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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엄마 Apr 16. 2024

04. 대표 본인이 디자이너면 좋은 이유

창업은 엄마를 해 시리즈


일단 제목은 살짝 어그로.. 죄송합니다.

어떤 직업이던, 전공이던 장점이 존재할 것이다. 9개월차 아기를 키우는 육아맘 창업가인 나는 학사와 석사 모두 디자인을 전공했고, 직업도 UX 디자이너를 꽤 오랫동안 유지했다.


왜 이점을 강조하냐면, 난 한번쯤은 다른 전공을 배워보거나 직군을 바꿔볼수도 있었을 기회에 어쩌다보니 쭉 디자인만 선택한 대표라는것이다. (몇번이나 탈출 시도를 했지만.. 이렇게 되고야 말았다)


사실 창업을 선택하게 될줄 알았다면 마케팅, PR, 회계, 어학 등 다른 계열로 석사생활을 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매우 일관적으로 무려 12년간(학부 4년+ 회사6년+석사2년), 디자인을 학계와 현업에서 경험한 사람 입장에서 장점을 기술해보고자 한다.



12년이 무색하게 디자인을 잘 못하는 것이 대단한 함정이다 (어떡해요 그럼)
1. 다년간 다져진 PPT 제작 역량으로
기획 자료를 만드는 것에 거침이 없다.


나는 09학번이므로,, (라떼는 말이야) 대부분의 전공수업에서 내가 한 디자인을 꼭 PPT로 제작해서 발표하거나, 크리틱을 받아야만 했다. 특히 난 학부제도로 구성된 학교에서 1학년때 시각,산업,환경 모든 과정을 수료했어야하므로 다양한 주제에 대한 기획 PPT를 만들어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다녔던 회사도 대기업 제조사였으므로 보안이 삼엄하여 오히려 최근 툴을 극구사용하지 않는(!)곳 이었다.

당시 sketch, Adobe XD로 많은 기업들이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굉장히 오랫동안 피피티로 디자인했기때문에..(^^) 나름대로 고수가 되었다.


물론 지금은 피그마로 발표자료를 만드는 것이 더 편하긴 하지만, 여튼 디자인 자체를 하는 과정도 과정이지만, 그 디자인을 잘 보여주기 위한 PPT 기획 역량까지 요구된다.


난 미감이 굉장히 떨어지지만 매우 성실한 타입이기에 지나고보면 PPT 디자인 하나때문에 밤샌적도 많다. 요새는 탬플릿도 굉장히 수준급으로 잘나오다보니 비전공자도 충분히 멋진 자료를 만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PPT를 다년간 매주 2-3개씩 만드는 것에 익숙해지다보면 다음 두가지의 역량이 자동 탑재된다.


1-1. 가독성 고려는 필수이기 때문에
문장을 읽기 좋게 다듬는 법을 안다.

요새는 디자이너에 대한 인식도 굉장히 높아진 편이지만, 예전만해도 디자인 전공자라고 하면 왠지 문장력이부족하다거나 글을 잘 못쓸것이라고 생각하던 것 같다.

(물론 그냥 내가 멍청해보였을수도 있다)


하지만 디자인을 왜 굳이 하겠어요? 결국 보여질 때 아름다우려고 하는것 아닙니꽈..?!

한동안 분야를 떠나 좋은 디자이너, 일잘하는 디자이너는 어때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결국 돌고 돌아 본질로. 대중에게 보여질 무언가를 보기 좋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는 것이 기본 아니던가.


그러므로 문장 하나도 대중들이 봐서 바로 읽힐수 있도록, 가장 적절한 길이로 다듬어봐야하고, 중요한 키워드를 기준으로 어디서 문장을 구분해야할지도 고민해야하고.. 더 나아가 자간과 행간까지 고민하는(...!!!) 그런 엄청난 과정을 거쳐야만 빠르게 사람들을 설득시킬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PPT 발표를 소중히 여길수록 복합적으로 많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1-2. 기획을 도표, 인포그래픽 등으로
시각적으로 정리해서 보여줄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을 두번째.

당연히 글보다는 인포그래픽적인 표현이 훨씬 빠르게 인지된다. 특히 영상매체의 시원한 발달로 매력적인 숏필름과 화려한 그래픽이 난무하는 시대에 시각자료의 힘은 막강하다.


