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첫 상담을 했다. 이번에는 이것저것 마음과 머리가 꼬여 있어 다소 열린 상담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생각을 정리해서 가고 싶어 며칠 전부터여러 문장을 되뇌어 보았으나 잘 되지 않았다.
왜 오게 되었냐는 상담사분의 질문에 일단 더듬더듬. 그러면 상담사분이 '이런 상태신 것 같네요', '이런 것 아닐까요?' 하고 상황을 정리해 주었다.
최근 켜켜이 마음에 응어리가 쌓이면서 그 문제들이 내 '자존감 부족'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 왔다. 그런데 상담사분이 얘기를 쭉 듣더니, '일단 지금까지는 자존감 문제로 느껴지는 것은 없어 보여요. 오히려 '완벽주의' 때문인 것 같아요'라는 의견을 주었다. 그리고 '감정을 상황에 너무 대입하는 것 같다'는 새로운 시각도.
정신없이 중언부언 1시간을 떠들었고 그것만으로는 당연히 문제가 해소될 수는 없었지만, 하루 정도 지나니 아하 포인트가 몇 개 발견된 느낌이 들었다.
상담사분은 덧붙여, 보통 심리학적으로 20-30대에는 외부 자극에 민감한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공부, 취업, 결혼 등 자신에게 필요한 과업을 하나씩 해나가는 시기라서 그렇단다. 그러다가 40대부터는 내면을 더 들여다보기 시작하고 그럴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그런 관점에서는 적절한 시기에 상담 신청을 한 것 같다는 긍정적인 말도 해주었다.
토요일 이른 오후에 상담을 마치고 그래도 마음이 좀 편안한 상태에서 주말을 보냈다. 상담 전에 쇼팽과 관련된 음악 소모임에도 참석해서인지 신체적 피로감도 훨씬 덜 들었다. 일요일 밤 잠들기 전 다시 불쾌한 불안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는데, 웬일인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자는 다짐이 가능했다.
그리고 월요일인 오늘은 잡념과 부정적 생각이 다시 밀려오기 시작해 잠깐이나마 폰으로 글을 적고 있다. 앞으로도 이렇게 하나씩 나만의 극복 방법을 찾아나가길 기대한다. 결국 그게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요동치는 이런 나일지라도 받아들여주고, 그럴 때는 나를 위한 방법을 찾아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