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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면 Aug 19. 2022

9. 조금 긴 외출

야옹이가 또 오지 않았다고 했다.

5일째였다.

처음 있는 일이어서 걱정이 이만저만 되는 게 아니었다.

휴대폰 너머 아빠 목소리도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

길목에서 마주친 야옹이 주인 아주머니가 혹시 본 적이 없느냐고도 물었다고 했다.

완벽한 가출을 한 모양이었다.

인터넷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길고양이 학대 사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자연히 악몽도 계속 꾸었다.

이게 마지막이면 어쩌나 생각하니 왈칵 눈물도 났다.

함부로 준 사랑이 녀석에게도 우리에게도 독이 된 것 같아

죄책감이 빚처럼 초 단위로 불어났다.


거의 혼이 나간 상태로 일거리를 겨우 쳐내고 본가로 갔다. 언제 야옹이가 나타날지 몰라 현관문을 활짝 열어두었다.

찬바람이 쌩쌩 부는 1월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저녁 먹을 시간쯤 길목에 나가 서성이다 야옹이네 앞까지 가게 되었다.

혹시나 집에 돌아왔을까 싶어서.

남의 집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누가 보면 오해를 살까 봐 얼마 들여다 보지 못하고 막 돌아서던 때였다.

야옹이가 앉아 있었다.

너무나 평온한 모습으로, 어딘가 묘하게 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나는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냐는 말로 시작해 와다다 한풀이를 쏟아냈다.

누가 듣건 말건, 보든 말든.

야옹이는 내 속사포 랩(?)에도 그저 멀뚱멀뚱한 채였다.

특별히 다친 곳이나 아픈 덴 없는 것 같았다.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와 아빠한테도 소식을 전했다.

"야옹이 집에 있네!"

아빠는 내가 찍어 온 사진을 보고 아주 괘씸한 고양이라고 제법 엄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슬쩍 올라가는 입꼬리는 숨기지 못했다.

그날 밤엔 악몽을 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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