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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면 Aug 25. 2024

16. 상주(喪主) (1)

2022/12/12


엄마는 안치실로 옮겨졌다. 부족하지 않게 사 둔 물품 한 꾸러미가 함께 남겨졌다.

찬 새벽 공기 속에 아빠와 안치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엄마 얼굴을 한 번 더 확인하는 절차가 이뤄졌다.

따님 먼저 들어오세요.”

원래 가족이 같이 들어갈 수는 없는 건지, 병원마다 방침이 다른 건지는 모르겠다.

혼자 들어간 안치실에서 엄마를 다시 만났다.

바닥에서부터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한 많은 두 눈이, 수많은 말을 한마디도 남기지 못한 입술이 벌어져 있었다.

끝내 편히 눈을 감지 못했다는 것이 가슴 아팠다.

오래 지켜보고 있을 수 없어 바깥으로 나왔다.

이상하게 그때부터 눈물이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아빠까지 인사를 마치고 외삼촌에게 전화해 부고를 알렸다.

외삼촌은 외할아버지 장례를 치렀던 식장에 연락해 놓겠다고 했다.

새벽 두 시쯤, 엄마를 실은 차에 타고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베테랑처럼 보이는 직원은 외삼촌과 통화를 나눴다.

화장만 진행하시면 금액은…….”

그 말이 또렷하게 들렸다. 화장만 진행한다면?

그동안 나는 식장 없는 장례는 치러 본 적 없었다.

엄마를 최소한의 절차만 밟아 보내 주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나한테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직원에게서 건네받은 휴대폰에 대고 뾰족한 말투로 말했다.

화장만 진행하신다고 하셨어요?”

외삼촌은 아주 피곤하고 한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한창 잘 시간을 방해받았으니 그럴만도 했지만, 그래도…….

그런 방법도 있다는 거야.”

그 순간 결심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엄마를 보내 주겠다고.

전화를 끊고 직원에게 단호하게 얘기했다.

식장에서 3일장을 치르고 싶어요.”

상주는 나였다. 누가 뭐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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