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폼폼토스 Jul 30. 2024

인도에도 한인마트가 있나요?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과 영국 여행 후 인도로 돌아온 지 2주가 지났다. 이제 식재료 충격에서는 그런대로 벗어나 조금씩 예전 일상을 찾고 있는 중이다. 맛있는 음식에서 힘을 얻는 내가 인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친구들은 바로 냉동실 그득하게 들어차 있는 한국에서 공수해 온 고기와 생선, 각종 한국 냉동식품들이다. 대감집 곳간 부럽지 않은 풍요로운 우리 집 냉동고. 그곳에서는 인도에서 좀처럼 구할 수 없는 빨간 고기와 생선, 해물들이 요리되기를 항시 기다리는 중이다. 이러한 사정은 우리 집뿐만 아니라 인도에 거주하는 대부분 한국인들이 비슷하다. 냉장고, 김치 냉장고, 냉동고 모두 구비하고 그곳에 한국 식재료들을 가득가득 채워 넣는다.


 그 이유는 세계 여러 나라의 주재지 중 생활 적응 및 한국 식재료 공수 면에서 가장 난도 높다는 곳이 바로 인도이기 때문이다. 누누이 말했지만 한국인 식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구하기가 쉽지 않고 채소 과일마저 싱싱하지 않을 때가 많으니 먹을 만한 식재료를 구하는 것은 아마도 인도 떠나는 날까지 끝나지 않을 숙제일 것이다. 그래서 의지의 한국인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 식재료를 조달하여 냉동고를 가득 채운다.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건 한인마트

 

 인도에도 한인마트가 물론 있다. 그러나 인도에 도착해서 처음 한인마트에 가본 나는 너무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많이 작은 규모에 신선 식재료는 전무하고, 거의 양념, 냉동식품, 가공식품 위주로 판매하고 있었다. 인도의 한인마트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인도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2023년 기준으로 전체 11,000명, 델리-NCR 지역은 3,800명 정도로 나라 규모나 전체 인구에 비해 교민 수가 현저하게 적다. (재외동포청 '재외동포현황 2023' 자료 참조) 그러다 보니 한인마트의 규모 또한 그렇게 크지 않다. 그래도 한국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델리-NCR, 뭄바이, 첸나이, 벵갈루루 등의 큰 도시에는 한인마트가 있다.


 신선식품은 거의 없지만 햇반, 라면, 미역, 김, 된장, 고추장, 참기름, 들기름 등 대부분 중요한 것들은 다 있는 편이다. 만두, 모듬해물, 핫도그, 함박 스테이크, 짜장면, 짬뽕, 동그랑땡 등 각종 냉동식품들도 있다. 물론 물 건너온 것들이라 대부분 한국 가격의 1.5배 이상 하지만, 감사하게도 한식에 필요한 웬만한 건 다 구할 수 있다.

자주 사 먹는 사누끼우동면. 한국에서는 5500원 정도인 것 같은데 인도에서 사려면 만원 가까이 한다.


주재올 때 컨테이너 


 부임을 준비하기 전에 했던 가장 중요한 일은 한국 양념과 각종 식재료들을 컨테이너에 실어갈 수 있도록 주문하는 일이었다. 자주 먹는 것들은 최대한 많이 실어오라는 주변분들의 조언을 듣고 상하지 않는 통조림, 양념 위주로 많이 구매했다. 한국에서 잘 먹지도 않았던 스팸이나 참치 통조림은 인도에서는 너무나 유용하다. 스팸 같은 경우 김치볶음밥, 삼각김밥, 계란말이 등 활용할 데가 많은 편이라 필히 사 와야 하는데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스팸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 나는 하나도 사지 않았다. 그런데 인도 현지 마트에서는 정말로 구할 수 없었다! 비슷한 게 있다 하더라도 수입품이라 한 캔에 무려 만원이 넘는다.


아마존 인디아에 스팸은 정말 없다. 비슷한 게 있긴 하지만 만원 가까이 한다.

