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D 2018 ICE 엿본 차세대 학습 방법론의 미래
2018년 5월 8일 개최된 Google I/O 2018에서 등장한 ‘듀플렉스(Duplex)’. 이 새로운 솔루션은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가 전화를 걸고, 통화하는 사람과 대화하며 추임새를 넣고, 참석자 수를 알리며, 상대방의 목소리 내용을 인식하여 예약 가능한 시간을 조율했습니다. 저명한 저널리스트, 니콜라스 톰슨(Nicholas Thompson)은 이를 두고 ‘이런 기술이 한 3년쯤 뒤에 나올 줄 알았는데 지금 가능해졌다’고 언급했습니다. 다시 말해 그만큼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였죠.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라는 표현이 새롭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긴 하지만, 이렇게 획기적인 서비스의 등장을 보고 있노라면 이 진부한 문장이 새삼스럽습니다.
그리고 올해 개최된 ATD 2018 ICE에서 발표되었던 수많은 에듀테크 솔루션들 역시 구글 듀플렉스 못지않게 신선했습니다. 차세대 에듀테크로 각광받는 인공지능기반 학습(AI-based Learning), VR러닝(Virtual Reality Learning), 게임러닝(Game-based Learning), 신경과학(Neuroscience)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채로운 사례들이 쏟아졌으니까요. 이 과정에서 수많은 HRD 전문가들은 에듀테크가 이미 ‘전도유망한 기술’을 뛰어넘어 ‘지금 당장 현업에서 활용 가능한 기술’로 진화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본고는 먼저 에듀테크 분야 중에서도 인공지능기반 학습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 xAPI(Experience API)와 LRS의 의의와 그 사례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이어 VR 러닝 및 게임러닝을 제공하는 STRIVR와 Skilitics의 솔루션을 짚어봄으로써 이 새로운 학습 방법론이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신경과학 분야의 연구결과가 교육 및 학습 영역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xAPI & LRS의 개념적 정의와 의의
최근 글로벌 에듀테크, 그리고 유수의 교육 컨퍼런스에서 ‘xAPI(Experience API)’와 LRS(Learning Record Store)라는 용어가 부쩍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생소한 개념들은 교육과 학습 분야에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결합하는 데, 그리고 맞춤형 학습(Adaptive Learning)과 개인화 학습(Personalized Learning)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로 여겨지고 있지요. 그렇다면 낯설디 낯선 이 용어들의 의미는 무엇이고, 이를 활용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우선 xAPI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xAPI란 ‘경험’을 의미하는 ‘Experience’, 그리고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의 약자인 ‘API’의 합성어입니다. API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소프트웨어나 응용 프로그램, 또는 가젯이 서로 정보(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게 해주는 일련의 기능 및 절차”를 의미합니다. 간단히 말해 ‘통역기’의 역할을 수행하지요. 그리고 xAPI의 ‘x’는 경험(Experience), 그중에서도 ‘학습 경험’을 지칭합니다. 즉 xAPI는 ‘모든 학습 경험 데이터’를 상호 교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기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LRS는 이러한 학습 데이터를 모아두는 저장소입니다. 이 공간은 xAPI를 통해 수집된 ‘학습’에 대한 모든 데이터, 즉 정형 학습에서 중요하게 여겨졌던 수료율, 진단 내역, 성적, 학습 기록, 만족도 등은 물론, 학습자의 상황, 몰입 정도, 비즈니스 결과, 프로젝트 수행, 협업 사항, 커뮤니티 활동, 로그 기록, 방문 정보, 피드백 정보, 성과 정보 등 비정형 정보까지 담아낼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빅데이터(Big Data)를 구축할 수 있는 근간이지요.
사실 오늘날의 학습은 PC, 노트북,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에서 수시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각각의 채널에서 발생하는 학습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xAPI와 LRS입니다.
xAPI는 명사-동사-목적어, 즉 ‘나는 이것을 했어’와 같은 형식의 학습 기록을 LRS에 전송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취합된 학습 경험 데이터를 면밀히 살펴봄으로써 학습자가 어떤 경로를 통해 무엇을 배웠고, 이러한 학습 경험과 성과 간의 상관관계가 어떠한지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LRS에 축적된 학습 데이터를 분석·학습하고, 이 과정을 통해 학습자의 학습 패턴은 어떠한지, 어떤 역량이 부족한지, 가장 최적화된 콘텐츠는 무엇인지 등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학습자에게 최적화된 커리큘럼과 학습 자원을 제공할 수도 있지요. 즉 개인의 흥미, 취향, 역량 수준에 따른 맞춤형 학습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2) Watershed : Visa University 구축 사례
ATD 2018 ICE에서는 xAPI와 LRS가 기업 교육 영역에서 활용된 사례들이 소개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학습 데이터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워터쉐드(Watershed)가 선보인 Visa Digital University는 이 새로운 기술들이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주었죠. Visa는 최근까지 학습자 중심의 교육보다는 Top-down 중심의 교육을 제공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Visa는 보다 현대적인 학습 생태계를 구축하고, 조직 구성원들에 대한 교육이 어떻게 성과로 이어지는지를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이 과정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루어지기를 원했고, xAPI와 LRS를 활용하여 다음 세 가지 사항을 추적·평가하고자 했습니다.
