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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fresh Nov 17. 2024

시골에 다녀오다

금요일 오후에 송악에 내려왔다.  남편이 온양온천역으로 마중을 나와서 같이 저녁도 먹고 장도 보았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서 단잠을 잤다.


토요일 아침에는 느지막이 일어나서 미용실에 다녀왔다. 머리가 길어져서 내 관리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내가 내려오기 전에 아산에는 비가 많이 내렸다고 하더니 토요일에는 온누리에 밝은 빛이 가득하고 가로수 은행잎이 길가에 노랗게 쏟아져 내렸다. 시골에 내려와서 내 차를 타고 돌아다니니 자유롭고 편안했다. 어느 구석이라도 다 갈 수 있고 무거운 물건 들고 다닐 걱정도 없다. 다니는 차도 별로 없어 운전도 어렵지 않다. 나는 서울에서는 운전 바보다. 길도 모르고 연이은 차들 사이로 차선 변경하기도 무섭다.

'시골 오니 좋구나.'

서울 며칠 살아보니 내 사는 곳이 뭐가 좋은지 알아진다. 서울 좋은 점과 시골 좋은 점은 그 몫이 따로 있었다.


토요일에는 아들 가족이 온다. 그래서 요즘 나는 일주일을 딸 가족과 5일, 아들 가족과 2일을 지내게 되었다. 아이들과 마당에서 삼겹살을 구워 점심을 먹고 올가을 바깥 식사를 마무리했다. 아이들의 놀이를 위해그동안 펼쳐두었던 텐트도 걷고 낙엽도 모아서 치웠다. 뒷마당의 감을 따서 겨울 간식으로 먹으려고 종이박스에 줄 맞춰 갈무리하고 이미 홍시가 된 것은 나누어 먹었다. 장독대 옆에 발갛게 익은 꽈리도 수확을 했다. 아이들이 몇 개는 먹고 나머지는 내가 그릇에 담아 놓았다. 꽈리로 무얼 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잘 익은 주홍 빛부터 아직 연둣기가 있는 것까지 어울린 색감이 아주 예뻤다.


일요일에는 저녁을 먹기 전에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가야 해서 식구들이 먹을 수 있도록 저녁거리를 해 놓고 나왔다. 저녁은 딸네 가서 먹어야겠다. 친정 엄마가 지난주에 총각김치 김장을 하셔서 딸 몫까지 챙겨주셔서 좀 싸놓았다. 다음 주 입을 옷 가지도 챙기고 하다 보니 자꾸 짐이 늘어난다. 아무래도 서울에서는 옷으로 멋쟁이 되기가 좀 어렵겠다. 몇 벌 못 가져가기 때문이다.


창밖을 보니 번화한 도시의 밤거리가 언뜻언뜻 스쳐간다. 내릴 때가 되어 가는 모양이다. 역에 도착하기 전에 가방이랑 짐이랑 챙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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