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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이 Jul 31. 2018

겨울의 삿포로 여행

#79. 세 모녀의 일본 여행기 2 day

2일째 아침. 여행에서 아침은 항상 창문 밖을 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역시 겨울의 도시라 불릴만했다. 밤새 내린 눈과 끊임없이 내리는 눈으로 세상을 온통 하얗게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눈을 밟으면 더러워져서 거리가 지저분해 보이는데 반면 삿포로는 눈이 끊임없이 내려서인지 지저분한 눈의 느낌이 없었다. 그저 깨끗한 새하얀 도화지의 느낌이었다. 간혹 곳곳에 눈사람들이 세워져 있는 모습도 보여 신기한 느낌이랄까. 우리나라는 여유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눈이 잘 쌓이지 않아서 인지 눈이 와도 눈사람을 만드는 사람도, 만들어진 눈사람을 본 것도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반면 삿포로에서는 곳곳에서 눈사람을 볼 수 있어서 신기했다. 겨울 여행의 묘미는 우리나라와는 또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침 조식을 먹고 관광을 시작했다. 눈이 생각보다 많이 쌓여서 빠르게 이동하기도 했다. 삿포로시에서 볼 것들을 보고 오타루로 이동해야 하는데 눈이 많이 오면 아무래도 조금 더 오래 걸린다고 하여 빠르게 움직였다. 삿포로 시계탑과 삿포로 TV탑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위치로 이동했다. TV 탑을 볼 수 있는 곳에서 조금 걸어 이동하면 시계탑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다. 시계탑은 생각했던 것만큼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시계탑 같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가게나 포스터에서 볼 수 있는 시계탑이었기에 사람들이 많이 방문했다. 삿포로 시계탑(札幌市時計台)은 농학교의 연무장으로 사용하던 곳이었는데 삿포로시뿐만 아니라 홋카이도 전체의 상징으로 여기는 듯하다. 

시계탑은 작고 사람은 많다....
삿포로 시계탑

삿포로 시계탑을 보고 버스로 돌아가는 길 밤에 보았던 삿포로 TV탑이 보인다. 밤에 보는 것과 낮에 보는 탑은 확연히 달랐다. 특히나 눈이 내리고 있을 때 보는 탑은 왠지 더 차가운 느낌이었다. 

삿포로 TV탑
삿포로 TV탑



다음으로 이동 한 곳은 아카렌가 청사라고 불리는 북해도구 도청 구청사[아카렌가 청사](北海道道廳旧廳舍 [赤れんが廳舍])이다. 아카렌가는 붉은 벽돌이라는 뜻으로 보이는 그대로 붉은 벽돌로 지어진 것이 특징인 청사이다. 일본의 메이지 시대를 대표하는 건물이며 소실되었던 건물을 복원해서 지금도 일부 건물은 사용 중이다. 눈이 와서 하얘진 세상에 붉은 건물이 서있으니 뭔지 모르게 따뜻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겨울에 빨간색 아이템들이 유난히 많은 것은 크리스마스의 이미지 때문일 거란 생각에서 따뜻해 보이는 효과를 주기 위해서 이거나 포인트를 줘서 눈에 뜨이기 위해서 일거란 생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북해도 도청 구청사로 가는 길
북해도 도청 구청사 건물
도청 구청사 건물 안의 계단도 빨갛다..

건물 안의 박물관을 보고 밖으로 나와 잠시 자유 시간을 가졌다. 눈은 끊임없이 내렸고 구청사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정원인 듯 보이는 곳들도 눈이 오지 않았다면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했다. 지금은 겨울이고 새해였기에 그 분위기에 맞춘 풍경이었다. 

구청사 앞 정원
눈오는 구청사
눈내리는 구청사
눈내리는 구청사
눈내리는 구청사

호수도 있었는데 겨울이라 얼기도 했고 주변도 눈으로 인해 미끄러워서 막아두었다. 혹시 모를 사고까지 미리 방지하는 일본은 역시 이런 면에서는 우리나라보다는 나은 것 같다. 



TV탑을 뒤로하고 신궁으로 떠나기 전 <동생사진>

눈과 함께 붉은 벽돌의 구청사를 보고 일본 하면 떠오르는 신사. 삿포로에서 큰 신사 아니 신궁인 홋카이도 신궁 (北海道神宮)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설을 양력설로 지내서 신사 참배도 1월 1일부터 한다는 사실을 깜빡했단 사실... 그래서 신궁에는 사람들이 어마 무시하게 많았다. 신궁 근처부터 차는 줄을 서있고 사람들은 참배를 하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신궁 주변에는 屋台(야타이=포장마차)들이 많이 들어서 있었고 배고픔을 유발하는 냄새들이 곳곳에 퍼져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니 확실히 일본에 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우리 조상님 차례상도 볼까 말까 한데 남의 신궁에서 참배를 하고 싶지는 않아서 참배는 하지 않았다. 

신궁 앞 야타이들 <동생사진>
눈내린 신궁 앞 인산인해
신궁 입구
참배하기 위한 줄
신궁 뒷골목(?)
참배하고 돌아가는 가족
눈내린 신궁
눈쌓인 석등



그렇게 한껏 일본의 문화와 정취를 느낀 후 오타루로 이동했다. 오타루로 이동하기 전 점심 식사를 했다. 점심은 초밥정식! 초밥 정식이라고 해서 야타이에서 사 먹고 싶은 욕구도 참고 식당으로 이동했는데... 이게 웬걸... 양이 택도 없다... 처음에 우리 모두는 '에이, 이거 다 먹고 나면 뭔가 더 나오겠지~' 하며 먹고 있는데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그것이 우리 점심 식사의 전부였다. 

