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이 Oct 13. 2017

2박 3일 짧은 오사카 여행

#72. 10년 지기 친구와 함께 사부작사부작 1

다른 사람들에게 주말인 주말은 나에겐 그냥 평소 목, 금과 같은 날이다. 대신 월, 화가 나에게는 다른 사람들의 주말. 그렇기에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요일도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부터가 아니라 주말 저녁부터나 월요일 새벽부터 떠날 수 있다. 퇴사한 친구 덕분에 이번 오사카 여행은 수요일 하루 월차로 월, 화, 수로 2박 3일간 갈 수 있게 되었다. 아침 첫 전철을 타기 위해 새벽부터 움직였다. 일요일은 항상 새벽 근무이기에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연 이틀을 새벽에 일어나니 정신이 없었다. 그나마 전 날 짐 체크가 끝났기에 내 몸과 정신만 챙기면 되는 상황. 하지만 새벽부터 비가 퍼부었고 더 정신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철역까지 엄마가 태워다 준다고 하여 1차 걱정은 덜었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차를 타러 내려가는 길 뭔가 내 신발인 듯 아닌듯한 불안감에 확인하니 이게 웬걸.... 역시나 동생 신발을 신고 내려왔다...(동생과 취향은 비슷 다른 것은 사이즈뿐... 동생이 발이 더 크다..) 다시 갈아 신으러 올라갔다 가느라 첫차는 놓쳤다. 하지만 그래도 시간적으로는 여유가 있는 상황.  

전철역으로 가는 차 안. 

"엄마, 배터리 충전 안 해놨네? 8%밖에 안 남았구먼." 
"이따 집에 가서 하면 돼~ 잠깐 네가 들고 있어~ 내릴 때 의자에 두고 내리고" 

그러고 나서 역에 도착했고, 의자에 폰을 두고 우산을 펴지 않기 위해 캐리어를 들고 전철역으로 뛰었다. 그리고 공항 철도를 타러 가는 길.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아니 정확하게는 동생 핸드폰으로 엄마가 전화를 했다.

"너 내 핸드폰 들고 갔냐?"
"아니 놓고 내렸는데" 
"없어~ㅜㅜ"

순간 당황. 공항으로 가던 길에 멀뚱멀뚱 서있었다. '아침부터 진짜 버라이어티 하다.'는 생각과 함께 공항으로 가라는 소리에 그때서야 움직였다. 다행히 여유 있게 나온 것이라 공항에 늦지 않게 도착했고 예약해둔 일본에서 사용할 유심을 찾고 수하물을 부치고 체크인을 끝내고 출국 수속을 하러 가는 길. 다시 전화가 왔다.

"찾았어?"
"아니. 없어. 떠나 간 거 같아. 돈 버리는 거지 뭐."
"하... 아니야 차 안 어딘가에 있을 거야. 다시 잘 찾아봐."
"됐어. 짐은 다 부쳤어? 액땜했다 생각할 테니까 조심히 다녀와"

할 말을 잃었다. 아침부터 정말 제대로 정신없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주문해 둔 면세를 찾고 비행기에 탑승하여 여름 막바지에 세 번째 여름휴가를 떠났다. 

정신없는 아침임에도 여권과 티켓은 반드시 지킨다!