그런데 디자이너는..?! 내 기획과 아이디어에 필요한 각종 자료 (통계 결과, 시장분석, 전략 로드맵 등) 직.접. 시각화 할 수 있다?! 우와 너무 좋은 기회다! (ㅜㅜ)


물론 디자이너라고 모든 기획자료가 뚝딱 시각화가 되는 것은 아니고 머리를 싸매고 고통받다가 완성되는거지만.. 여튼 다른 전공 대비 조금 더 수월한 것은 사실이다.


2. 다양한 전공,직종과의 협업을
경험해본적이 있다.


이건 UXUI에게 특화된 이야기인 듯하지만.. 여튼 협업 경험이 조금 더 많아지는 직종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학부 시절에는 개발자와의 협업이 굉장히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협업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나 적극적인 학과 지원이 있기에 융복합 프로젝트를 하기에 굉장히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특히 디자이너는 공모전이던, 프로젝트 기획이던 꼭 필요한 전문인력으로 취급되어 협업할 기회가 많은 편이다. (당연히 모든 협업 기회가 좋은 것은 아닌게 함정이지만!!!!)


3. 가벼운 아이디어를 프로토타입으로
후다닥 만들어볼수 있다.

디자이너의 최고 장점이라 생각하는 부분인데, 제품이던 시각이던 UX던.. 내가 생각한걸 샤부작 샤부작 바로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것이 타 전공 대비 눈으로 보이는 기술이 남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디자이너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아쉬움도 있다. 예를 들어 UX 디자이너는 화면을 설계하고 별도로 개발해줄 개발자가 필요하고, 제품이나 시각물 시제품 제작도 업체를 거쳐 제작해야하지만 아이디어를 본격적으로 집행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의견을 묻기에는 아주 적합하다.


그런면에서 창업 기획을 할때 굉장히 유리했다고 본다. 완벽하진 않아도 대략적인 화면 설계를 해서 지인 중심으로 보여주며 미리 시장 반응을 볼 수 있었고 수많은 의견을 효율적으로 수집했다.


창업이라는 것이 결국, 어떤 상품에 사람들이 지갑을 열것인가를 예측해야 하는 것이라고 보는데 사실 그거.. 어떻게 알아요.


아이디어만 들어서는 아예 냉담한 반응을 얻거나 (ex. 글쎄.. 그거 있지 않아?)

혹은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무조건적인 긍정 반응을 얻을것이다. (ex. 오 있으면 써볼것 같아!!)


하지만 눈으로 보이는 화면으로 기획해보고 보여줬을때 얻을 수 있는 피드백을 몇배로 자세하고 깊다.


4. 전공수업때 발표가 일상이므로
대중 발표가 익숙한 편이다.


사실 1번과 이어지는 이야기지만, PPT 제작만 하고 땡이 아니라 직접 나가서 내 장표 켜놓고 하나하나 말해야 하는 것이 발표의 완성 아니던가.


난 특히 말을 횡설수설 하는 타입이라 많은 트레이닝이 필요했다. 석사때는 코로나 시기를 보내면서 대부분의 수업을 줌으로 들었는데, 줌으로 자유 토론 수업을 3번 이상 수강하게 되면서 순발력있게 대답하는 법, 사람들을 집중하게 만드는 스피치 방법에 대해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


디자인 전공 외에도 발표가 많은 전공은 또 있을 것 같지만, 나와 반대로 순수 컴퓨터 공학만을 전공하고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남편은 인생에 발표를 한 경험이 손에 꼽는다고 한다. (그는 사람과의 대화보다 컴퓨터와의 대화가 편하다고 하는 흥미로운 사람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디자인을 전공한다는 것,, 복합적인 학문을 다채롭게 흡수해서 방출해야 하는 전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본질은 시각화를 통한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하며, 이 능력은 무형의 아이디어가 담고 있는 사회 현상, 문제, 어려움을 명쾌하게 설명해야만 하는 창업가에게 큰 강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12년간 몸담았다고 일단 장점만 썼는데 당연히 힘들고 짜증나는 단점도 굉장히 많다. (말하자면 브런치 시리즈로 몇편이 나올지 ^-^;;) 그래도 명확히 긍정적인 부분을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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