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4화 지치면 지고, 미치면 이긴다

(충북 단양군_ 사기장 도봉 서찬기 편)

by 캘리그래피 석산

산에서 등짐 지고 가지고 온 흙으로 몇 날 며칠 도자기를 빚고 산에서 배워 온 느릅나무를 태워 만든 유약을 일일이 도자기에 발라 또 그렇게 수 날을 장작불을 떼고 혼신을 다해 만들어 내는 방곡 도자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고급스러운 맛의 일품인 청자도, 깨끗한 기품이 배어나는 백자도 아니다. 지금껏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조선 백자.. 방곡도요에서는 이를 녹자(綠磁)라고 불리어진다.

예나 지금이나 충북 단양 하면 떠오르는 것은 ‘도담삼봉(명승 제44호, 단양팔경의 하나로 남한강 상류 한가운데 3개의 기암으로 이루어진 섬)’이다. 빼어난 절세의 비경은 조선의 개국 공신 정도전은 자신의 호(號)마저 ‘삼봉’이라 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삼봉 정도전 못지않게 단양을 흠모했던 천재화가 단원 김홍도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조선의 화가 김홍도는 열흘을 고민해도 그려내지 못했다는 여덟 곳의 명승지 ‘단양팔경’중 5경이 모여 있는 곳에 방곡 도예촌이 있다.


충북 단양군 대강면 방곡리에 위치한 ‘방곡도요’에는 3대째 맥을 이어 온 도봉 서찬기(충북무형문화재 제10호 사기장) 도예가가 도예의 숨결을 지켜 온 곳이기도 하다. 그의 부친 고(故) 서동규(대한민국 도예명장 제28호) 명장의 문하에서 1994년 정식으로 도예 입문을 시작하게 된 도봉 선생은 도자기를 빚는 일이 “외롭고 힘들지만 내 삶이 다하는 날까지 전통을 이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치면 지고, 미치면 이긴다.”는 그의 좌우명은 지금까지 산중생활의 적적함을 잘 이겨내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방곡 도요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소나무 장작을 소비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시대가 바뀌면서 힘든 장작 가마를 쓰는 대신 손쉽고 영혼이 없는 전기 가마로 바뀌고 있는 실정에서도 꿋꿋하게 전통을 이어나가겠다는 그의 의지는 수많은 도예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2025 몽골 국립종합예술대 초청 전시회 기간 중 인터뷰를 하고 있는 도봉 서찬기 도예가

국내는 물론, 미국 애틀랜타 미주한인문화재단 초청 전시회(2018년)를 시작으로, 일본 후쿠오카 이마리현 그룹에 전 작품 출품 전시(2000년), 몽골 국립종합예술대 초청전시회(2025년)를 이어 온 도봉 선생의 앞날에 늘 서광이 비추기를 기대해 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제3화 오늘을 성실히 살아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