만, 일상 속에서는 틀렸던 날들이 많았기에 나의 직감을 의심하고 또 의심했었다. 그래도 내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순간들에는 나의 직감이 완벽했었는데, 이것은 내 직감이 완벽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인지 진짜로 완벽했던 것인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역시나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글을 쓰는 일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애써 묻었던 것들을 다시금 바라봐야하는 행위라서 도저히 빈칸에 활자를 채워넣는 일을 해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가능하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더 많은 글로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싶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나의 메모리에 가득 담겨있는 글들을 이 세상에 내보일 순간만을 기다리며 그렇게 오늘, 이번 주, 이번 달, 올해, 그리고 이번 생을 살아내야겠다.


나의 무지개는 결국 나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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