 꽁치나 골뱅이 통조림도 유용하다. 외국에 살면 별게 다 먹고 싶을 때가 많은데, 그걸 먹지 못하면 괜히 힘이 빠지고 그날따라 한국이 더 그립기 마련이다. 이런 식재료는 구비해 두고 있으면 한 번씩 향수병이 밀려오는 날 마음을 달래기 좋다. 건냉면도 꾸준히 잘 먹게 되는 음식 중 하나다. 냉면은 고기 육수와 메밀 면발이 중요한데 그 두 식재료 모두 인도에서는 구하기 힘드니 한국 식당에서도 맛있는 냉면을 먹긴 쉽지 않다. 육수 스프와 함께 파는 건냉면은 인도의 긴 여름을 견디는데 도움이 된다.


 컨테이너에 잔뜩 실어왔는데 의외로 안 먹거나 못 먹게 되는 것들도 있기는 하다. 그중 대표적인 게 과자와 라면. 과자와 라면은 생각보다 유통기한이 짧은데 컨테이너에 두 달 동안 실려오면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로 받게 된다. 게다가 인도 날씨가 너무 더워 금방 가스가 차고 눅눅해진다. 과자와 라면은 한인마트에 주기적으로 신제품이 들어오기 때문에 특별히 좋아하는 종류가 있다면 조금씩 사 오고 나머지는 현지 조달해도 충분하다.


회사별 복지 혜택 이용


 내가 만나는 한국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주재원인데, 회사별로 각기 다른 식재료 조달 혜택을 제공한다. 주재지가 인도라서 가능한 혜택이다. EMS를 신청할 수 있는 회사도 있고, 주기적으로 컨테이너나 냉동 컨테이너를 보내주는 회사도 있다. 주문하기 전엔 자리가 있는지, 어떤 식재료가 얼마큼 남았는지 우리 집 냉장고와 냉동고 사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인도에 살다 보면 식재료가 부족해서 가능할 때 늘 쟁여놔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기 때문에 우리 식구가 먹는 양보다 터무니없이 많이 주문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다 보면 냉동고에 다 안 들어가서 쑤셔 넣느라 분명 고생하게 된다. 그럴 때는 정신을 붙들고 내가 주문하고 싶은 양의 절반으로 줄여 주문하면 딱 맞다는 걸 주재 1년이 지나서 알게 되었다.


한국 나갈 때마다 실어 나르기


 컨테이너로도 실어올 수 없고, 한인마트에서도 구할 수 없는 식재료들은 어쩔 수 없이 한국 나갈 때 부지런히 실어 나르게 된다. 이건 외국에 사는 모든 한국인들은 마찬가지 상황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인도에 사는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한국에서 가져와야 할 게 있는데 그건 바로 고기. 동네 정육점에서 진공 포장해서 비행기 타는 날 받아서 캐리어에 넣으면 인도 집 도착할 때까지 꽁꽁 언 상태로 가져올 수 있다. 또한 멸치나 황태 등 건어물도 컨테이너에 실으면 상하기 때문에 한국 나갈 때 사 오는 편이다.


 심지어 나는 채소를 사 온 적도 있다. 한국에서는 늘 흔하게 구할 수 있던 애호박은 인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어느 날 그게 어찌나 먹고 싶던지, 남편 출장길에 애호박을 부탁했다. 인도에서 부쳐먹는 호박전은 완전 별미였다. 그래, 이 맛이지!

 

애호박을 키워볼까 보다. (출처: Pinterest)


 미국과 영국에 다녀오니 식재료 구하는 게 새삼 더 힘들게 느껴진다. 그런데 한 동네 사는 아이 친구 엄마가 얘기한다. "그래도 넌 한인마트 있어 좋겠어. 난 호주 마트 없어서 힘들어." 그 말 듣고 보니 다행인 듯도 싶다. 고마운 한인마트, 인도에서 길이길이 번창하기를.




작가의 이전글 식재료 고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