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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일라 Oct 27. 2024

7.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나는 책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 좋아한다는 감정이 객관적으로는 모호하다. 평소 책을 많이 읽지도 않고, 집중해서 빨리 읽는 능력도 이제는 현저히 떨어졌다. 책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를 좋아해요’,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좋아요’가 어쩌면 더 적합한 표현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책을 좋아해요’라고 말하기에는 매우 민망하기도 하고 주저하게 된다. 아마도 요즘 일어나는 독서 트렌드도 나와 같은 감정의 소유자들이 아닐까? 지식추구형으로 독서를 하기보다는 일종의 힐링추구형의 독서가들.

이미지 출처: https://pin.it/4YQ7NyHQJ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에 책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 함께해 왔다. 아주 어린 학창 시절에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었고, 글짓기도 잘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에 대한 동경이 늘 있었고, 의미를 논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성향은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국문과를 가고 싶었는데 엄마의 반대로 영문과를 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내 뜻대로 국문과를 가지 않은 것이 손꼽히는 후회 중 하나다. 국문과를 가서 작가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외국어가 아닌 모국어에 대한 지식, 혹은 문학을 파고드는 일을 했어야 했다. 사전을 만드는 일도 재밌었을 것 같은데…


어찌 됐건 나는 장르로 따지면 문학을 좋아했고, 이외에 또 읽게 된다면 에세이였다. 지금도 서점에 가면 일단 문학 코너로 간다.  자기 계발서는 돈 주고 잘 안 사고, 보게 되더라도 세부적인 내용은 안 읽고 휘리릭 넘기며 핵심 몇 줄만 파악하고 넘어간다.


한동안 (생산적인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하면서 나의 과거 관심사를 다시 돌아보기로 했다. 그 마음을 먹고 처음 구입한 책이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이다. 제목도 요즘 내 마음 상태에 딱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일러스트레이터 오리여인의 그림과 일상적인 짧은 에세이가 쉽고 빠르게 읽혀 마음이 편했다.


“[비움과 채움] 마음이 바스러질수록 나는 채워졌다. 슬펐던 만큼 글을 읽거나 노래를 들었다. 후회한 만큼 나를 되돌아보았고 살폈다. 사랑을 잃었을 땐 다시 나에게 더욱 집중했다. 그러고 보면 비워지는 것은 잃는 것이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어떤 것으로든 비워진 그곳을 채우고 있었다.”


“(에필로그 중) 하지만 그 시간을 견디고 나니 일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충 때우던 끼니는 싱상한 식재료로 만든 요리로 대체되었고, 가보고 싶었던 미술관도 거의 다 다녀왔다. … 책도 왕창 읽고 음식도 먹고 운동도 다녔다. 내가 하고픈 일, 즐거운 일을 했다. … 혼자서는 생각할 시간도 없던 그때와 달리 나의 시간을 온전히 지나고 있었다.”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오리여인)> 중 일부 발췌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오리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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