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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면 Aug 13. 2022

7. 잠시만 안녕

내 안에 문제가 있다면 스스로 고칠 수 있다. 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타인의 문제는 손쓸 방법이 없다.




21년 12월, 새로운 자취방을 얻어 이사하게 되었다.

아빠와 사이가 급격히 나빠진 탓이었다.

서로 말을 안 하거나 소리 지르며 화를 냈다.

더는 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쯤 부동산에서 계약서를 쓰고 있었다.

입주일 일주일 전에야 아빠에게 이사를 알렸다.

예상대로 아빠는 딱히 별말 하지 않았다.

다 큰 자식이 독립한다는데 반대할 이유를 찾긴 어려운 법이니까.


이사하기 전에도 후에도 야옹이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야옹이에게도 집이 있고 가족이 있는데도.

그리고 여전히 아빠가 밥을 주고 쓰다듬어 주고 마중과 배웅을 나갈 텐데도.

내가 고양이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혹은 야옹이가 사람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그래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루 종일 했다.


재회는 금세 이뤄졌다.

이사 후 한 달간은 오롯이 새집에서 보내며 마음을 정돈하려 했건만.

일주일도 안 가 간소한 짐을 챙겨 본가로 떠났다.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야옹이가 너무 보고 싶었다.

녀석은 내가 떠나고 난 뒤에도 변함없었다.

쓸데없는 걱정 했다는 듯 여상한 태도였다.

오히려 변한 건 아빠였다.

가족은 떨어져 살아야 애틋해진다더니 딱 그랬다.

다시 전과 같은 일상이 찾아왔다.


이사한 후 나는 대체로 토요일 날 본가로 갔다가 월요일 날 돌아온다.

가끔 수요일쯤 가서 화요일 날 돌아오기도 한다(프리랜서의 특권……!).

아빠와 하루 한 번씩 안부 전화를 주고받는데, 복붙한 듯 내용은 똑같다.

“밥 먹었어?”

- 응. 너는?

“먹었지. 야옹이는?”

그다음부터는 야옹이에 관한 이야기가 쭉 이어진다.

가끔 아빠가 영상 통화로 야옹이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 주기도 한다.

반가운 마음에 야옹아, 야옹아 부르짖지만 딱히 바라봐 주진 않는다.

그럴 때면 내심 아쉽다.

그래도 괜찮다. 토요일은 반드시 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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