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하이퍼그라피아
실행
신고
라이킷
19
댓글
2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해면
Sep 15. 2022
빈백의 요정
도서관의 휴게 공간에 마련된 빈백에 누워 10분 정도 자야지 하고는 꼬박 한 시간을 내리 자고
일어났을 때, 난 좀 당황스러웠다.
집이 아닌 곳에서, 특히 다른 사람들이
자는 모습을 훤히 볼 수 있는 공개적인 곳에서 그리 자본 게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잠버릇이 험한 편도 아니고 만에 하나 침을 흘렸더라도 마스크가 가려줬을 텐데 괜스레 머쓱했다.
친구에게 전화해 수다를 떨다 그 얘기를 하면서 문득 말했다.
"나이가 들었나 봐."
친구는 언뜻 상관관계에 대해 이해가 안 갔는지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음성으로 되물었다.
"나이가 들면 도서관에서 자게 되는 거야?"
"아니, 뻔뻔해지는 것 같아."
그러자 아, 하고 탄성이 들렸다.
그 이후로도 작업을 하다 졸리면 빈백에 누워 낮잠을 잤다.
한 시간쯤 잘 때도 있고 딱 10분 자고 일어날 때도 있다.
엄청 편한 것도 아니고 바로 아래가 어린이 도서 코너라 가끔은 시끌벅적한데도, 그렇게 잔다.
나 외에도 거기서 자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나이대도 다양하고 각자 자는 모습도
가지각색이다.
그런 걸 보면 나이가 든 내가 뻔뻔해져 아무 데서나 잘 자는 것만은 또 아닌 것 같다.
어쩌면 빈백의 요정이 수면 가루로 사람들을 재우는 건 아닐까.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열공하니까, 전날에 혹은 그 전전날에도 밤을 새워가며 책을 들여다봤을지도 모른다.
혹은 육아를 하느라
온종일
고되었을지도 모르고.
밥
먹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도 사치라 여기는 그 사람들을 위해 잠시 충전할 시간을 대신 마련해 주는 건지도.
그 위에서 잠드는 모두가
잠깐이라도
아주 기분 좋은 꿈을 꿨으면 좋겠다.
keyword
낮잠
일상에세이
도서관
해면
소속
직업
프리랜서
매 순간 작가를 꿈꾸는 해면입니다. 작은 미소를 선물해 드리고 싶어요.
구독자
17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쉬는 시간
수수한 이야기_프롤로그
매거진의 다음글
취소
완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검색
댓글여부
댓글 쓰기 허용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