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ve me seaweed snack!
"엄마, 애들이 학교에 간식으로 김을 싸와."
작년 8월 새학년이 되어 학교에 간 우리 아이가 한 말이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간식 도시락을 꼭 싸 주어야 하는데, 한국 아이들이 간식으로 김을 싸 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한국인에게 김은 소울 푸드와 같으니 말이다. 이유식을 뗀 아이들이 제일 먼저 먹는 반찬이 김 아니던가. 지금도 우리 아이는 김만 있으면 밥 한 그릇 뚝딱이다. 그런데 아이의 말인즉슨, 한국 아이들이 아니라 외국 아이들이 김을 간식으로 싸 온다는 것이다. 어떻게 싸 오냐고 물으니, 김만 싸와서 마치 감자칩 먹는 것처럼 먹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 특히 아이 키우는 집이라면 떨어지지 않게 늘 집에 김을 구비해 두고 있을 것이다. 만능 치트키와 같은 반찬 김. 사각사각 씹는 소리가 마음에 평화를 주는 ASMR 같고, 입에 넣기 전 코 끝에 먼저 다가오는 참기름 향은 향기롭다. 얼른 모락모락 김이 나는 밥을 싸 먹고 싶어 진다. 김이 없이 대체 아이에게 어떻게 밥을 먹일까 싶은 날들도 많았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관광 오면 김을 기념품으로 사 간다는 얘긴 종종 들었지만, 이곳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에게도 김이 인기라니 신기했다.
한국 사람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김이라 그 역사에 대해 궁금한 적은 없었는데, 김을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 찾아보니 신라 시대 때부터 김을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한다. 고려와 조선에서는 김이 진상품 중 하나로 귀한 음식이기도 했다. 한국의 김 생산량은 전 세계 김 시장의 70%를 차지하며, 23년 김 수출은 7억 7천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고 한다. (출처: 해양수산부) 하긴 우리집에서만도 김을 엄청나게 먹는데 한국 사람들이 다 먹고 수출까지 하려면 정말 엄청난 양을 생산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김은 생활 필수품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인도로 이사올 때도 컨테이너에 될 수 있는 한 많은 김을 실어왔다. 그래서 김 조달 걱정은 별로 없지만 궁금해서 아마존 인디아를 검색해 보았다. 중국산, 태국산 김도 물론 많았지만, 아래처럼 인도 브랜드인 것처럼 보이는데 원산지는 Korea 또는 South Korea라고 쓰여 있는 제품들도 제법 있었다. 참으로 세계 속으로 뻗어 나가는 글로벌 푸드 김이 아닐 수 없다.
김이 그렇게 인기 있단 걸 안 다음부터 나는 아이가 다른 외국 친구 집에서 플레이데이트할 때 답례로 소중한 한국산 김을 들려 보낸다. 아이들은 당연히 좋아하고 그 집 엄마도 한국산 김이라며 무척 기뻐한다. 우리 집에 아이들이 플레이데이트를 하러 올 때는 아예 아이들이 먼저 "Give me seaweed snack"을 외친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아이의 친한 친구가 작년 겨울방학에 자기 나라에 다녀와서 선물로 우리 아이에게 이것저것 그 나라의 스낵을 담은 간식 꾸러미를 주었는데, 그 안에 김이 들어 있었다. 내가 "오 김이네?" 하니 그 아이 엄마가 "나 이번에 김 잔뜩 사 왔잖아." 한다. 그 김의 원산지를 보니 그것 또한 Korea다. 치솟는 김부심! 외국에 살면서 K POP 들을 때만 애국심이 생기는 줄 알았는데, 김의 인기를 실감하니 이 또한 애국심이 솟아오른다.
내일은 또 우리 집에서 외국 친구들과 플레이데이트를 하기로 한 날이다. 아이들에게 먹일 저녁으로 치킨 마요 덮밥을 준비할 예정인데, 김 종주국의 국민답게 한국산 김가루 듬뿍 뿌려 대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