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힘을 최근에서야 실감한다.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들이 기록, 메모, 글쓰기의 장점을 말하는 것을 들어왔지만 체감하지는 못했었다. 고작 몇 개의 짧은 글임에도 다시 펼쳐 보고, 또 기록을 이어나가는 것이 현재의 나를 다잡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나를 보듬기 위해 적기 시작했기 때문에 내 상태와 감정을 자주 들여다본다. 나름 논리의 축을 잡고 쓸 때도 있지만, 때로는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마구 쓴다.(그래서 어떤 건 워드 상으로만 꽁꽁 숨겨져 있다.)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홀로 조용히 남아 적어 내려가기도 하고, 아이를 재우고 침대에서 정리하기도 한다. 특히 마음이 어려울 때는 일단 휴대폰으로 문서를 연다. 몇 줄이라도 마음과 생각을 활자로 바꾸고 나면, 나한테는 이게 달리기와 같은 효과를 주지 않나 생각한다. 마음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라앉고, 정신은 또렷해지고.
이미지 출처: https://pin.it/6pc7XsKf5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외치면서 첫 페이지를 열었는데, 며칠 뒤에는 버킷리스트를 적고 있더라. 사실 그 내용들이 갑자기 떠오른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는 그냥 뿌연 이미지였다면 이제는 그 윤곽이 드러나는 느낌이다.
디깅 하고 싶은 취향들도, 버킷리스트도 계속 진행하고 글로 남길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여전히 내 마음을 치유하는 것으로 둘 것이다. 이전에 써둔 것들도 다시금 읽어 보면서 내가 왜 어설픈 글쓰기를 시작했는지도 잊지 않으려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한 방향성은 항상 유지하면서. 그리고 한두 명이라도 허덕이는 일상 속 번아웃과 불안에서 조금이나마 공감대를 이룬다면 그건 정말 발전적인 덤이겠지.
앞으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러나 사실은 삶에서 무엇이든 절절히 부여잡고 싶은 기록과 이야기는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