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함께 있습니다.
할 줄 아는 게 이것 밖에 없어서 적습니다. 살다보면 결코 잊어지지 않는 날이 있다는 걸 아시지요? 그날 아침 언제쯤부터 무엇을 하고 있었고, 어떻게 느꼈는지 너무 생생하게 기억하는 날이 생기고는 합니다. 밀란 쿤데라가 그랬다네요. 힘에 대항한 투쟁은 망각에 맞서는 기억의 투쟁이라고요. 망각에 맞서는 기억은 슬픔의 끌로 새겨지고, 당신의 이름으로 내게 기록됩니다.
우리는 이길 겁니다. 어디쯤 오고 있는 승리인지 답답한 날들이 이어지겠지요. 돌아보면 조금씩 버티고 견뎌내어 살아남고 이긴 날들이 소복히 쌓여 있을 겁니다.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신다면, 사실 당신도 아시지 않느냐고 여쭐게요.
사실, 당신도 줄곧 그것을 믿으면서 보낸 시간이 훨씬 길었을 거예요. 그 날을 믿은 것이 마음 속 가장 소중한 빛으로 볕으로 당신을 데워주었을 거에요.
가끔은 남들에게 내가 원하는 이상에 대해 설득하려고 애쓰는 대신 먼저 거기에 가 있으면 된다고도 하더군요. 우리는 작고 다정하고 살을 맞대고 목소리를 나누는 소란스럽고 복작한 공동체를 만들고, 조금씩 안전한 작은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언젠가는 가장 비겁하고 잔인했던 이들도 알게 될 겁니다. 여기가 훨씬 단순하고 행복하고 평화롭다는 걸요. 그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결국 우리가 아니라 그들의 수모와 창피의 기억이 될 겁니다.
나는 당신이 어딘가에서 나의 세계 한 귀퉁이를 지탱하고 있었음을 압니다. 조금 휘청이지 않을 수 없지요. 오늘처럼 아플 수 있더라도 기꺼이 세계를 함께 하고 사랑하기로 마음 먹었지 않았더라면 나의 세계가 아니라 '나'는 없었을 테니까요.
그리고 어딘가에 당신을 귀퉁이 삼았던 이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다시 애써 볼게요. 우리는 그렇게 조금 앞서 더 아름답고 점차 넓어질 작은 세상을 꾸려나갈 겁니다. 그렇게 우리가 이기고 도착한 곳에, 당신이 있을 겁니다. 한 뼘씩, 한 웅큼씩 당신이었던 사람들과 내가 거기 있을 겁니다.
그 때에 우리는 잊지 않고 당신의 이름을 다시 기억할게요. 여전히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정말로 그냥 당신이 여기 함께 있었다면 조금 덜 고단하고 덜 슬펐을 것이며, 더 후련하게 행복했을 거라고요.
또, 아무것도 없고 끝나지 않은 어느 곳에는 당신이 제대로 안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땅히 머무르고 당연하게 괜찮을 곳이요.
우리가 그리움만 담아 당신의 이름을 불렀을 때에, 그 다정하고 애틋한 목소리만 가 닿을 어느 곳에서.
당신은 쉬고 계실 겁니다. 우리는- 나는 여기서 조금 더 애써 보지요. 그러면 끝나지 않는 것이 있겠지요.
#TransRightsAreHumanRights