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그거 알아?
난 내가 무슨 책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진을 좋아하는지, 어떤 글귀를 읽는지, 어떤 말들에 공감하는지 늘 당신이 알아주길 원했어
쉽지 않았겠지, 나조차 잊고 지나가는 것들을 당신에게 다 전할 수도 없었을 뿐더러, 당신은 그다지 내 취향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거든.
내가 어떤 취향을 가지는지, 당신은 그저 내 몇 년 전의 몇 마디 말로 나를 정의했고, 내 속내 깊은 곳의 취향이나 관심들을 당신에게 이해시키는 것은 참으로 어려웠던 것 같아.
내가 가령 인도나 스페인을 그리워 할 때, 당신은 그것들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갈 줄 알아야한다고 했으니까.
당신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어. 당신은 늘 정답을 알려줬어. 다만, 정답에 다가갈 수 있는 내 동력을 상실 시켰을 뿐이지.
당신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한편으로는 너무 원망스럽고, 또 한편으로는 감사해. 그래, 당신은 그렇게 모나고 모질기만 한 사람이 아니야. 누군가에겐 좋은 사람일거니까. 나에게 그랬던 것 처럼,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당신이 그럴테니까.
결국 내 선택은 잘못된 것이 아니니까
난 그것만 증명하면,
난 그것만으로도 괜찮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