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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fresh Nov 22. 2024

서울의 가을은 천천히 간다.

지지난 주에 서울에 도착했을 때 거리의 가로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산집에서는 벌써 버린 느티나무 잎새들이 아직도 풍성하게 남아 있었다. 물론 11월 마지막 주에 다다른 만큼 바닥에 수북하게 떨어지기도 했지만 아직도 저 정도 남았다니, 심지어 아직 푸른빛이 가시지 않은 잎새들도 많이 있지 않은가?


아침 출근길에 가로수 밑을 지날 때 까마귀가 한가히 우는 소리, 참새(?)들 여럿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건물 관리인대비로 낙엽을 쓸어 모으는 것을 피해서 목에 청록 깃털을 두른 회색 비둘기가 뒤뚱뒤뚱 걸어가고 있었다.


지난주에 집에 내려갔을 때 그동안 떨어진 느티나무 낙엽을 모아 커다란 자루에 넣어 치웠다. 아직 단풍나무 등 낙엽이 다 지지 않은 나무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휴면기에 들어갈 채비를 마쳤다. 울타리 가에 심었던 수세미도 딸 때가 되었다. 몇 번의 서리를 맞아 잎은 시들고 기다란 열매가 곳곳에 드러난 것이다.


그런 걸 보면 서울은 우리 동네보다 가을이 더 오래 머무는 것 같다. 도시의 열섬현상 때문일까? 그때문에 서울이 봄도 같은 위도의 다른 지역보다 빨리 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언젠가 이른 봄에 서울에 왔을 때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난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그러면 아마도 서울의 겨울은 짧겠다. 우리 집은 겨울이 길다. 봄이 늦고 가을은 일찍 온다. 그래서 내가 서울의 가을이 더 천천히 진행된다고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시간여행으로 계절을 약간 거슬러 온 느낌이다. 아직도 풍성한 서울의 가로수 잎들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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