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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면 Aug 17. 2022

8. 옥상은 너의 것

야옹이가 우리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단연코 옥상이다.

마당을 한 바퀴 휙 순찰하다 창고에 한 번씩 들어갔다 나오면 꼭 옥상 위로 올라간다.

참으로 고양이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한번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면 한동안은 꿈쩍도 하지 않고 그루밍을 하거나 주변을 둘러보기 바쁘다.

그러다 아주 작은 소리만 들려도 귀를 쫑긋 세우고 레이더망을 펼친다.

제 딴에 정말 흥미로운 소리가 들리면 옥상 난간 사이로 목까지 쭉 뺀다.

이를테면 주인 아주머니 자동차가 돌아오는 소리 같은.


옥상에 올라가면 어린 시절 불꽃놀이를 보던 기억이 떠오른다.

7월이면 미군 부대에서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며 불꽃놀이를 성대하게 하곤 했는데

집에서 아주 가까워 장관을 경험할 수 있었다.

엄청나게 큰 불꽃이 터져서 사르르 사그라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황홀했다.

대가족이 모여 살던 때라 손바닥만 한 옥상은 금세 붐볐다.

대포 쏘는 듯한 폭죽 소리와 환호하는 소리 박수 치는 소리…….

소란하긴 해도 행복한 시절이었다.     


요즘엔 민원이 들어간 건지 예산이 부족한 건지 불꽃놀이는 하지 않는다.

고등학생 때는 기말고사 시기가 겹쳐 꽝꽝 울리는 폭죽 소리가 저주스럽기만 했는데

최근 야옹이 덕분에 옥상에 다시 오를 때면 어쩔 수 없이 반짝이던 하늘이 그리워진다.

시간이 더 흐르면 하늘을 수놓던 그 많은 별꽃들과

야옹이도 함께 떠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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