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규모와 기대 요소를 중심으로
한때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은 먼 미래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개념이 되었지요. 매일매일 인공지능과 관련된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하루가 멀다 하고 출시되는 기술과 서비스들은 저마다 ‘인공지능이 바꿀 미래’를 논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교육 및 학습 분야 역시 이 거대한 흐름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교육과 학습 영역에 주는 가치는 매우 크고도 광범위합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런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이유는 그간 다양한 시도들과 진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많은 이들이 꿈꾸는 모습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지금껏 겪어왔던 어려움과 혼란보다 더 큰 도전들이 눈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선진적인 인공지능 서비스 역시 아직은 우리가 원하는 끝 그림에 비해서 미진한 것이 사실입니다. ‘아직은’ 생각보다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하기도 하고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인공지능’이 교육과 학습 영역에 어떤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지에 대해 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새로운 기술을 교육 및 학습 영역의 한계점을 단시간에 해결해줄 수 있는 만능약으로 여기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인공지능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처럼 쉬이 이용할 수 있는 시대는 우리 생각보다 빨리 올 테니까요.
이에 본고는 무엇보다 먼저 인공지능 기반의 교육 시장이 현재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아울러 어떤 연유로 이 시장이 각광받고 있는지, 즉 인공지능 기술이 교육과 학습 영역에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과 교육·학습의 결합이 어떠한 형태로 구현되고 있는지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인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s)는 2017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의 인공지능기반 교육시장(Artificial Intelligence Market in Education Sector)을 4억 달러로 추산했습니다. 아울러 2024년까지 이 시장이 6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특히 아시아 태평양(APAC) 지역의 연평균 성장률이 51%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았습니다.
또 다른 시장 조사 기관인 테크나비오(Technavio) 역시 인공지능기반의 교육 시장이 2018년 기준 34.86% 성장할 것이고, 2022년까지 연평균 43%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018년, 에듀테크 시장에 대한 리서치를 수행하는 메타리(Metaari)는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교육 상품 및 서비스를 7개 분야로 나눈 후, 2018-2023년까지 모든 영역이 14%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인공지능 기반 학습’의 성장폭은 19.3%였으며, 그리고 인공지능 엔진과 밀접한 ‘교육용 로봇 분야’는 가장 높은 수치인 30.5%를 기록했습니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이지요.
1:1 학습은 교육의 성배(聖杯)이며 모든 교육적 접근은 이 모델을 복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첨단 기술은 우리가 개개인의 상호작용 패턴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교육 콘텐츠를 최적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 해리엇 그린(Harriet Green), IBM Watson Education
시장규모와 성장률은 그 분야가 얼마큼의 기대를 받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합니다. 즉 인공지능기반 교육 시장은 어마어마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공지능이야말로 전통적인 교육 및 학습 분야에서는 불가능했던, 진정한 의미의 개인 맞춤형 학습(Personalized Learning)을 실현할 수 있는 성배(聖杯)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첨단 기술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1:1 학습 실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1) 학습 경험과 성취를 측정할 수 있다
전통적인 교육에서 교수자는 학습자들의 모든 것, 즉 누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누가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 또는 누가 주저하는지, 점수는 어느 정도인지, 과제는 언제 내는지 등을 고려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이 모든 것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것은 매우 큰 도전이었습니다. 주어진 시간과 자원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교수자들은 학습자들의 많은 정보를 면밀하게 취합하지 데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학습자에게 최적화된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지요.
하지만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학습 분석 기술 덕분에 우리는 곧 학습자의 모든 학습 경험을 추적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축적된 학습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하고 세부 데이터 간의 상관관계를 도출하게 되면 학습자가 힘들어하는 시기와 원인, 지루한 시간은 물론 가까운 미래에 학습자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 분석까지 가능합니다. 이 모든 정보는 개개인에 최적화된 학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근간이 됩니다.
2) 교육·학습 편차와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지식을 전달하고 습득하는 과정은 어떤 방식으로든 개인차를 야기합니다. 그것은 교수자의 학습자의 역량 수준 차이 때문일 수도 있고,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 때문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고려하여 가장 효과적인 해결 방안을 탐색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공지능은 이러한 문제를 잘 다룰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력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습자들의 강점과 약점에 따라 개인화된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교수자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입니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학습자 개개인의 특징과 역량 수준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그 편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3) 개인의 특성에 기초한 비정형 학습(Informal Learning)을 제공할 수 있다
오늘날의 학습자는 강의장이나 온라인 강의에서만 학습하지 않습니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이들과 교류하며 배우기도 하고, 직장 동료와 함께 일하며 배우기도 합니다. Youtube에서 궁금한 지식을 찾아보기도 하고, 블로그 글을 읽고 인사이트를 얻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가장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기업교육’입니다. 조직이 필요로 하는 역량은 급변하고, 배워야 할 지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습 몰입도는 낮은 편이죠.