점심식사인 초밥정식

그렇게 점심 식사를 다 마치고 동생이 한마디를 했고 우리 모두는 동의했다. '아, 화가 난다아아아!!!!!'

그렇게 아주 배가 고프지도 아주 배가 부르지도 않은 상태로 오타루 운하(小樽運河)에 도착했다. 오타루 운하는 사진에서 많이 봤던 것과 동일했지만 조금 다른 것이라면 눈이 좀 더 많이 왔다는 사실. 좀 많이 하얀 세상에 많이 춥다는 것.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다리와 허리에 엄청난 힘이 들어간다는 것뿐이었다. 

한 가지 더 신기한 것이라면 오타루 운하에서 맞은 눈은 눈의 결정 모양 그대로 사람한테도 쌓인다는 것. 웬만한 눈은 사람 위에 내려앉으면 눈의 형태를 알아볼 수없는데 오타루에서는 옷 위에 내려앉은 눈의 결정이 그대로 보인다. 손으로 잡아도 금방 안 녹는 현상은 정말 신기할 따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온 몸이 추위 때문에 꽁꽁 얼어서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다. 

오타루 운하의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들
오타루 운하를 바라보는 세 모녀
오타루 운하
눈 결정 <동생사진>

오타루 운하 구경을 다 한 후 조금 걸어 내려가다 보면 유리 공예와 먹거리, 오르골당이 나온다. 사카이마치 거리(堺町通り) 에는 유리 공예점인 기타 이치 가라스(北一硝子)와 각종 먹거리를 볼 수 있다. 우리는 그 거리를 거꾸로 들어가서 거리의 시작인 메르헨 교차로(メルヘン交差点)를 그런 것들을 다 보고 나서야 볼 수 있었다. 그곳에 도착하자 어떤 건물에서 종소리가 울렸고 그 후 오르골당 앞의 증기 시계에서 증기를 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르골당
우리를 맞이하던 종소리가 나던 건물

그렇게 밖의 풍경을 다 구경하고 오르골당 안으로 들어갔다. 갖가지 오르골들이 많이 있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음식 모양의 오르골부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캐릭터들의 오르골 등 여러 오르골들이 있었다. 무언가 구매하고 싶었지만 딱 '이거다!' 싶은 것이 없어 결국 구매하지 못했다. 

오르골당 1층에서 본 모습
오르골당 2층에서 본 모습
여려 종류의 오르골 <동생사진>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오르골당을 나와 유리 공예점으로 가는 길에 저녁에 숙소에서 먹을 것을 사기 위해 LeTAO와 KITAKARO에 갔었다. LeTAO는 역시나 인기가 있어서 포장은 할 수가 없고 조각 케이크로만 가게 위의 카페에서 먹을 수 있어서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렸다. 그 근처의 KITAKARO에 들어갔더니 맛있어 보이는 것들이 많이 있어서 바움쿠헨만 하나 포장했다. 아이스크림도 맛있다고 꼭 먹어보라고 했던 거였는데... 너무나도 추워서 도저히 아이스크림을 먹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패스. 그리고 돌아다니다 시식으로 먹어본 오징어채 안주를 구매하고 버스 타는 길에 있는 유리 공예점으로 들어갔다. 동생이 캘리그래피에 관심이 있어 유리 공예점에서 파는 글라스 펜을 구매하기 위해 이것저것 따지며 보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것으로 할지 결정한 후 결국 통역은 내가... 비루한 일본어 실력으로 겨우겨우 고르고 난 이후에는 듣기 평가. 세척 방법 설명 들은 후 행사 중이라 달력과 몇 가지 중 선택하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오타루 풍경이 들어가 있는 달력을 받았다. 


그렇게 허리와 다리에 근육통을 남기며 관광을 종료하고 기대하던 료칸으로 갔다. 죠잔케이의 물도 굉장히 좋다고 해서 기대가 되는 곳이었다. 저녁을 호텔 뷔페로 먹은 후 숙소로 들어가서 온천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여기서 싸움의 발단이 되었다. 숙소에 짐을 두고 나가는데 그 사이에 사람들이 들어와서 이불을 펴준다. 료칸은 저녁 먹는 사이 종업원들이 들어와서 이불을 펴주거나 체크인하기 전에 미리 펴두는데 우리의 경우 저녁을 먹으러 간 사이 잠자리를 봐주러 들어온다. 유럽과 다른 점은 소매치기 걱정이 없고 숙소에 물건을 두고 나가도 분실의 염려가 없다는 것인데 짐을 보이는 곳에 두고 나왔다고 사람들이 다 있는 곳에서 엄마의  폭풍 잔소리 시작. 결국 숙소에 들어가서 엄마와 대판 싸우고 말았다. 온천 전에 대판 싸우고 화해하고 온천하고 미리 구매한 맥주와 서울에서 가져간 소주를 마시며 푼 건 여행 전에는 상상도 못 한 일. 어찌 되었건 온 몸에 뭉친 근육도 엄마와도 잘 풀었다.


삿포로에선 역시 삿포로 맥주!
유명하다는 슈크림빵
KITAKARO 바움쿠헨




하루가 길어도 참 길다. 즐겁게 재미있게 함께 여행을 다니다가도 숙소에서의 말 한마디로 큰 싸움이 되었다가 따뜻한 온천과 말 한마디와 술 한잔으로 다시 즐거운 여행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각자의 여행의 스타일로 인해 부딪침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푸는 것 또한 같이 여행하면서 필수 요소. 특히나 가족과의 해외여행은 밖에서 긴장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서로의 이해가 없다면 즐거운 여행은커녕 극기 훈련처럼 지옥의 여행이 될 것이다. 이번 겨울 여행은 그래도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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