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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근 May 28. 2017

[북 아메리카 자전거 횡단]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 D+7

2017.05.24 날씨 맑음

BUDD LAKE(뉴저지) -> DELAWARE RIVER CAMP(뉴저지)

총 운행 거리 : 152.52km



“성웅아 자전거펌프 노즐이 없어진 거 같은데 짐에서 한번 찾고 있어봐 주변에 물어보고 올게”


타이어에 바람을 넣고 출발하려니까, 마침 노즐이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그냥 출발해도 됬으련만 억지로라도 넣어보겠다고 무리하다가 앞바퀴의 바람이 전부 빠져버렸다.) 가방에 있는 모든 짐을 뺏다 넣었다를 두 번이나 반복한 뒤에야 결국 어디에 두고 왔거나 흘렸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러 걸어 나갔다. 여러 군데를 들렸지만 식당, 호텔, 주유소, 담배가게 그 어느 곳에서도 자전거펌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주유소에선 손에 쥐고 있는 자전거펌프를 보고는 셀카봉이냐며 케이블은 있다며 살 거냐고 물어봤었다. 하긴, 셀카봉처럼 생겼긴 하다. 나는 웃어 보이며 손사래를 치며 문을 열고 나왔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고민하다 문득, 유라시아 횡단 때 만난 형이 생각났다. (준규형은 중국에서 유럽까지 유라시아를 자전거로 횡단을 했었다.) 2만 km 동안 쌓은 노하우가 있을 것 같았다. 전화를 걸었고 상황을 자초지종 설명했다. 그러자 형은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자전거펌프가 어떻게 생겼는지 일단 봐야겠다고 했다. 영상통화를 걸어 자세하게 보여주었다.


“동근아 거기 노즐 쪽 마개 열 수 있는 거야?”

“모르겠어 일단 해볼게 이거 분해가 되는건가”


형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이해를 못했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앞쪽을 분해하고 다시 맞추어 넣었다. 그러곤 타이어에 연결시켜 바람을 밀어 넣어봤다. 정말 정말 놀랍게도 입구가 딱 맞게 들어가 바람이 세지 않고 잘 들어갔다.


“캬.. 존경해. 형 고마워!”

“또 필요한 일 있으면 연락해”


우린 그렇게 그동안의 안부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뉴스는 곧 다뉴브 강줄기를 따라 3000km를 카약으로만 관통하는 여정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몇 달 전에 나눴던 이야기들이 벌써 실현된다고 하니 그 추진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널브러져 있는 짐을 다시 챙기고 오늘의 목적지인 캠핑장으로 향했다. 거리는 짧았지만 위성사진으론 산 두 개가 버티고 있어 힘들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다운힐로만 10km를 이동할 수 있었다. 어제 얼마나 높은 제대로 올라왔는지 이제야 실감이 났다. 이제야 어제의 일을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달리는 도중, 아 모든 길이 지금과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었다. 날은 선선했고 비가 온 다음날, 자연이 만들어내는 향은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나를 진정시켰다.


그렇게 3시간을 더 달려 산 중턱에 있는 캠핑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캠핑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지만 내일 비가 온다고 해서 그런지 손님은 우리 밖에 없는듯했다. 이 장소의 재미있는 점은 펜실베이니아와 뉴저지의 딱 경계에 있다는 점이었다. 델라웨어 강을 기준으로 왼쪽은 펜실베이니아주였고 오른쪽은 뉴저지였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우리는 텐트를 먼저 펼쳤다. 그런 다음,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쌀, 라면, 물, 채소들을 스토브 옆에 두고 캠프파이어를 위해 땔감을 구하러 갔다. 주변에 널브러진 나뭇가지들을 주워 모았고 제법 많이 모을 수 있었다. 밥을 먹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성웅이는 난생처음으로 캠프파이어를 직접 만들어 본다고 했다. 본인에게는 의미가 있는 날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는 오늘 처음으로 불을 만들었고, 장작을 태웠으며 나무가 숯이 되어가는 신비를 눈 앞에서 보았다. 단순히 어둠을 몰아내기 위한 빛이 아닌, 날것을 음식으로 만드는 불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음악이 있는 여유로운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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