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중독, 성취 중독에 빠진 친구와 얘기를 하다가 다다른 결론이었다. 자지 않으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성취 중독, 도파민 중독은 결국 스트레스와 멈추지 않는 긴장 상태로 수면도 엉망으로 만드는데, 결국 그 수면 부족은 성공적인 결과에서 멀어지게 만들 뿐이다. 특히 장기 전이라면.
안 그래도 나이 들고 애 둘 낳으면서 기억력을 많이잃었는데, 이제는 수면이 엉망인 날은 주간에 업무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인간관계에도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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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나는 잠에 딱히 민감한 편은 아니었다. 나의 수면 비극의 시작은 첫째를 낳고 나서부터였다. 조리원에서 “밤에 자꾸 울어서 안아줘야 하더라고요”라는 직원 분의 말을 흘려들으며 퇴소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언급이 아니었다. 첫째는 7살 때까지 통잠을 모르고 살았다. 과장 없이 정말이다. 지금도 울지만 않았지 매일 새벽 본인 침대, (둘째와 함께 하는) 내 침대, 남편 침대를 오가며 잠을 잔다. 신생아 때도 낮잠을 40분 이상 잔 적이 없고, 아이가 낮잠을 잘 때는 너무 소리에 예민해서 집안일은커녕 화장실 변기 물도 내리기가 어려웠다. 밤잠은 내가 안고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드라이기를 2시간은 켜둬야 가능했고(밤에는 드라이기 소리에만 울음을 그쳤다), 설상가상 소위 야경증은 매일 밤 반복됐다.
‘집이 너무 조용해서 그래’, ‘수면도 교육이야’라는 말은 평균치의 아이들을 두고 하는 것임을 나는 장담할 수 있다. 그리고 조부모부터 3대 정도가 같이 사는 시끌시끌한 가정은 내가 어릴 때도 도시에서는 없었단 말이다. 죄송하지만 전문가에게도 반박할 수 있다. 그것은 교육이 아니라 유전자입니다…그리고 통잠을 어느 정도 자는 아이여야 분리 수면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 사이에 둘째도 태어났다. 다행히 둘째는 첫째보다 잠도 좀 더 잘 자는 편이었고 순했다! 역시 육아 고통의 총량은 같다는 육아 선배님들의 말씀이 맞았다. 어떨 때는 전문가보다 엄마 경력자가 더 대단해.
어쨌거나 6-7년은 꽤 긴 시간이다. 엄마 바라기인 둘 때문에 결국 6년 넘게 수면 부족에 시달린 나는 잠 때문에 화를 냈고, 잠 때문에 남편이랑 싸웠으며, 잠 때문에 애가 미웠고, 잠 때문에 퇴사하고 싶었다. 퇴사하면 낮에 애들 어린이집 보내고 잠이라도 잘 수 있지 않을까? 세상 고통 중 하나라도 덜어내고 싶었고, 인간 기본 욕구 중에 하나라도 채우고 싶었다.
시간에 장사 없다고 어찌어찌 세월은 흘러 가끔 밤에 안정적인 수면을 취할 때도 있지만, 지금도 자주 밤에 화가 나곤 한다. 빨리 분리수면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와야 할 텐데. 나도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니 회사 스트레스나 중요한 프로젝트 중에는 민감해져서 애들이 원인제공을 하지 않아도 잠을 못 이룰 때가 있기도 하니, 도대체 언제 쉴 수 있나 싶었다.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나 공부는 새벽에도 애들이 잠든 이후에도 하기 어려웠다. 아침에는 내가 깨면 애들도 깼고, 밤에는 2-3시간 간격으로 침대로 불려 가야 했다. 지쳐갔다. 결국, 아등바등 내 시간 확보를 위해 잠을 줄이지 않기로 했다.
성장 욕구가 항상 있었던 타입이라 새벽 공부를 시도해 보기도 하고, 밤에 애들 잔 뒤 눈을 부릅뜨고 이직 준비나 공부를 해보기도 했는데. 모르겠다, 이제 그 모든 상황을 덮어 버리기로 했다.
어차피 자기로 마음을 먹어도 이미 밤새 쪽잠이다, 일단 한 동안은 내려놓고 난 그냥 잘 것이다. 최대한 이불속에서 오래 머무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