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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면 Aug 11. 2022

6. 숙박료는 다음에

날이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시작하자 야옹이는 밤에 찾아올 때면

전기장판이나 이불 위에 자리 잡고 누워 한동안 눈을 붙이다 갔다.

2, 30분 자고 갈 때도 있고 두세 시간 자고 갈 때도 있었다.

녀석이 한가운데 자리를 차지하면 아빠는 대각선으로 누운 불편한 자세로 티비를 봐야 했지만 야옹이를 깨우거나 한쪽으로 밀거나 하지는 않았다.

단잠을 방해하는 사람이 없으니 녀석도 마음이 완전히 놓였던 걸까.

급기야 거실에서 아빠랑 하룻밤을 같이 자고 그다음 날 새벽에 돌아가기도 했다.


나랑도 하룻밤 같이 잔 적이 있다. 딱 한 번.

비교적 최근 일이다.

저녁에 찾아온 녀석이 밥을 먹고는 내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폴짝 뛰어오르더니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자고 가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이전에도 몇 번 그랬으니.

다만 나는 야옹이를 데리고 잘 자신이 없었다.

잘 때 뒤척이다 나도 모르게 깔아뭉갤까 겁나서.

그 사실을 말해 주면서 부탁해 봤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어쩔 수 없이 같이 누웠다. 잠깐 자다 갈 수도 있겠거니 생각하고 핸드폰을 보다가 스르르 잠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퍼뜩 놀라 녀석이 괜찮은지 다급히 확인했다.

야옹이는 쿨쿨 소리가 들릴 만큼 옆에서 아주 잘 자고 있었다.

강아지들처럼 등을 대고 똑바로 누워 앞발을 반 접은 자세로.

그게 너무 우스워서 소리 죽여 웃다가 다시 잠들었다.

처음으로 동물과 함께한 잠자리였다.     


다음 날, 야옹이는 일찌감치 일어나 그루밍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부지런하고 깔끔한지…….

녀석은 아침까지 얻어먹을 염치는 없다는 듯 서둘러 밖으로 나섰다.

“다음부턴 숙박료 내.”

멀어지는 조그만 등에 대고 그렇게 말했지만 한 번 돌아보는 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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