1) 직원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배우는지
2) 어떤 학습이 탁월한 리더십으로 이어지는지
3) 뛰어난 리더들이 동료들에 비해 얼마나 더 많이 학습하는지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탄생한 Visa University는 Payment College, Leadership College, Tech College, Finance College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이 공간에서 발생하는 학습 데이터는 Watershed의 LRS로 전송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Visa는 조직 구성원들의 학습과 비즈니스 성과 간의 상관관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지속적인 학습 문화는 조직의 DNA가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습자들은 개인화된 추천 서비스를 통해 탁월한 사용자 경험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Visa University는 세계 어디에서든 접근 가능하며 조직의 80%에 이르는 직원들이 상호작용하는 디지털 캠퍼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VR 러닝은 VR(Virtual Reality) 기기를 통해 가상현실의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학습을 경험할 수 있는 학습 방법론이며, 게임러닝은 게임과 교육의 결합을 통해 게임을 플레이하며 자연스럽게 역량을 체득·함양할 수 있는 학습 방법론입니다. 이 두 가지 분야는 때로는 결합되어, 때로는 따로 떨어진 형태로 글로벌 교육 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VR 러닝과 게임러닝이 학습자에게 제공하는 가장 큰 가치는 실제 상황과 유사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험을 통한 학습’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학습 경험은 70:20:10 모델 중 70:20 영역, 즉 ‘동료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학습’과 ‘일을 통한 학습’을 실현함으로써 탁월한 교육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ATD 2018 ICE에서도 이 두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거웠습니다. 본고에서는 그중에서도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두 가지 사례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1) STRIVR : 월마트 매장 종업원 교육 솔루션
미국 최대의 할인 마트 브랜드, 월마트(Walmart)는 공휴일이나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 등 매장이 매우 혼잡해지는 상황에서 종업원들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고심했죠. 이러한 역량은 단순히 매뉴얼을 읽는다고 향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직접 겪어보는 것’이지만, 월마트는 ‘그러한 상황이 닥치기 전에’ 종업원들을 훈련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매장으로 몰려오는 수많은 고객들, 그리고 쏟아지는 질문과 요청들을 교육 프로그램에 녹여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죠.
북미 지역에서 VR 러닝을 선도하고 있는 STRIVR는 이러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교육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이들은 가상현실에 월마트 매장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학습자들이 이 공간에서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했습니다. 이를 통해 학습자들은 ‘실제와 유사한’ 시뮬레이션 상황을 경험하는 것은 물론 ‘배운 내용을 적용해보는 과정을 통해 보다 큰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결과에 고무된 월마트는 14만 명에 이르는 직원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200개에 달하는 월마트 아카데미(Walmart Academy)에 보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 Skilitics : United Airlines 항공 승무원 교육 솔루션
VR 러닝 솔루션 업체인 Skilitics는 ATD 2018 Expo에서 유나이티드 에어라인(United Airlines) 항공 승무원들을 교육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이 솔루션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비행기 내부가 충실히 구현된 가상현실 환경을 제공함은 물론 8명의 학습자가 동시에 접속하는 기능을 지원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학습자들은 현업과 유사한 시뮬레이션 상황에서 개인 과제뿐만 아니라 팀 과제를 수행하고, 이를 통해 다른 이와 함께 일하는 역량을 개발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Skilitics는 학습자의 역할 수행 여부와 달성 수준과 함께 다른 이와의 커뮤니케이션 역시 학습 데이터로 기록하는 기능도 제공했습니다. 더 나아가 그 결과를 대시보드 형태로 시각화하여 보여주기까지 했죠. 실제 상황과 다름없는 공간에서 나 혼자가 아닌 동료들과 함께 학습하는 경험,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학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교육 솔루션의 등장은 매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 CIPD(The Chartered Institute of Personnel and Development)
‘신경과학(Neuroscience)’이란 ‘신경(Neuro)’과 ‘과학(Science)’의 합성어로, 동물 및 인간의 신경계를 연구함으로써 동물 및 인간의 인지과정과 행동 원리를 규명하고자 하는 학문입니다. 이 젊은 학문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인간의 인지과정 및 행동의 중추이자 신경과학의 핵심인 ‘뇌(Brain)’에 대한 연구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요.
