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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코치 Feb 14. 2023

모든 인사(人事)에는 의미가 있다


이번에 임원으로 승진한 김 상무는 고민이 하나 있었다. 그가 맡은 사업부에는 다섯 명의 팀장이 있는데 그중 두 사람의 일에 대한 태도가 부정적이었다. 김 상무가 이러저러한 일을 시작해 보자고 하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그건 안 되는 일이라고 하거나 과거에 해 본 일인데 실패하지 않았느냐고 하는 식이었다. 팀장이 그러니 팀 분위기도 소극적이었고, 해 오던 일만 하고 있어 일이 재미없다는 팀원도 생겼다.


“두 분과 면담을 해 보셨습니까?” 김 상무를 코칭하면서 내가 물었다.

“그동안 여러 번 면담을 했지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거 같았습니다. 제가 사업부장을 맡았을 때부터 동료처럼 지냈기 때문에 그냥 충고 정도로 받아들이는 거 같습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사실 대안이 별로 없어서 고민입니다.”


혹시 여러분도 김 상무와 비슷한 고민이 있을까? 요즘의 부서장들은 업무 능력이 부족하거나 부서에 적응하지 못하는 구성원에 대해 딱히 취할 방법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과거에는 인사부서와 의논해서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내버리면 그만이었다. 이제는 본인의 동의가 없거나 받는 부서에서 받겠다고 하지 않으면 그렇게 하기도 힘들어졌다. 우리 부서에서 내놓는 사람을 다른 부서인들 두 팔 벌려 환영하겠는가.


관리자인 경우는 더 힘들다. 구성원으로서 능력은 훌륭하지만 팀장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된 경우는 팀장에서 물러나도록 해야 하는데 이게 또 큰일이다. 자신이 팀장을 하던 부서에서 팀원으로 근무하게 하자니 후임 팀장이 불편해하고, 다른 팀으로 보내자니 중량급 팀원을 받기 싫어한다.


무엇보다 팀장급을 다른 부서로 보내거나 팀장에서 물러나게 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업무 성과나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본인이 분명히 알도록 해야 한다. 즉, 일정 기간 평가를 통해 성과나 역량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보여져야 인사조치가 정당화된다.


그런데 우리네 기업의 평가라는 게 그렇게 똑 부러지는가? 성과가 그저 그렇고 역량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팀장인데’ 하면서 D는 차마 못 주고 대충 B를 주다가 어쩌다가 C를 한번 준다. ‘목표는 달성 못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했어’ 하고 마음관리를 해 주다가 갑자기 팀장을 그만 두라고 하면 쉽게 받아들이겠는가?


게다가 이제는 평가를 상대평가로 하지 않는 회사도 생겼다. 즉, 과거에는 평가 등급별로 비중이 정해져 있어서 D를 받는 직원이 있어야 했지만, 이제는 D를 꼭 주지 않아도 된다. 굳이 주지 않아도 되는 D등급을 받은 부하직원과 얼굴 맞대고 일하는 게 편할 리가 없다. 이제 절대평가를 하는 회사의 D등급은 전설로 전해지는 해태나 용이 되어버렸다.


평가가 사람 관리의 핵심이라고 굳게 믿고 주저하지 않고 D등급을 주다가 부서 분위기가 싸늘해지면 관리자들은 이제 자신에 대한 평가를 고민하게 한다. ‘과도한 성과 위주의 팀 운영’ 또는 ‘본인과 케미가 맞는 팀원에 대한 편애’ 같은 표현이 다면평가 보고서의 주관식 평가난을 장식한다. 게다가 회사는 내년부터 다면평가 결과를 승진 점수에 반영하겠다고 하니 D를 준 것이 후회되기 시작한다.


어쩌다 뚜껑 열릴 일이 있어서 큰 소리 한 번 냈더니 블라인드인지 뭔지 하는 곳에 어느 녀석이 부서 분위기가 삭막하다고 써대기도 한다. 쓴 사람 이름은 별명이고 부서 이름도 밝히지 않았지만 누가 봐도 어느 부서인지 알 수 있게 올렸다. 인사팀장이 찾아와서는 상무님 힘드신 건 알지만 살살 하시라고 하고 갔다.


“상무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분 팀장을 다른 부서로 보내거나 팀장에서 물러나게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제 다면평가 점수가 엉망이 되고 우리 부서뿐 아니라 다른 부서 직원들에까지 제 평판이 나빠지겠지요.”

“그렇군요. 그런데, 만약 상무님이 이 상황을 상무님의 상사인 부사장님께 말씀드린다면 부사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부하직원을 엄격하게 평가하는 부서장의 상사는 그 부서장을 어떻게 생각할까? 두 가지 타입의 상사가 있다. ‘평가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이 불만을 갖지 않게 잘 해야 하잖아’ 하는 임원을 A타입의 상사라고 하자. ‘김 상무가 조직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구만. 잘 하는 친구들은 높이 평가받고 열심히 하지 않는 친구들은 거기에 맞게 평가받아야지.’ 하는 상사를 B타입이라고 하자. 회사에 따라 A타입의 임원이 많은 곳도 있고 B타입이 많은 곳도 있을 것이다.


평가에 엄격한 부서장의 상사가 그런 엄격함을 긍정적으로도 보고 부정적으로도 볼 수 있다면, 부하직원들도 그럴까? 엄격한 부서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직원도 있을까?


대부분 직원은 동료나 선배가 받은 낮은 평가나 엄한 인사조치에 대해 가타부타 평을 잘 하지 않는다. 해당자 앞에서는 짐짓 애석해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 직원은 ‘일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부정적이기 만한 팀장이 옆 팀의 팀원으로 갔으니 인사가 제대로 되었구나.’하고 생각한다.


구성원은 인사 결과에 따라 회사와 경영자를 평가한다. 승진할 만한 사람이 승진하고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사람이 그렇게 평가받을 때 구성원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제대로 된 회사라고 생각한다. 모든 인사에는 의미가 있다. A타입의 경영자가 득세하는 회사는 의미있는 인사를 하지 못한다.


경영자는 자신의 조직을 인재로 채워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이 팀에 들어오도록 해야 하고 팀에 들어온 사람들은 성장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성과를 내는 사람에게는 인정과 보상을 아끼지 말아야 하고, 좋아지지 않거나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일부 구성원의 평판에 신경 쓰지 말고 경영자로 할 일을 해야 한다.


김 상무에게 물었다.

“경영자의 시선으로 이 상황을 보신다면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부사장님께 상황을 말씀드리고 방향을 상의하겠습니다. 두 팀장에 대한 부사장님의 생각을 들어 보고 싶습니다. 또 두 사람을 다른 사업부로 옮기게 하려면 부사장님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부사장님은 A와 B중 어느 타입의 임원이십니까?”

“B타입이십니다.”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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