그 이유는 조직 구성원들이 학습 욕구가 저조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또 직접 업무를 수행하며 배우는 것들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통적인 의미의 기업교육 바깥에 그들이 원하는 학습 자원들이 널려 있는 것 역시 주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인공지능은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학습 개인의 다양한 정보를 통합 관리·분석하고, 학습자가 원하는 비정형 학습에 즉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개인화된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활용 가능한, 그중에서도 자동화된 처리를 적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다음과 같습니다.
인공지능은 제반 산업은 물론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너무나도 다양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외연은 무한히 확장하고 있지요. 교육 및 학습 서비스 역시 다를 리 없습니다. 이미 시장에는 인공지능을 결합한 교육·학습 서비스가 난립하고 있고, 때문에 이를 몇 가지 카테고리로 정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본고에서는 간략하게나마 네 가지 꼭지로 이를 담아보고자 합니다.
1) 콘텐츠 검색 및 큐레이션
자신의 학습 욕구와 니즈를 오롯이 충족하는 학습 콘텐츠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콘텐츠 홍수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으며, 이 가운데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찾는 것은 매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이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처리 속도를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기억하지 못하고, 때문에 분석이 어려웠던 자신의 학습 패턴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시해줄 수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학습자는 ‘원하는 콘텐츠를 찾는 것’이 아닌, ‘배우는 것’에 보다 집중할 수 있습니다.
2) 챗봇
컴퓨터 및 인공지능 시스템과 인간의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챗봇(ChatBot) 서비스는 금융, 커머스, 통신 등 제반 산업에 매우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챗봇이 교육 및 학습 서비스에 접목되면 단순한 질의응답이나 행정적 문제에 대한 Q&A는 물론, 학습자가 궁금해하거나 필요로 하는 학습 자원을 제시해주거나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지요.
이러한 맥락에서 자연어 처리 및 음성인식·합성기술의 고도화는 챗봇의 부상과 맞물려 보다 진보된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가정교사를 지향하는 ITS(Intelligent Tutoring System) 서비스는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기능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정교화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인공지능 엔진과 챗봇이 내장된 ‘교육용 로봇’에 대한 기대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3) 전문가와의 연결
챗봇 기술이 고도화된다고 해도 학습자가 궁금해하거나 필요로 하는 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불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지요. 이런 부작용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인공지능은 교육과 학습의 장애요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서비스에 미성숙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는 대신, 가장 적합한 전문가를 탐색하고 학습자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인공지능에 맡길 수도 있습니다. 한 개인이 해당 문제에 정통한 이를 찾는 것은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지요. 그러나 다양한 데이터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인공지능은 이 작업을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수행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 큰 도움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4) 자동 저작툴
우리는 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짓거나, 음악을 작곡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판단은 개개인의 몫이지만, 지식 콘텐츠를 제작하고 발행하는 과정이 자동화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이 말하거나 입력하는 내용을 자동으로 분석하여 영상으로 제작하거나, 교보재를 만들거나, 제반 학습자료를 생성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일선 교수자의 업무를 크게 덜어낼 수 있으며, 교육 담당자들은 보다 중요한 일에 자신의 역량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인공지능과 교육·학습영역의 결합’은 그 잠재 가치 덕분에 더욱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상상하지 못했거나, 상상하더라도 실현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서비스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시장에 등장하고 있지요. 그에 따라 ‘인공지능이 몰고 올 첨단 교육’, ‘개인에게 완벽하게 최적화된 학습 경험’에 대한 기대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의 크기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 가능성만큼 기술이 성숙되었는지, 그 모든 것들이 교육과 학습의 본질을 얼마나 담아낼 수 있는지, 학습자와 교수자,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얼마나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 주는 설렘과 가능성은 변화를 촉진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인공지능기반 교육 시장이, 그리고 혁신적인 교육·학습 서비스들의 등장이 그 증거가 될 수 있겠지요. 이러한 흐름 가운데 내가, 그리고 우리 조직이 시도할 수 있는 도전과 실험이 충분히 축적된다면, 인공지능 기술은 교육과 학습 영역에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가치’를 선사할 것입니다.
※ 휴넷의 월간 에듀테크 리포트,〈EDUTECH Monthly〉2018년 7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 Docebo,「 Emerging Trends : L&D and The arrival of AI」
- Global Market Insights,「Artificial Intelligence(AI) in Education Market」
- Metaari,「2018 Advanced Learning Technology Research」
- https://www.technavi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