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사에서 김 상무님이 전무가 되셨네요.”
박 코치가 이 팀장에게 물었다.
“네. 예상하던 대로입니다.”
“김 전무님은 어떤 스타일이십니까?”
“그분 별명이 ‘김 대리’입니다. 더 말씀 안 드려도 아시겠죠?”
“아…… 네…….”
어느 회사에나 ‘대리’ 별명을 가진 리더가 있다. 평사원이 챙길 만한 사소한 업무까지 신경 쓰는 리더를 이렇게 부른다. 이렇게 관리자가 사소한 부분까지 개입하는 것을 영어로는 마이크로 매니지먼트(micro management)라고 하고 이런 스타일의 관리자를 마이크로 매니저(micro manager)라고 부른다. 마이크로 매니지먼트와 마이크로 매니저는 부정적 의미를 갖는다. 과도하게 세세한 부분까지 관리해서 부하직원들을 힘들게 한다는 뜻이다.
마이크로 매니저와 다른 듯 비슷하게 ‘디테일(detail)에 강한 리더’라는 표현이 있다.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꼼꼼하게 챙길 줄 아는 경영자라는 뜻이다. 인사발표 보도자료에서 간혹 보이는 긍정적인 표현이다.
두 가지 모두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챙긴다는 의미인데 하나는 부정적으로 들리고 다른 하나는 긍정적으로 들린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마이크로 매니저가 부서의 모든 일을 하나하나 반복해서 챙기고 직접 의사결정을 하는 관리자라면, 디테일에 강한 리더는 일상적인 일은 구성원에게 위임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중요한 일은 세부 사안까지 챙기는 관리자이다. 즉, 마이크로 매니저와 디테일에 강한 리더의 차이는 일의 경중(輕重)의 판단과 일상적인 업무의 위임 여부에 있다.
외주생산1팀은 일주일에도 열 번은 협력업체에 샘플을 보낸다. 마이크로 매니저인 우리의 A팀장은 담당자가 제시간에 샘플을 보냈고 협력업체가 예상한 시간 내에 샘플을 받았는지 확인한다. A팀장의 ‘오늘의 할 일’에는 각 샘플의 발송과 도착 확인도 포함되어 있다. 담당자들은 팀장이 샘플 배송까지 일일이 챙기는 것이 귀찮기도 하지만 보내고 받았는지 잊지 않고 확인해 주는 A팀장을 일종의 ‘알람시계’로 생각하고 있다.
제품의 종류만 다르고 같은 일을 하는 외주생산2팀의 B팀장은 조금 다르다. 그는 평소의 샘플 발송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담당자에게 맡긴다. 그렇지만 중요한 신제품 출시에 관련한 샘플 발송의 출발과 도착은 철저하게 챙긴다. 신제품은 시즌에 맞춰서 출시해야 하고 따라서 시생산(試生産)의 일정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담당자들도 이를 잘 알고 있고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사실 마이크로 매니지먼트 자체는 죄가 없다. 시도 때도 없이 모든 일을 꼼꼼하다 못해 쫀쫀하게 관리하는 마이크로 매니저 때문에 악명을 얻은 것이지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는 필요할 때는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일을 필요할 때 마이크로 매니지먼트하는 것을 구분해서 디테일 매니지먼트라고 부르겠다.
관리자는 어떤 사안을 디테일 매니지먼트 해야 하는가? 교과서를 찾아보거나 컨설턴트에게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꼭 그렇지도 않다. 사소한 일도 디테일 매니지먼트 할 경우가 있다. 굳이 정하라고 하면 다음 세 가지가 디테일 매니지먼트의 대상이다.
1. 회사나 부서에서 처음 시도하는 일
2. 부서의 성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일
3. 고객의 성과나 만족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일
어떤 일을 디테일 매니지먼트할 것인지 일일이 규정하기는 어렵다. 때로는 관리자가 자신의 직관에 의해 정해야 하고 이것이 관리자의 실력이다.
디테일 매니지먼트하는 절차는 이렇다.
먼저 관리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디테일 매니지먼트를 시작하겠다고 담당자에게 선언해야 한다. 밑도 끝도 없이 시작하지 말고 이 업무는 중요하니까 내가 직접 챙겨 보겠다고 분명히 밝혀야 담당자들이 당황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사안이 종료되었을 때는 디테일 매니지먼트가 끝났다고 선언하고 다시 담당자에게 일을 돌려주어야 한다.
둘째, 사안에 따라 디테일 매니지먼트 방식을 명확히 해야 한다. 관리자가 세부 사항을 직접 결정할 것인지, 담당자들의 의사결정에 의견만 제시하거나 참여만 할 것인지, 아니면 일의 과정을 지켜보다가 필요할 때 개입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셋째, 소통의 빈도를 정해야 한다. 디테일 매니지먼트 상황에서는 평소보다 자주 소통하게 된다. 시도 때도 없이 자주 소통하는 것보다 소통의 빈도를 정할 필요가 있다. ‘그 일에 대해서는 매주 화요일 아침에 이야기합시다.’ 하고 명확히 해야 한다. 또는 ‘단계별로 이야기합시다.’ 하고 단계를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넷째, 디테일 매니저는 실무자와도 소통해야 한다. 임원하고만 회의하던 대표이사도 필요할 때는 사원이나 대리에게 직접 전화하거나 같이 회의하는 게 제대로 된 디테일 매니지먼트이다.
마지막으로, 어떤 사안은 디테일까지 챙기는데 다른 사안은 담당자에게 맡겨 놓기만 하면 해당 직원이 섭섭해할 거 같아서 모두 챙기고 있다는 관리자도 있다. 세상에 상사가 챙기는 거 좋아하는 부하는 없다. 별걱정을 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