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 사라졌다> 리뷰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 / 원제 : What Happened to Monday?> 는 제목만 봐서는 어떤 영화인지 쉽게 감이 잡히지 않는다. 지루하고 똑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코미디 영화인지, 사라진 월요일을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인지. 흔한 포스터 하나 보지 않고 영화관으로 향했더니, 보기 전 까지는 어떤 영화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제목에서 말하는 '월요일'은 우리가 아는 시간 및 날짜 개념이 아니라, 극 중 일곱 쌍둥이의 한 명으로, 일월화수목금토 중 첫째 즉, 맏언니다. 인구 폭발 시대 속의 산아가 1가구당 1명으로 제한되자, 아이들을 살리고자하는 할아버지의 철저한 훈련과 지휘 아래에서 일곱 쌍둥이는 일 주일 간 한 명씩 '카렌 셋맨'이 되어 살아간다. 그러던 중, 월요일에 카렌 셋맨으로 살아가는 '월요일(먼데이)'가 산아제한 담당 기구로부터 납치된다. 영화는 막바지로 가면서 여럿 반전들과 함께,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스토리로 전개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롭고 중요한 소잿거리는 바로 '인구 폭발의 시대 배경'이다.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식량이 부족하고 이를 개선코자 유전자 변형 작물을 배양하였으나, 작물의 부작용으로 N쌍둥이가 급속도로 증가하게 되어 오히려 식량이 더욱 부족하게 된다는 디스토피아적인 시대적 배경은, '월요일이 사라질 수 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이자, '우리의 세상이 실제로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관객의 불편함을 이끌어 낼 정도의 개연성을 지닌다.
영국의 경제학자 토마스 맬서스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는 애덤 스미스로 대표되는 산업 자본주의의 낙관에 찬물을 끼얹는 주장이었다. 산업혁명이 시작되던 18세기 영국에서 애덤 스미스에게 인구란 곧 '수요의 증가'를 의미했지만, 맬서스에게 인구란 곧 '식량의 부족'이었다.
제 1차 산업혁명 전/후로 발표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맬서스의 '인구론'은 18세기 후반 영국(혹은 유럽)의 똑같은 사회를 바라보았음에도, 놀라울 정도로 상반된 입장을 지닌다. 개인간의 자유로운 거래는 재화의 소비와 생산의 증대로 이어지고, 이는 곧 공공의 이익의 증대로 이어진다고 주장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산업혁명을 본격적으로 촉진함과 동시에, 인구의 증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산업화된 영국에서 맬서스는 '인구의 증가는 곧 부양할 저소득층의 증가와 식량의 부족으로, 빈곤의 확대'를 의미했다. 따라서 필요 이상의 인구는 빈곤과 질병, 때에 따라서 재해나 전쟁으로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보았다. 즉, 인구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모두가 적절한 삶의 수준을 영위할 수 있다고 보았다.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은 이러한 맬서스가 저술한 '인구론' 속 세계관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이도 모두가 알다시피 여전히 지구는 잘 작동하고 있다. 맬서스의 인구론은 등장한지 두 세기가 지나지 않아 현실성없는 이론이 되어버렸다. 맬서스가 간과한 과학의 위대함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전제를 깨부숴버린 것이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토지 면적 당 작물 생산성을 비대하게 증가시켰으며, 식량은 과잉 생산되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만으로 사망할지언정, 굶어서 죽는 이들은 드물게 되었다. 아직까지 우리의 월요일은 무사해보인다. (물론 영화도 이를 알고 과학 기술(GMO)의 부작용이라는 설정을 끌어와 이미 깨진 이론에 더욱 개연성을 높였다.)
영화처럼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었지만, 60-70년대 베이비붐 세대였던 아버지가 어릴 적 '하나 낳아 잘기르자' 운동이 한창이었다. 아직 농업 사회였던 한국은 남아선호사상과 맞물려 아들이 곧 생산력이었다. 딸딸이 부부는 아들 하나 보기 위해 두 딸이 있어도 계속해서 출산을 해야만 했다. 그 결과 한국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사회가 이들 모두를 수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정부는 맬서스의 인구론을 다시 꺼내들었다. 일본이 그랬고, 지금 중국이 그렇다.
선진국 반열로 오르자 상황은 달라졌다. 고속으로 성장하는 시대가 지나고, 물가는 오르고 취업은 힘들어졌다. 학비는 오르고 학자금 대출에 결혼 자금 마저 물가와 더불어 올라만 간다. 출산율은 점차 하락하더니 어느새 세계 최저를 계속해서 갱신중이다. 중국 또한 그렇게 될 것이다. 맬서스의 이론은 기우가 된지 오래고,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말그대로 '공상 과학 영화'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 60억 지구에서 ~♪(숫자송 中)' 어릴 적 들었던 숫자송에서 60억명이던 지구의 인구는 현재 72억이 되었다. 전세계 인구는 여전히 새로운 기록을 매일 갱신하고 있으며 그 속도 또한 놀라운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는 계속해서 폭발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그저 공상 과학 영화에 불과하지만, 제 3세계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영화는 현실이 되었다. 빈곤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빈곤의 종말'에서 저자 하버드대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교수는 빈곤의 원인 중 하나를 맬서스와 같이 '인구'로 꼽았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열악한 기후와 식량 부족으로 인한 아동들의 낮은 생존률, 피임도구의 부재, 전무하다시피 한 교육 환경 속에서 제 3세계 주민들은 계속해서 출산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인구는 증가하고 악순환이 이루어 진다.
높은 출산율과 저소득층의 비율이 빈곤을 생산해낸다는 점에서 맬서스의 주장과 맥락을 함께 하면서도, 둘은 차이점이 있다. 높은 출산률이 식량의 부족과 빈곤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출산과 인구를 제한해야한다는 것이 맬서스라면, 제프리 삭스는 교육 환경과 적절한 의료수준, 일정 수준으로 아이들의 생존률을 유지한다면 자연스럽게 출산율은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제프리 삭스 교수는 지역적으로 농사에 불리한 환경과 불안정한 정치 상황에 놓인 제 3세계에서, 그들이 스스로 환경을 개선하고 인프라를 확충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국제구호단체를 비롯한 여러 선진 국가들이 이들 제 3세계를 도와야 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사라진 월요일을 되찾아주고, 우리의 월요일을 지키기 위해서다. 영화는 여전히 영화다. 그러나 이 비극적인 영화가 어떤 곳에서는 현실이고, 이를 신경쓰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인구 증가가 곧 유효 수요가 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인구가 곧 국력이고, 인프라와 교육 여건을 높임으로써 출산률을 낮출 필요가 있는 제 3세계가 함께 존재하는 지구에서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우리에게 아이러니한 현재 상황을 상기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