간사이 공항까지는 생각보다 얼마 걸리지 않았다. 1시간 20분 만에 도착. 거의 제주도 가는 시간과 비슷하다. 첫 날인 오늘 하루 사용할 주유패스는 공항에서 사기로 했다. 한국에서부터 챙겨가기 불편하기도 했고 가격을 봐도 별 차이가 없어서 한국에서 구매하지 않았다. 공항에서 내려 입국 심사 후 짐을 찾는 것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음에도 주유패스를 살 수 있는 인포데스크는 이미 긴 줄로 까마득해 보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가 구매할 주유패스는 '주유패스 난카이 확장판'이어서 난카이 선 표를 사야 하는 2층 센터에서 구매하였다. 그곳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더 놀라웠던 것은 거의 모든 직원들이 한국말을 어느 정도는(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가 오사카인 건지 한국인 건지 알 수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구매한 주유패스로 난 카이 선 전철을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한참을 달려서 도착한 난바역.  난바역에서 숙소로 나가는 출구 찾기가 너무 복잡했다. 지도를 봐도 헷갈리고 결국 지나가던 사람에게 물어봤다.(친구가 일본어, 영어 회화 능력자, 나는 듣고 읽는 것 떠듬떠듬 말하기만 겨우 가능) 친절하신 남자분(영어회화가 힘드신 건지 숙소까지 직접 데려다주셨다.) 덕분에 출구부터 숙소까지 수월하게 갈 수 있었고 가는 길이 아닌데 우리 때문에 가는 것이 아닌지 물어봤지만 "괜찮습니다."라고 한국말로 대답까지 해주셨다. 그렇게 도착한 숙소. 즐거운 여행 하라는 말과 함께 우린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로 들어가면서 친구가 "일본 사람들은 길을 물어보면 꼭 데려다주더라. 영어로 설명하기 힘들어서 그런가? ㅋㅋㅋ"라는 얘길 했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비즈니스호텔로 체크인이 3시라 짐을 맡기고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그런데 운 좋게도 바로 체크인이 가능했고 방으로 올라가 짐 정리를 하고 간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지난번 후쿠오카 때 묵었던 숙소보다 조금 더 넓어서 좋았다. 이제 진짜 사부작사부작 오사카 여행이 시작되었다.



일단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에 점심부터 먹기로 했다. 친구와 나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는 식당은 가고 싶지 않아서 현지인이 많이 가는 곳을 찾았고 아부라소바(油そば)라는 곳을 찾았다. 숙소에서 조금 걸어가는 길. 확실히 일본이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십여분 걸어 도착한 가게. 자판기에서 메뉴를 정해서 그 금액만큼 돈을 넣어 티켓을 뽑아 자리에 앉으면 티켓을 받으러 자리로 왔고 잠시 기다리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식초와 라유, 젓가락
아부라소바가 무엇인지, 소바 맛있게 먹는 방법

대충 읽어보니 식초 두르고 치유 두르고 섞어 먹으라는 뜻 같았다. 음식을 가져다주시며 어떻게 먹는지 아냐고 물어보셨고 잘 모른다고 대답했더니 식초 3바퀴, 라유 3바퀴 뿌린 후 잘 섞어서 먹으라고 얘기해주셨다. 돼지고기 소바에 오일로만 만들어서 먹는 소바는 처음이라 새로웠다. 처음에는 맛있게 먹다가 나중에는 조금 느끼해서 물을 엄청 마시면서 먹었다는.... 안타까운 일화... 그래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점심을 먹고 사부작사부작 걸어서 가는 두 번째 장소. 시텐노지. 백제의 건축 양식이 녹아 있는 곳. 그 길까지 가는 길은 정말 고요했고 '일본이다!' 하는 느낌이 들었다. 

시텐노지로 사부작 사부작 걸어가는 길

그렇게 10여분 정도 고요한 거리를 걸으며 고요함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시텐노지에 도착했다. 일본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토리이(鳥居)가 우리를 반겼다. 

토리이를 지나 서 조금 걸어 들어가니 신기하게도 좌측에 고등학교가 있었다. 관광지 바로 옆에 고등학교라니 생각도 못했던 조합이어서 새로웠다. 

학교 입구도 무슨 관광지처럼 되어있어서 착각하고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수위 아저씨가 앞에서 지키고 있으므로 실수로 잘못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조금 더 걸어 들어가면 우리나라 약수터처럼 생긴 곳이 있는데 약수터가 아니다. 정결히 손 씻는 물로 신사(神社)에 가면 볼 수 있는 것으로 신사에 들어가기 전 부정한 것을 씻어낸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정결히 손씻는 물

친절하게 그림과 같이 적혀있으니 못 읽더라도 그림대로만 하면 성공이다. 정결히 손 씻는 물로 손을 씻고 입장하기 전 근처 벤치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 움직이기로 했다. 입구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절을 들어갈 때 항상 있는 무서운 사천왕상이 있는 것 같은 곳을 지나서 벤치를 찾아 앉았다. 오사카 날씨가 맑은 것도 아니고 흐리지만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여서 걸어 다니기엔 좋은 날씨였다. 

시텐노지로 가는 길
김삿갓은 아닐터인데 누군지 모르겠다...

