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베이스 캠프 ‘포카라’
네팔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수완나폼 공항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수완나폼 공항은 홍콩 첵랍콕 공항, 싱가폴 창이공항과 더불어 동남아시아 HUB 공항을 꿈꾸기에 공항 규모나 시설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인도차이나 반도에 있는 다른 국제공항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불굴의 산악인 ‘박정헌’
네팔행 탑승장에서 촐라체의 영웅 ‘박정헌’을 만났습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포카라(Pokhara)로 패러글라이딩을 하기 위해 간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대표 산악인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안나푸르나 남벽(8,091m)과 에베레스트 남서벽(8,848m) 등 히말라야 대표적인 거벽을 올랐으며, 2002년 시샤팡마(8,027m) 남서벽에 코리안 하이웨이(Korean Highway)를 개척한 산악인입니다.
히말라야 정상을 향해 가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막대한 인원과 자본을 투자하여 정상에 오르기만 하면 된다는 등정주의(登頂主義)와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최소한의 장비를 지니고 남들이 가지 않은 새로운 루터를 개척하는데 의의를 두는 등로주의(登路主義)가 있습니다.
그는 2005년 겨울, 자일 파티 (Seil party)인 최강식과 함께 촐라체(6,640m) 북벽을 알파인 스타일(등로주의)로 등정한 뒤 하산 도중 실종 되었다가 5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되었습니다. 그때 동상에 걸려 손가락 8개를 잃었습니다.
이들의 등반 과정은 그의 저서인 “끈”과 소설가 박범신의 소설 “촐라체”로 재탄생되어 독자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촐라체 등반 사고 이후 그는 좋아하는 등산은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자전거, 패러글라이딩 등을 통해 포기하지 않는 삶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2012년 KBS에서 방영한 “이카로스의 꿈”에서 히말라야 2,400km를 패러글라이딩으로 날며 히말라야 절경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KBS ‘강연100도씨’에서“방황의 이유는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라는 주제로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삶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높이가 다를 뿐이죠.
삶의 고도를 높이고, 등반은 길이 없는 곳에서 출발합니다.
여러분들도 보이지 않는 길에서 등반을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항공기는 태국-미얀마-방글라데시-인도 상공을 거쳐 네팔에 진입합니다. 창문 아래로 보이는 실시간 서로 다른 경관이 묘한 대조를 보입니다. 이 비행의 대미는 히말라야 산맥입니다. 구름 바다 위에 우뚝 솟은 히말라야 산맥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경외심을 갖게 합니다.
네팔 카트만두 트리뷰반 공항은 무척 정겹습니다. 우리나라 건설사가 만든 공항은 시골 역사 같은 모습입니다. 여행자들은 항공기에서 내려 활주로를 걸어서 입국장으로 향합니다. 세상에 바쁜 것이라고는 하나 없는 출입국 관리들은 입국자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입국 비자는 아무런 질문 없이 사진 두 장과 25$(15일 이내 체류시)을 제시하면 얼굴 확인도 없이 발급됩니다. 몇 년 전 일행 중 사진을 준비하지 않아 다른 사람 사진을 붙여서 제출하였지만 아무 문제없이 비자가 발급되었습니다.
2년 만에 접한 카트만두 트리뷰반 모습은 국제선 항공기의 취항 증대로 혼잡한 모습입니다. 관광객의 증가도 있지만 중동 지역이나 동남아시아(싱가폴, 말레이시아)로 취업을 나가는 네팔리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네팔 3대 수입원은 관광, 원조, 용병(근로자도 포함)이라고 합니다. 1970년대 우리나라 수많은 가장들이 열사의 중동지역에서 땀 흘려 번 돈이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듯이 네팔도 많은 변화 있었으면 합니다.
입국심사를 끝내고 수화물을 찾는 과정에서 해프닝이 발생했습니다. 대부분 트레커들은 사용할 장비를 카고백(트레킹을 위한 가방)에 담아 옵니다. 카고백을 찾아 세관을 거쳐 밖으로 나오려는데 누군가 저에게 달려옵니다. 그의 손에는 저와 같은 모양의 카고백이 있습니다. 카고백이 바뀐 것입니다. 만약 이 사실을 공항에서 발견하지 못했다면 고달픈 트레킹이 되었을 것입니다.
설산이 만든 도시 ‘포카라’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트레킹은 네팔 제2의 도시인 포카라에서 시작됩니다. 설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포카라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서쪽으로 200km 떨어져 있으며 설산에서 흘러내린 만년설이 호수와 마을을 이루고 있습니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버스나 항공기를 이용해야 합니다.
우리는 국내선 항공기를 미리 예매하였기에 국내선 청사로 이동합니다. 항공기를 이용하면 하루를 절약할 수 있으며 하늘에서 보는 히말라야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냅니다. 28인승 소형 비행기는 좌석 번호가 없이 타는 순서대로 자리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히말라야의 절경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오른편 좌석에 앉아야 합니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까지 버스를 이용하면 7-8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렇지만 허술하기 짝이 없는 YETI 항공 소형 비행기는 30분 조금 걸려 도착하였습니다. 28인승 소형 항공기는 설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반면 룰러코스트를 타는 아찔함을 함께 맛볼 수 있습니다. 삶에 회의를 느끼거나 뭔가 인생에서 반전이 필요하신 여행자에게 네팔 국내선을 권합니다. 한 번 타고 나면 삶에 대한 강한 의욕을 갖게 될 것입니다.
포카라의 백미 ‘페와 호수’
호수라는 의미의 네팔어 ‘포카리’에서 유래된 포카라에는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휴식과 트레킹을 위해 찾아옵니다. 연중 따스한 기온과 페와호수(Phewa Tal)에서 바라보는 설산의 파노라마는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키며, 8,000m급 4개를 품고 있는 안나푸르나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트레킹 코스입니다.
포카라는 페와 호수를 정점으로 레이크 사이드와 댐사이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여행자들은 숙소와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진 레이크 사이드에 숙소를 정합니다. 우리 일행은 상대적으로 한적한 댐사이드에 숙소를 예약하였습니다.
숙소에서 짐을 정리하고 내일부터 시작될 트레킹에 대비하여 침낭과 스틱을 대여하고 포터를 고용하며 산행 준비를 하는 것으로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