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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엄마 Apr 11. 2024

02. 꼬물이 육아와 방구석 연구자

창업은 엄마를 해 시리즈

나의 mbti 는 몇년째 ENFJ이다. (사람을 마냥 좋아하지는 않는데 왜 자꾸 이게 나오는지 모르겠다)

특징이라면 P와 J의 구분이 굉장히 미미한..


사실 본능적으로 과격하게 충동적인 사람이지만, 프리랜서와 석사생활에 유리한건 분명 J의 성향이었다. 초반에 사전 계획없이 일하다가 데드라인 직전에 미친듯한 밤샘 작업, 뒤늦게 수습하기 힘든 문제들이 빵빵 터지는 것을 수도 없이 많이 경험하고 깨지면서 억지로라도 촘촘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짜서 맞춰보려 노력하는 사람으로 바뀐 것이다.


물론 일할때 한정으로 계획을 세우며 평소 삶에서는 나의 직관을 믿고 매우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나는 쉬는날 일단 차타고 나가서 근교 운전하다가 적당히 이뻐보이는 카페 찾기, 동네 걷다가 안가본 골목길 들어가서 카카오 맵 지도에 리뷰를 하나하나 보며 숨은 맛집 있나 하나하나 찾아보기가 취미이다.)


이런 이야기를 굳이 길게 늘어놓는 이유는 어쩌다 보니 매우 탄탄하고 체계적으로 단계를 밟아 예비창업을 준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누가 보면 파워 J인줄 깜빡 속을정도.


사실 현재 창업아이템은 전혀 사업화할 생각이 없는 연구 주제중 하나에 불과했다.

아니, 애초에 나는 창업할 생각 자체가 없었다. 대표가 되는 것은 생각해본적도 없었다.


출산 3개월 후, 나는 교수님의 배려로 진행하다가 중단된 개인 연구를 집에서 천천히 진행하게 되었다. 사실 굉장히 단순한 주제 였다. 나는 예전부터 오감, 감각(sense)의 치환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이런식으로 기획 자료도 매주 열심히 만들어냈었다(...)

사심을 가득담아, 목소리를 입체적으로 멋지게 시각화해서 아트워크를 제작하는 것이 목표였다. 석사 기간중에 해보고 싶었지만 임신 초반의 입덧으로 인해 연구 설계만 러프하게 하는 것으로 타협했었던 프로젝트 였던 것이다.


따로 데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연구였기에 천천히 진행해도 상관 없었지만, 육아맘이 되고나니 오히려 의욕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일단 나에게 주어진 시간 자체가 이전보다 짧았다. 평일을 기준으로 남편이 퇴근해서 오는 오후 6시반까지는 온전히 아이를 케어해야했으므로, 그것에 최대한 집중했다.


그리고 조이는 중간중간 잠에 들면 2-3시간쯤 깊은 잠을 자주기도 했기에 그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젖병을 빠르게 닦고 세탁기를 돌리고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연구 기획을 구상했다. 체력이 부족한 날에는 조이가 자면 나도 같이 잠이 든적도 많다.


지속적으로 되새긴것은 어떤 타이밍이던 그 순간을 사랑하고 즐기자는 것이었다. 육아를 해야할때는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사랑할것. 일을 할수 있는 순간에는 몰두하고 즐길것.


최근 유튜브를 보다가 엄마이자, 싱어송라이터인 박새별님의 영상을 보면서 굉장히 공감한 부분이 있었는데, 저 분 역시 그 순간의 즐거움에 감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육아를 할때는 일을 쉬는 것이고, 음악을 할때는 육아를 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 현재 나의 생활에 대한 확신과 힘을 실어주었다.


https://youtu.be/pOvX7TyAkF4?si=sqdfHS1E2F2zSSa6

관심있는 분이 있으시다면.. 이오(EO)의 인터뷰 영상입니다.

순간에 대한 어려움과 아쉬움을 '다른 태스크에 대한 쉼'이라는 긍정적 측면에 집중하여 살아갈 것.

이런 삶의 태도를 가지고 연구를 굉장히 구체화 하기 시작했고, 적극적으로 주변 전문가 지인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자문을 받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이 연구를 사업아이템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굉장히 구체적인 자문을 해주신 선배님이 계셨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감사한 분이시다. 이전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가 짧게 뵌 타사업부 선배인데도 불구하고 직급과 관계없이 나에게 편하게 대해주셔서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지냈었는데, 사운드 분야의 전문가로서 퇴사한 후배인 나에게 아낌없는 피드백을 주셔서 빠르게 기획을 구체화 할 수 있었다.


엇? 그런데 기획을 해보고 나니, 내눈에도 이게 그럴듯한 사업아이템처럼 보이기 시작해버린 것이다. 3주 정도 과제를 진행했을때 웹서핑을 하는 과정에서 1주 뒤까지 제출해야하는 여성 대상 창업 공모전이 눈에 띄었다.


뭐, 어짜피 떨어지겠지만 문서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고민들을 정리하게 되니 한번 가볍게 참여나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제출했다.


사실 제출을 포기하고 싶기도 했다. 저 즈음에 조이가 낮잠도 잘 자주지 않고, 생각보다 문서 작성에 시간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몇번을 새벽에 몰아서 작업하고, 최종 점검할 틈도 없어 일단 초안이 완성되자마자 제출해버렸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 이것이 최우수상을 받게 된 것이다..! 발표심사때 굉장히 날카롭고 정확한 지적을 받아서 고개를 푹 떨구고 '그런점은 생각해본적이 없습니다..'고 대답하고 집에 가는길에 난 망했구나 싶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높은 상을 받으며 창업 도전이라는 급격한 커리어 변화를 꿈꾸게 되었다.

상장도 받고 시상식도 굉장히 성대하게 해주셔서 아이템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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