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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Aug 16. 2023

제44편_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2020년 9월의 어느 가을날, 광주 KBS '미니다큐팀'이 나를 집중조명하기 위해 조도 새섬으로 들어왔다.


우리 지역의 이슈와 화제, 인물, 트렌드 등에 대해 열린 형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해석과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다큐멘터리로 지금은 종영된 프로그램이다.

석산 진성영 작가의 서실을 촬영하고 있는 KBS 미니다큐팀

아마 폐목 서각 작품활동을 시작할 무렵인 듯싶다. 물론 그 당시에도 섬마을 명패 달아주기 운동도 병행을 하고 있을 때다.  촬영 이틀째 접어들면서 "작품 봉양에 대한 꼭지를 담아보면 어떻겠냐"라고 담당 PD에게 제안을 했었다. 이미 명패는 며칠 전에 완성이 돼 있었고, 마을 후배의 새집을 짓는 공정이 끝나 새집 입주 선물로 달아주려고 예정된 날이기도 했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박철용, 순문경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이다. 젊은 나이에 도시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와 전복 양식을 하는 푸르른 청춘부부다.

박철용 씨는 "고향 선배이기도 하고, 대한민국 명장의 글씨로 새긴 서각 작품을 새집 선물로 직접 받으니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며 가보(家寶)로 귀중히 간직하겠다는 말을 KBS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누군가에게 내 재능을 베풀고 나눠줄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감사하게 생각했다.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물건이 상대방에게는 보석보다 더 귀중하게 여긴다는 점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서각 비하인드>>

1. 사랑의 서각명패 달아주기 운동 시즌1에서 '박철용, 순문경'부부의 명패를 달아줬다. 그 당시만 해도 본인이 본격적인 서각 작업을 하지 않고 내가 글씨를 써서 광주의 모 공방에서 서각 작업을 해서 각 가정으로 택배로 보내줬던 시스템이었다. 나무 판재 위에 글자 배치는 안정감을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명패는 당사자의 이름이 메인이 되어야 하고,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 서브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두 부부 이름이 나무판재의 정 중앙에 배치가 되어야 하고 서브 글자는 조금 위로 올라가야 되는데 전체 글자를 묶어서 정중앙으로 배치를 하다 보니 메인 글자 두 부부 이름이 정중앙 위치에서 밑으로 밀려난 느낌이 든다.


2. 아무리 설명을 해도 고쳐지지 않아 그 뒤로 직접 내가 폐목으로 글자를 새기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내 글씨로 쓰여진 명패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 집 앞의 수문장으로 집을 알리고 지킬 텐데 오류를 알면서도 잡지 못한다면 직무유기가 되는 셈이다. 모든 사물이나 물건, 사람도 마찬가지다. 상하좌우가 치우침이 없어야 미련을 갖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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