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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잇아웃 정PD Nov 10. 2019

나는 왜 책을 읽을까?

독서의 이유

2018년 6월 10일에 마지막 수정한 글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발행이 되어있지 않아, 이제 올린다.




책 읽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독서토론 모임을 5개 만들었고, 현재는 한 개만 진행하고 있다. 모임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았는데, 이유는 다양했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독서 그 자체' 였다. 친분에 의해 만들어진 모임이어서인지 책 자체를 읽기가 쉽지 않았다. 못 읽으니 참여를 하지 못하고, 참여자가 줄어드니 남은 사람들도 흥미를 잃어 결국 모임 자체가 와해되는 과정이 계속되었다. 결국 지금 독서모임은 참여자를 줄이고, 만나는 날짜를 특정하지 않아 모두 참석 가능한 날에 만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래도 진행이 쉽지는 않다. 


올해 초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 1인당 독서량은 연간 8.3권 (잡지/수험서 등 모두 포함)이며, 일년에 한 권도 보지 않은 사람이 40%라고 한다. 독서에 대한 여러 지표들은 이 행위가 결코 대중적인, 일상적인 행위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독서를 해야 할까? 나는 왜 책을 읽으려 하는가?


몇 년 전 '곤도 마리에'라는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 겸 작가의 책을 우연히 알게 됐다. 예상한 내용 (물건 정리 방법에 대한 설명)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지만, 한 가지 문장은 남았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최근 저 문장을 제목으로 저자의 책이 또 출간되었다. 우리나라에 출간된 것만 벌써 다섯권째임에도 모두 어느 정도 이상의 판매가 되고 있는 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 주제에 관심과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책 한 권 읽었다고 내 방, 내 주변이 한꺼번에 쉽사리 바뀌지는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옷장에 있는 모든 옷을 꺼내 골라내는 작업을 한 번은 했었고, 책들을 버릴 때도 위 문장을 떠올린다. 굳이 역사, 철학 등 거창한 내용까지 가지 않더라도, 책은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통로다. 


'실크로드 세계사'는 기존의 역사책에서 주로 다루었던 내용과는 조금 결이 다른 내용들로 채워져있다. 세계사라고 해도 주로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유럽과 미국의 역사 정도가 다루어진 것에 비해, '실크로드 세계사'는 중앙아시아와 그 주변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또한 '근면혁명', 몽골의 세계 정복 원동력 등 새로 알게된 내용도 많다. 정보를 접할 경험이 부족한 지역에 대한 내용이기에 구글맵을 이용해 계속 위치를 찾아보며 책을 읽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하지만 알지 못했던 내용을 알아가고, 기존과는 다른 시각을 접하는 것은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다. 독서는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굳어진 생각을 바꿀 기회를 제공한다.


소설을 그리 재미있게 보지 못하는 편임에도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는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신짜오, 신짜오'는 읽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우리가 당한 피해에 대해 분노하고, 목소리 높이고 있는 만큼 우리가 가한 가해를 스스로 이야기하고 있는가. 그 사실을 직시할 용기와 양심이 있는가. 베트남 여행에서 베트남 친구에게 큰 환대를 받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에, 소설 속 주인공들의 모습이 마치 나의 모습 같았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표정으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책은 형식과 내용을 통해 타자를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자유롭게 읽다 멈추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독서는 저자와 나의 생각을 비교할 수 있게 해준다. 독자는 글 밖에 존재함으로써 화자와 청자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고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공감할 수 있다. 


무엇을 하지 않을 이유는 끝없이 나열할 수 있다. 꼭 해야 하는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하는 이유를 대어야 한다.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생각의 지평을 넓혀 주며, 타자를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를 해나가야 할, 충분히 매력적인 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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