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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아주다 Jul 23. 2022

[오디오] 보급형 낭만가가 되고 싶다

"왜?"를 사유해 오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의사인 마종기 시인도, 의과대학 시절 인턴생활을 하며

삶과 죽음을 자주 목격한 후 시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고 합니다.

그래요, 오늘 낭만에 대한 오해를 풀어봅시다!


▶ 읽기가 부담스러울 땐 들어보세요. 내레이션은 더 부담스러워요(찡긋 ^.~)


효율을 말하는 사람들 앞에선

사실 내가 '낭만'을 좋아하고

감동 주고 감동받으며 사는 게 꽤 중요한 가치며

누구든지 조금 들뜬 마음으로, 살맛 나게 살길

매일 같이 원한다는 점을 조금은 숨겨야 한다.


이런 내가 이성적일 때조차도

약점을 잡히거나 손해 볼 수 있으니까.

감동만 추구하며 사는 게 아닌데도

그런 것에 치우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하니까.


ⓒ SBS all rights reserved @SBS 낭만닥터 김사부 2


살아간다는 건,
매일매일 새로운 길로
접어드는 것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매일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현실과 마주하는 것.

우리가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에 대한
질문을 포기하지 마라
그 질문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의 낭만도 끝이 나는 거다.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2> 명대사


<낭만닥터 김사부>,

그런데 정말 냉철해야 할 것 같은 의사가 낭만이라니.

낭만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낭만이란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 끊임없이 물어보는 것이라 한다. 고삐를 풀고 해이해지는 게 아니라 근원적인 것으로 돌아가 삶을 더 단단히 지탱해주는 거라 한다.

낭만의 재해석, 반갑다.



왜?



사실 "왜?"를 사유하지 않는 것들은 수명이 짧다.

낭만은 생산성/경제성과는 달리

'쓸모없는 것'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바로 그 '쓸모없는' 지점이

사람을 윤택하게 한다. 살맛 나게 한다.


쏟아지는 현실에 마주하려면

새로운 경험으로 무장돼 있어야 하며,

삶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려면

마음을 무르게 하는 것들로 정신을 맑게 유지해야 한다.

이것이 '쓸모없는 것'의 '쓸모 있음'이라,

늘 생각해왔다.


그러니 사람들은 효율과 쓸모없음을 오가야

비로소 잘 살아간다고 자부할 수 있다.  


잘 산다는 건

소모되는 게 아니라 깊어지는 것,

아웃풋 와중에 인풋으로 보강받는 것,

숨 쉴 틈 없이 바쁜 와중에 하는 숨 고르기,

건조한 눈보다는 생글생글한 눈빛,

입모양 외에도 눈과 귀의 근육, 마음까지 함께 웃기,

그리고

자기 안에 사람됨을 발견하는 데 숨어 있다.


효율은 정오에 있으니

자정에는 낭만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


읽는 것, 보는 것, 먹는 것, 듣는 것,

감상하는 것, 느끼는 것,

그리하여 아름다워지는 것,

그렇게 사는 것에 관한 이야기 말이다.


그래서 너와 내가

필요한 사람이 아닐 때도

살아갈 이유가 몇 가지나 되고,

누군가에게 필요가 많은 사람일 때도

오래 그 역할을 하는데 '낭만'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arazuda all rights reserved @프랑스 파리
낭만적이면 안 되나요?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서 그러는데.
Why not?




[작가의 말]

머릿속에 떠도는 심상과 이야기들을 가시적인 형태로 발산하려면 수단이 필요합니다. 영상 편집, 사진 촬영, 기타 연주, 글쓰기... 제가 표현의 수단으로 꾸준히 해왔던 것들입니다. 디지털 콘텐츠가 대세인 시대에 모든 것을 두루 잘하고 싶었습니다. 기타 연주를 제외하면 모두 커리어와 연관 지을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정해진 루트를 곧장 가야 하는 친구들은 제게, "넌 참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곤 했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우쭐하기보다는 그래 보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맥락에서 보면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이야기를 하고 싶다'로 귀결되는 한 가지 활동이었지만 영상 하나만 제작하려 해도 글, 이미지, 사운드 등 여러 요소가 필요하고 유통하는 데도 머리를 써야 하니 다양한 활동을 한 것도 어긋난 말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선망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작은 재능마저도 놓치지 않고 모두 콘텐츠화하고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이미 미술을 하고 있는데도 연출도 하고 기타를 코드를 외는 정도로만 치는데 노래를 짓고, 그걸 모두 모아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목소리는 노래를 부를 때만 쓰는 줄 알았더니 광고 성우의 역할도 해내더군요. 저는 그들과 청춘을 보내며 자신의 재능에 한계를 두지 않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뭐든 개발할 수 있고 그것이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그 당시 제 인생 첫 카메라를 마련했습니다. 보급형 DSLR이었는데요. 보통 '보급형'이란 말은 초보자들이 사용하는 전자기기에 붙습니다.

