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monfresh
Nov 19. 2024
서울 수돗물에는 이름이 있다.
그 이름도 아리땁다. '아리수'란다.
처음에 학교에 방문했을 때 교감 선생님께서 물 한병과 방금 뽑은 커피를 한 컵 그득하게 주셨다. 그리고 커피 머신이 있는 곳을 안내해 주셨다. 커피머신에서 따뜻한 온수도 받을 수 있다.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면서 물과 커피를 거기서 먹으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그런데 내가 있을 곳과 교무실은 좀 멀다. 그래서 추가 안내를 해주셨다.
"선생님 계실 곳 가까이에도 음수대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리수입니다."
나는 바로 알아들었다. 우리학교에도 층층이 음수대가 있었고 별도의 수조가 없는 수돗물 직수공급 방식이었다. 아마 같은 방식의 음수대가 있을 것이다. 다른 것은 충청도 수돗물은 그냥 '수돗물'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이건 마치 개를 '토리'나 '초롱'이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개'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심지어 우리 집은 수도도 들어오지 않아 지하수를 먹는데도 수도꼭지에서 나온다는 이유로 '수돗물'이라고 한다
수업시간에 목이 말라 아까 받은 생수를 마셨다. 물병이 비어가는 것을 보고 한 여자 아이가 내게 일러주었다.
"물 다 마시면 복도에서 물 마실 수 있어요. 그런데 아리수에요."
다들 '그런데 아리수' 란다. 아이들도 가져온 물이 떨어지면 아리수를 먹는단다. 아마도 수돗물에 그렇게 예쁜 이름을 붙여준 서울 사람들이 아리수를 그렇게 예뻐하지는 않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