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긍정적인 하루를 보내기 쉽지가 않다. 아침에는 기분 좋게 눈을 뜨고 싶고, 회사에서는 최대한 효능감을 느끼고 싶다. 둘 다 어렵다면 퇴근 후에라도 편안히 쉬거나 소소한 취미생활이라도 하며 조금이라도 알찬 기분을 느끼고 싶은데, 나한테는 이상하게 어렵다.
최근 회사에서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브런치 1번 글을 쓸 때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얼마 전 한 사건을 계기로 누적치가 뻥 하고 터져버렸다.
나는 왜 이렇게 멘털 내성이 약한 것인가. 이제 문제의 원인이 나인지 환경인지. 내가 너무 애정을 쏟아서인지 그 반대인지. 판가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최근 머리가 다시 꼬였다.
얼마 전 외근 장소에서 집으로 바로 퇴근을 했는데, 마음이 불안해서 주차장 차 안에서 한동안 앉아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올라가려고 한 것인데 오히려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았고 가슴이 조여져 왔다. 이러다 정말 죽겠다 싶어 급하게 상담센터 한 군데를 예약했다. 최대한 빠르게 상담을 받아 보고 싶었는데, 예약 상황과 현재로서는 토요일만 가능한 내 일정이 겹쳐 2주 뒤로 잡혔고, 그게 바로 내일이다.
그동안 좀 나아지는 날도 있다가 심한 날도 있다가를 왔다 갔다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나빠졌다. 머릿속에서 쓸데없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자 몸까지 아파졌다.
십이삼 년 전쯤? 몇 번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그리고 내 문제의 원인이 어디서 온 걸까 궁금해 하기도 했다. 유튜브에 수많은 심리 분석 콘텐츠가 있고 조회수, 댓글수가 높은 걸 보면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이제는 누군가에게 말하기 조차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원인을 알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부모가 되어서 더 그런 것인지 모르겠는데, 모든 것을 자꾸 부모와 유년기를 통해 분석하는 것도 지겨웠다.
하지만 이제 안 될 것 같았다. 심한 날에는 나와 타인의 행동과 말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더 내버려 두면 안 될 것 같아 일단 어디든 상담을 잡았다.
'아보하'라는 말처럼, 기분이 평온한 '아주 보통의 하루'를 보내고 싶다. 잠을 자기 전 하루의 마무리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새벽에 불안한 긴장상태로 깨고 싶지 않으며, 아침이 오는 것이 기분 좋았으면 한다. 정신적 에너지 고갈로, 저녁에 아이들에게 엄마의 지친 모습을 그만 보여주고 싶다. 이런 상황을 평생 반복하면서 사는 것은 아닐지 사실은 너무 두렵다. 그러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