예술에 있어서 내가 전문가일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 쉽사리 '그렇다'라고 답하진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예술가로 자신을 정의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요. 하지만 보급형 정도는 자신 있었습니다. 충분히 아티스트는 아니지만 대중적으로 소통할 실력은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보급형' 뒤에 '낭만가'를 붙였고, 이 타이틀로 부담을 덜고 여러 콘텐츠들을 만들었습니다. 카메라를 '중급형', '전문가형'으로 업그레이드할 때도 '보급형 낭만가'라는 타이틀을 유지했었습니다. 왜냐하면 '보급형'이라는 말은 '대중적'이라는 말과도 같으니까요. 매니악한 것보다는 대중적인 것이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아했습니다.


보급형 낭만가가 회사에서 잘하는 일은, 타깃에게 인격적으로 다가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원하는 것이 이윤창출이라 하더라도 오히려 직접적인 표현은 '자주' 하지 않았어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강권하지 않고, 부드러운 표현을 늘려나갈 때 사용자들이 브랜드에 감응한다고 믿었습니다. 그 이유는 브랜드를 사람으로 치면 '사람의 격, 인격'이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을 대할 때 넘치는 통찰로 늘 새롭게 다가서는 사람, 여운을 남기는 사람, 도움을 주는 사람이고 싶지만 상투적인 이야기를 반복하는 사람, 자극적인 사람, 목적을 전면에 내세우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습니다. 

특히 타깃이 스스로 느껴야 할 감정을 브랜드가 미리 정해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를 테면 '믿음', '안심'이라는 단어를 쉽게 사용하는 것이 특히 그랬어요. 고객이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획득하는 것은 상품의 전달이나 서비스 중재를 잘할 때 오히려 따라오는 것인데, 브랜드가 먼저 '믿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면 그건 신뢰를 쌓아나가는 과정에 무지하고 폭력적인 일이라고도 생각했죠. '믿음직, 신뢰함'은 고객 리뷰에 고객들의 입에서 나와야 진실이 된다는 것을 엄격하게 생각했습니다. 고객이 브랜드의 '격'을 느낄 때 지갑이 열린다고 믿었습니다. 이는 브랜드에 진정성을 더하는 일이며, 마케팅을 할 때도 창의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합니다.


하지만 일을 하며 어느 순간부터 '낭만'이란 단어를 좋아하는 게 부끄러워졌습니다. 낭만은 흔히 이상주의와도 결부돼 현실을 도외시한다는 느낌을 풍기더군요. 비즈니스에서 좋아할 리 없습니다. 또 남녀 사이의 낭만으로 좁혀지는 것 같기도 했고요. 그렇다 보니 커리어의 세계에서는 드러내서는 안 되는 단어 같았습니다. 스스로를 낭만가라고 표현했던 저는, 제 특색을 지우는 작업을 조금씩 해나갔습니다.


그러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명대사를 만났습니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낭만이라니, 낭만닥터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란 시구처럼 붙어서는 안 되는 단어의 조합 같았습니다. 의사가 회사원보다 더 품어서는 안 되는 단어가 낭만 아닐까요? 하지만 김사부는 낭만을 재해석합니다. 낭만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낭만이란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 끊임없이 물어보는 것이라 합니다. 낭만은 무언가를 더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 '본질'에 더 집요 해지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을 잃고 사는 사람들에게 일갈하듯 얘기합니다. '그래, 맞아. 낭만은 현실을 뛰어넘기 위해 더 근원적인 것에 집중하는 거였는데, 나 역시도 '낭만'을 얕잡아 보고 있었구나. 남 눈치를 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낭만으로 시작해서 구색 맞추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낭만적이지가 않아서 뭐든 빠르게 넘기느라 현실을 현실 그대로 사는 게 아닐까요? 내가 그 일을 시작했던 이유를 잃어버리면서 말이에요. 아니, 어쩌면 첫 마음을 한 번도 잊지 않고도 둔해진 상태로 지내며 말이에요.


이제 저도 김사부처럼 '낭만'을 제대로 해석해야겠습니다.  


우리가 일의 이유를 찾을 때 '낭만'이,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해준다고 믿습니다. 하고 있는 일이 본질을 잃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철학자의 역할을 한다고 여깁니다. 이제는 많은 것에 "왜?"라는 질문을 던져 사변적인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려 합니다.


마스다 미리의 책 <뭉클하면 안 되나요?>에서 따왔습니다.

낭만적이면 안 되나요?

여전히 '보급형 낭만가'가 되고 싶습니다.



ⓒ arazuda all rights reserved @프랑스 파리




▶ 제가 '되고 싶은 사람'은요.

작사가, 인터뷰어, 카피라이터, 시인, 작가, 콘텐츠 크리에이터, 포토그래퍼처럼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또... 맑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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