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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Aug 17. 2023

제48편_ 묵(墨) 속에...

글자의 좋은 생김새를 결정하는 것은 묵(墨)에서 찾는다. 묵속에서 묻어나는 먹물의 농도에 따라 글자의 명암대비가 확연한 차이를 주기 때문이다. 더해서 글자의 완성도는 자음과 모음, 획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묵속에 갈아 넣는 정성의 양에 비추어 볼 일이다.


아름다운 사람을 평가할 때도 마찬가지다. 외형에서 풍기는 스킨이나 화장, 향수에 취해 순간적인 독과를 집어삼킬 수 있으나, 올곧은 마음에서 내뿜는 지혜의 향기와 인격이야말로 진가(眞價)를 발휘하는 척도가 된다.

물질적인 공세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우리는 감동을 한다. 기교 섞인 현란한 미사여구보다 어눌하지만 꾸밈없는 진실된 말속에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보인다.


독한 술 한잔으로 괴로운 심사(心思)를 잊어버리게 해서도 안된다. 술 깨면 두통도 심하고 더 괴롭고 짜증만 가중된다. 진실로 상대방을 생각한다면 술이 아니라 지친 마음을 맑게 해 주는 편안한 차 한잔의 여유다.


*서각 비하인드>>

1. 서도는 그 성격상 토끼의 재능보다는 거북이의 끈기를 연마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더욱이 글씨의 훌륭함이란 글자의 자획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묵속에 갈아 넣은 정성의 양에 의하여 최종적으로 평가되는 것이기에 더욱 그러리라 생각됩니다.

사람의 아름다움도 이와 같아서 타고난 얼굴의 조형미보다는 그 사람의 지혜와 경험의 축적이 내밀한 인격이 되어 은은히 배어나는 아름다움이 더욱 높은 것임과 마찬가지입니다.(출처: 신영복 교수_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2.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겸손과 겸허의 마음일 것이다. 사전적 의미에서 '겸손'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이고, '겸허'는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태도라고 말하고 있다.


겸손과 겸허의 차이점은 주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겸손은 상대방이고, 겸허는 자신을 뜻한다. 겸손은 상대방의 태도에서 비롯되므로 가식이 통할 수 있지만, 겸허는 자신의 통제하에 낮추고 비우는 마음에서 우러나기 때문에 쉽게 포장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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