2013년, 미국이 ‘BRAIN Initiative’를 출범시키며 10년간 3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점, 유럽연합(EU) 역시
‘Human-Brain Project’를 시작해 10년간 10억 유로의 연구비를 책정한 사실을 보더라도 이 분야가 얼마나 주목받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습니다.
신경과학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급증하면서, ATD ICE 역시 2014년부터 Science of Learning Track을 추가, 뇌와 신경과학 분야의 연구 결과는 물론 이를 교육 영역에 적용한 사례를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해가 갈수록 이 분야에 대한 세션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 역시 신경과학이 미래 교육을 선도할 주요 트렌드 중 하나라는 것을 방증합니다.
금번 ATD ICE 역시 신경과학에 대한 관심은 매우 뜨거웠습니다. 다만 뇌 그 자체에 어떤 작용을 가하거나 변화를 일으키는 것보다는 학습 및 교육과 밀접한 기억, 주의, 정서, 동기 등에 대한 연구결과를 교수 설계에 녹여내고자 하는 시도들이 많았습니다. 이를 통해 학습 동기나 몰입을 제고하기 위한 방법, 학습한 내용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방법 등을 탐색하고 있는 것이죠. 그중에서도 특기할만한 몇 가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뇌의 기억, 주의, 정서, 동기의 메커니즘을 교수 설계에 녹여내기
우리의 뇌는 전지전능하지 않습니다. 한 번에 기억할 수 있는 양과 주의를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역시 제한되어 있지요.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기억이나 주의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무엇인지, 동기와 정서와 학습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등은 신경과학의 주요한 연구 주제입니다. 그리고 HRD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교수 설계 원칙을 구조화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 A·G·E·S와 같은 프레임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신경 호르몬에 대한 이해를 조직 개발에 적용하기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호르몬은 연결(Connecting)이나 신뢰(Trust)와 같은 요소들과 밀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주목한 폴 자크(Paul Zak)는 개인 간 신뢰에 어떤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는 지를 객관적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도구, ‘O’Factor’ 개발했지요.
더 나아가 그는 이를 활용하여 총 8개의 요인들이 조직 내 신뢰를 증진시키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 그리고 이를 근거로 조직 개발을 위해 취해야 하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ATD 2018 ICE에서는 신경 호르몬의 기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리더십을 향상할 수 있는 방법, 또는 더 효과적으로 조직을 개발하는 방법 등을 탐색하려는 시도도 눈에 띄었습니다.
기술(Technology)은 현재보다 먼 미래의 모습을 비춰주는 창입니다. 에듀테크 역시 ‘지금’이 아닌 ‘다음 세대’의 교육과 학습에 대한 담론이었죠. 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는 이전보다 훨씬 빨라지고 있고, 에듀테크 분야 역시 그러합니다. 그리고 ATD 2018 ICE는 우리가 ‘앞으로 교육이 이렇게 변할 거야’, ‘언젠가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배울 거야’라고 상상했던 것들이 이미 실현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교육과 기술의 결합이 ‘내일의 문제’가 아닌, ‘오늘의 문제’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잘 벼린 식칼이라도 요리사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음식의 질이 달라집니다. 마찬가지로 학습 기술과 도구가 발전한다고한들 더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인공지능이니, 신경과학이니 해도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한다면 전통적인 교육보다 나을 리 없습니다. 에듀테크가 모든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열쇠라고 여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겠죠. ‘미래’라고 불리는 그 길, 그거 말도 못 할 정도로 울퉁불퉁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가만히 있느니 한 발자국이라도 내딛는 것이 낫고, 수많은 고민과 불확실성, 그리고 시행착오 때문에 불안해하느니 끊임없이 떠들어대고 시도해보는 것이 낫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ATD 2018 ICE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가치라고 믿습니다. 많은 고민거리들이 산적해있지만, 동시에 너도나도 한 발자국씩 내디딘 경험을 공유하며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자리였으니까요. 이미 에듀테크의 시대는 도래했고, 더할 것은 우리들의 믿음과 도전입니다. 이에 부족함이 없다면, 기술은 반드시 교육을 구원할 것입니다.
※ 휴넷의 월간 에듀테크 리포트,〈EDUTECH Monthly〉2018년 6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 ATD 2018, Education Session, 「Neuroscience and HR」
- ATD 2018, Education Session, 「The Neuroscience of Trust: Facilitating Culture and Behavior Change to Improve Performance
- https://www.watershedl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