잠시 동안 앉아서 바라본 시텐노지 주변은 우리나라 절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훨씬 고요했으며 그 고요를 깨뜨리면 눈치가 보일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실제 주민들이 근처에 거주하고 있어 주민들이 산책 겸 돌아다니는 곳처럼 보였다. 주변에 보이는 것 또한 주민들의 거주지라는 것이 우리나라와는 다른 느낌. 어떻게 관광지 주변에 바로 옆에 학교며 집이 바로 붙어 있을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었다. 잠시 동안의 휴식을 끝내고 주유패스로 무료 티켓팅을 한 후 시텐노지로 입장했다. 

시텐 노지에 입장하자마자 바로 눈에 띈 것은 주변에 깔린 자갈(?)들이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친구가 하는 말이 저런 모양을 사람들이 손수 밭 갈듯 갈아서 내는 것이라 했다. 그렇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을 사람이 직접 했으니 그곳에 못 들어가게 만든 것은 당연하다고. 

선 하나하나 사람이 손수 낸 선이다.

그러고 나서 보이는 거대한 건축물들. 왠지 새것 같은 느낌이 났는데 역시나 복원한 지 얼마 안 되어 예전의 느낌을 받을 수는 없다고 한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거대함에 또한번 놀라다.
티켓과 함께....


그렇게 시텐노지를 한 바퀴 휘하니 돌아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사진 찍느라 정신없는 관광객들을 피해 돌기 시작했다.(대부분 중국인들...) 

한 바퀴 돌면서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곳은 눈으로 보며 돌아다녔다. 역시 우리나라 부처님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라 낯설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사찰과 비슷한 느낌은 지울 수없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을 찾으며 시텐노지의 중요 관광지를 보고 나왔다. 근처에도 볼 것이 많아 보여 기왕 온 거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bye~ 시텐노지

자라가 잔뜩 모여있는 연못을 지나 무언가 사당 같은 곳을 봐주고 다음 목적지인 오사카를 향해 전철을 타러 나왔다.

뭐하는 곳인지 1도 모름.



전철역으로 가는 길 역시 우리나라보다 자전거 길이나 자전거 문화가 잘 되어있다. 차도 많지만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더 많이 볼 수 있어서 새로웠고 우리나라와 다른 전철역의 느낌에 새로웠다. 

전철 역사 안.

그렇게 한참을 가서 도착한 오사카 성. 오사카에 왔으니 오사카 성은 봐야 하며 천수각은 한번 올라가야지 하면서 호기롭게 도착했는데 조금 고민이 되었다. 올라가기 전 편의점에서 마실 것을 살 것인지 갔다가 내려와서 살 것인지. 일단 그냥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들리기로 결정하고 천수각으로 가기 전 강이 흐르고 건너편에 보이는 성을 바라보았다.

강 건너 성곽보기
강건너 성곽보기
뭘 이렇게 주렁주렁 많이 들고있는지
나 왜이렇게 신났니? 나 저렇게 빙구처럼 웃어?;;

그렇게 잠시 땀을 식히며 쉬어가는 길. 강 건너 성곽 구경하고 천수각 올라가러 다시 출발하자~ 

주변을 둘러보며 가는데 한국 가족들도 많이 놀러 왔다. 아빠한테 안겨가는 아이. 일본까지 와서 아빠 품에 안겨 자고 있는 아이를 보니 조금 안타깝다.

한국 가족들, 벤치에서 쉬는 주민들
성곽안으로 들어갑니다~
성곽으로 들어가는 길 소나무가 심어져있다.
커플룩으로 청멜빵바지입기엔 조금 더웠는데...
소나무가 참 멋있다.

'적이 침입을 해도 다 방어하겠다!!'라는 느낌의 문을 통과하여 조금 더 걸어가다 보면 다리 하나와 문이 또 나오는 데 그 사이로 오사카성이 보인다! 우리가 올라가야 하는 천수각이 보인다!!

적군이 쳐들어와봐라 방어할테다!느낌.
문 사이로 보이는 오사카성! 천수각!

