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근무일, 지난 8월 30일 금요일, 아침에 아이들에게 방송으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날은 하루 종일 만나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받았다.
한 6학년 여자애를 교장실 앞에서 만났는데 내게 말했다.
"졸업장을 교장선생님께 받고 싶었는데......"
만약 내가 2월 말 퇴직이었다면 학사일정을 모두 마무리 지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내가 졸업장을 주고 아이들은 인사를 하며 떠나갔을 것이다.
"그랬어? 고마워! 6학년 즐겁게 잘 마치길 바래."
아이들이 중학교 일 학년이 되면 첫 중간고사를 보고 나서 몇몇이 초등학교에 찾아온다. 선생님도 뵙고, 교복을 입은 자기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있다. 초등학교에 대한 애정과 추억, 감사를 담아 오는 것이다. 선생님들은 매년 들고나지만 학교는 늘 그 자리에 있으면서 아이들의 배움터가 될 것이다. 그래도 졸업장을 나에게 받고 싶었다고 말해 주는 아이가 있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나야말로 곧 졸업을 한다. 길고 긴 세월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주어진 시간이 다 하자 그동안 지녀왔던 마음도 다 했다. 사십여 년 간의 세월의 무게가 사라지면서 마음이아주 가뿐해졌다.
오후에는 교직원들과 퇴임식을 했다. 선생님들이 준비한 이벤트였는데 나 모르게 준비된 것들이 많았다. 하나하나 의미 있고 소중한 시간이어서 모두 마음에 간직했다.
평생을 두고 추억할 수 있는 편지철과 앨범도 선물 받았다. 그 모든 것들을 통해서 그들이 내게 알려주려는 것을 나는 잘 이해했고 감사한다.
마치 흘러간 어제 하늘의 뭉게구름 같은, 이제는 비현실이 되어버린 그 순간과 지난 세월들을 나는 앞으로도오래도록 생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