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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면 Apr 26. 2024

전자책_초단편 소설 「모퉁이 빵집」 리뷰

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모퉁이 빵집’의 표지와 제목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모두 담겨 있다. 밥보다 빵을 좋아하는 나는 참새가 방앗간 지나치지 못하듯 마음이 이끌려 들여다보게 되었다. ‘짧지만 여운이 긴 소설’이라는 소개말도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소설은 어느 화가가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그림을 들고 모퉁이에 있는 빵집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사실 화가는 빵이 아니라 커피 한 잔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여기 혹시 커피도 합니까?”

커피요?”

. 아침부터 커피를 꼭 마시고 싶었습니다. 지금 저한테는 정말 필요하거든요. 그게…….”     


종일 들어야 했던 그림에 대한 쓴소리를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잠시나마 잊고 싶었던 걸까?

몇 마디 더 주고받은 화가는 원하던 대로 커피를 주문하지만 빵집 주인은 빵값만 받는다고 말한다. 어쩔 수 없이 막 나온 크루아상 두 개를 집어 접시에 담는다. 빵집 주인이 잠시 주방으로 사라진 사이 빵을 무전취식하고 홀연히 떠나는 할아버지가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이봐요, 저 할아버지가 방금 여기 빵을 먹었다니까요?”

그게 손님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당연히 상관있지, 난 지금 이걸 돈 내고 먹으려고 하잖아요! 나한테 필요한 건 커피뿐인데요!”     


종종 나에게만 불합리한 일이 벌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다. 머피의 법칙이 작용하는 듯한 하루를 겪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오늘 정말 왜 이러지? 대체 뭐가 문제야?’ 하는 말을 내뱉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순간 억울해진다. 난 잘못한 게 없는데. 맞다. 잘 생각해 보면 어떤 시련이 닥쳐왔을 때 우리 스스로 무언가 잘못했다기보다 그저 운이 좋지 않았을 뿐인 경우가 더 많은지도 모른다. 이 소설 속 주인공인 화가도 운 없이 자신의 그림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아니라 깎아내리는 이들을 만난 것이다. 그로 인해 화가 났고,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듯 소리치기에 이른다. 화가는 그 사실을 반쯤 강매한 크루아상을 하나 먹으며 깨닫는다.     


입속에서 바삭하던 빵의 겉껍질이 점점 녹아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졌다. 나는 천천히 입안 가득한 빵을 씹었다.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과연 화가는 어떠한 선택게 될까?


만약 오늘 하루, 혹은 요즈음 무언가 뜻대로 풀리지 않아 괴로웠다면 이 책을 읽어 보길 권한다. 좋아하는 차나 커피, 디저트를 함께 곁들인다면 더욱 좋으리라. 또는 평소 자주 접하지 않는 낯선 음식을 준비해도 괜찮을 듯하다. 마치 뜻하지 않게 크루아상을 먹게 된 소설 속 화가처럼. 단, 천천히 먹으며 그와 같은 속도로 소설을 읽어 나가 보자. 그러면 문제를 새로이 바라볼 수도 있고, 그에 관한 의외의 답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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