한참을 걸어서 보이는 오사카 성 앞! 역시나 관광객들로 바글바글하다. 더 놀라운 것은 이름표를 매고 있는 우리나라 남고 학생들! '이젠 수학여행도 해외로 오는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우리는 강원도나 산속에 있는 청소년 수련원이 다였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사카성
바글바글
역시 수학여행엔 단체사진이지 ㅋㅋ

그리고 시작된 육체노동. 엘리베이터는 3층까지 3층부터 5층까지는 걸어 올라가 야한다. 그런데 계단이 많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갔더니 목이 마르다. 물을 사 올걸 하는 후회와 함께 전망을 보기 전 멋있지 않기만 해보라는 웅얼거림과 함께 전망대로 나섰다. 역시나 철조망과 생각했던 풍경이 아니어서 살짝 실망스러웠고 친구와 얘기하길 '역시 오사카성은 밖에서만 보는 걸로~' 그래도 한 번쯤은 올라가 볼 만하다.

전망대 안으로 들어와서 기념품 가게 앞에서 고딩들의 패기 넘치는 모습을 구경하다 천천히 내려갔다. 한 가지 더 놀라웠던 것은 올라오는 계단과 내려가는 계단이 전혀 다르게 있었다.(내려갈 때는 무조건 계단으로 내려가야 한다.) 올라오는 사람과 부딪칠 일 없이 수월하게 내려갈 수 있어서 좋았다. 내려와서 돌아가는 길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어둑어둑해지는 길 가에 서서히 오사카 성 폐관 시간도 다가왔다. 폐관 시간은 17시로 입장 마감은 16시 30분이다. 안내 방송을 들으며 밖으로 나가는 길은 들어올 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그 시대 장수들이 하루를 마감하며 '오늘도 무사히 지켰구나' 하는 느낌이랄까.

bye~ 오사카성
비행기가 날아간다~



편의점에 들려 그렇게 찾아 헤매던 물을 사서 마시면서 다음 장소인 주택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주택박물관이 있는 건물로 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주택박물관이 있는 층이 눌리지 않는다! 다시 탔던 지하로 내려가 보니 건물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한분이 계셨고 물어보러 다가가니 먼저 말을 걸어오셨다.

"혹시 주택박물관에 온 거예요?"
"아! 네! 어떻게 올라가야 하나요?"
"이미 폐관했어요. 폐관 시간이 5시예요"
"아... 감사합니다."
"기대하고 찾아왔을 텐데 미안해요."
"아..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그렇다. 오사카성도 폐관 시간이 5시인데 주택 박물관이라고 닫지 않을 리 없었다. 그렇게 씁쓸히 발걸음을 돌려 나오는 길. 우리는 다시 한번 놀랐다. 일본은 폐관 시간이 되어 폐관하고 나면 그 층의 엘리베이터 버튼은 눌리지 않는다는 것. 올라갈 필요가 없이 폐관됐다는 것으로 알고 발걸음을 돌리면 된다는 것을 알고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못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조금 이른 저녁 겸 요기거리 겸 스시집을 찾아갔다. 하루코마스시(春駒) 워낙 유명한 곳이라 처음에 가려던 스시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현지인에게도 맛집이기에 믿고 찾아갔다. 

들어가려던 길에 드시고 나오시는 노부부와 마주쳤다. 할아버지가 계산하고 계실 때 할머니가 나와서 기다리시는데 친구와 나를 보고 말을 거셨다. 

"엄청 하얗네요."
"전혀 아니에요^^;;"
"아니에요. 엄청 하얘요. 둘 다 엄청 하얘요."
"아하하하 ^^;;"
"둘이 자매인가요?"
"아니요 친구예요~"
"여기 맛있어요."
"네~ 여기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할아버지가 계산을 끝내고 나오시자 "맛있게들 먹고 가요~"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들어 간 가게 안은 현지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생맥주와 스시를 시켜서 먹고 있었다. 스시는 주문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만들어서 주는 식이었다. 자리에 앉고 주문할 것들을 정해서 생맥주와 함께 주문하였다. 

주문을 기다리는 동안 녹차와 앞접시가 먼저 나왔다.

일본은 녹차가 정말 맛있다.
생맥주부터 한모금~
장어와 새우
성게와 연어알

정말 모든 초밥들이 입에서 녹았다! 물론 냄새에 예민한 나는 성게알은 먹지 않았지만 친구 말로는 조금 비릿했다고.... 무튼 스시는 역시 일본이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나와서 드럭스토어를 들렸다. 그리고 무거운 것을 제외하고 가벼운 것들 중 살 것들과 선물로 줄 것 몇 가지를 구매했다. 이후 우메다 공중정원으로 갈 예정이었기에 손이 무거우면 불편했기에 가벼운 것들만 샀고 나중에는 그것이 현명했음을 깨달았다. 숙소 주변에 돈키호테며 다이코쿠가 있었기에 싸다고 생각하는 가벼운 것들만 샀는데 그곳에서 산 것들은 다 숙소 주변보다 저렴했기에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다시 전철을 타고 우메다 공중정원으로 이동했다. 우메다역 역시 크다 보니 어느 곳으로 나가야 하는지 살짝 헤맸지만 금방 길을 잡고 나아갔다. 우메다 공중정원에 도착하였고 왜 멋있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옥상으로 나가기 전 건물 안에서
옥상에서 삼각대가 조금 낮아서 결국은 야경모드로...
야경모드에서의 오사카야경

야경을 찍는데 완전 자리 전쟁이었다. 특히나 중국인들.. 사람이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던가 말던가 그 앞으로 몸을 들이 밀고 들어온다.... 제대로 건진 사진이 몇 개 없다... 그렇게 힘들게 찍고 옥상으로 나갔는데 더 가관. 삼각대는 낮아서 쓸 수 없고, 자리를 잡고 찍으려 그러면 들이 밀고 그렇다 비가 쏟아져서 그나마 몇 장 건진 것이 다행이었다. 그렇게 힘겹게 보고 '이제 더는 못 돌아다니겠다!' 선언 후 숙소로 돌아가는 길 편의점에서 요기거리와 맥주를 사 가지고 돌아갔다.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널브러졌다가 씻고 나와서 맥주와 요기거리들로 배를 채우고 잠들기로 했다. 그리고 핸드폰을 들여다보니 파리에서 엄청 걸었던 기록이 깨져있었다. 

33704 걸음이라니...

진짜 하루 동안 우리도 모르는 새에 엄청 걸었나 보다. 하루 동안의 일정과 짐을 정리하고 보니 어느덧 늦은 시간이 되었고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와 샌드위치, 롤케이크, 푸딩을 먹으며 마무리했다. 계란 샌드위치는 역시 일본이 최고다! 우리가 산 샌드위치는 총 4가지 맛이었다. 정말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이므로 여러 편의점에서 계란 샌드위치는 꼭 사서 먹어보길 권한다.

숙소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던 중. 한국에서의 연락. 다음은 세 모녀의 대화이다.

"엄마 핸드폰 찾았어~"
"어디서?!!!"
"역에서 어떤 사람이 주웠는데 충전이 안되어있어서 충전해서 아빠 폰으로 연락 왔더라"
"오!! 집나 갔던 폰이 돌아오다니!!"
"우리 집에서 집나 갔던 폰 두 번 다 찾았네"
"이거 못 찾았으면 넌 평생 나한테 욕먹었어~"
"ㅋㅋㅋㅋ 그래 이제 좀 맘 편히 돌아다니겠네 ㅋㅋ"

하... 정말 한국에서 출발부터 하루를 마감할 때까지 버라이어티 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확실히 깨달은 것이 있었다. 사진을 찍을 의지가 없으면 결과가 역시나다. 이 날만 해도 사진 결과물이 안 좋을 줄 몰랐다. 집으로 돌아가 열어본 사진은 정말 가관이었다. 다 흔들리고 건질만한 사진이 몇 장 없었다. 사부작사부작 걸어 다니며 사진 찍을 의지가 없을 땐 과감히 카메라를 넣어야겠다고 한국에 돌아와서야 다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행할 당시에는 손에서 카메라를 놓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진 않았으며 그렇게 사부작사부작 걸어 다니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오사카로 여행을 올 때 워낙 이슈가 많은 곳이어서 걱정을 했었는데 역시나 오기 전까지의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다들 친절했으며 한국인이라고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일본은 골목골목이 고요했으며 자전거를 매우 잘 이용하는 나라였다. 그리고 모든 음식이 정성으로 만들어졌으며 오늘 방문했던 곳들의 주인장들의 얼굴 그리고 친절했던 사람들의 얼굴들이 떠오르며 미소가 지어졌던 하루였다. 



여행은 경치를 보는 것 이상이다.
여행은 깊고 변함없이 흘러가는 생활에 대한 생각의 변화이다.
- 밀리엄 브래드 -















민's의 다른 글 보러 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